[에세이] 자기 시간 잘 살던 너를 보내며

글 입력 2023.09.0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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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군용기(뒷모습) by 이준녕, 한국저작권위원회, CC BY

 

 

최근에 정리하고 싶지 않았던 관계를 정리했다. 정확히 말하면 강제로 정리된 인연이었다.

 

어느 쪽도 단절되고 싶지 않았으나 갑작스레 끊겨버린 인연. 엄청 가까웠던 사이는 아니고, 그저 잔잔하게 흘러온 관계이기는 하다. 때때로 서로 부재해도 양쪽 다 균열이 없었기에 ‘갑작스레’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렇다.


그 사람은 내게 어떤 사람이었고,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를 처음 봐서 낯설었던 것을 제외하고도 나는 그가 아주 오래 불편했다. 왜냐는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마땅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정말 이유를 몰랐으니까.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인간 유형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형태로 특별하다. 더 이상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은 지금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차이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가진 천진난만함이나 자유분방함은 커다란 장점이고 매력이었지만 전의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물론 나도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무의미해졌다.


허망하다고 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노력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화한 것이니까. 속상하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아니다. 전혀 속상한 구석이 없다. 슬프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아니다. 딱히 슬프지도 않다.

 

굳이 따지면 내 속내는 분노에 가까운 것 같다. 그와 단절되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난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방법은 없다. 나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뜨거운 것은 곧내 식어버린다고 했던가. 내 화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식어서 이제는 남은 것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운 채 가벼워지지를 않는다. 누군가 깨지지 않는 바위를 넣어 둔 기분이다.


나는 앞으로 그를 얼마나 떠올릴까. 다른 시간을 살게 된 걸 받아들이긴 한 걸까.

 

똑같은 질문을 말만 비꿔서 스스로에게 계속 던진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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