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빈 미술사 박물관, 아르침볼도의 조합 두상 [미술]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직접 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조합 두상'
글 입력 2023.08.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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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아르침볼도가 누구야?” 질문하는 경우가 있어도, “이 그림 처음 봤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그의 조합 두상(Composite Heads) 중 <여름>은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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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오스트리아의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는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겨울>, <물>과 <불>을 만날 수 있다.


사계절 연작밖에 몰랐던 나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은 4원소의 연작 중 <물>과 <불>이었다. 사계절 시리즈에 주로 사용된 과일과 동식물이 아닌, 생선과 사물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참신했다.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여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재밌고 창의적이네’ 정도였던 가벼운 인상이 10년 지나서 바뀌었다. 유명 작품인 이유를 실제로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그의 작품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교훈에서의 ‘나무’와 ‘숲’이 골고루 고려되었다. 특히, ‘숲’ 안에 각기 각색의 개성을 지닌 ‘나무’를 감상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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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포유류가 아닌, 어류나 파충류의 표정을 읽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물> 속 동물들의 표정에서는 공포와 기괴함이 소리 지르고 있다.

 

비슷한 성질의 사물들을 모아서 그리는 그림은 아마추어도 할 수 있다. 그럼, 아르침볼도는 어떠한 점에서 특별할까? 그의 그림은 전체적인 조화와 분위기에서 차별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림에는 단순한 배경과 한 명의 인물만이 존재한다. 단조롭고 고고한 구성이지만,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인상은 확실하다. —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물>과 제목과 어울리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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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종교나 신화, 사실적 묘사가 가득했던 16세기 시대상을 고려하면,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 시대의 ‘현대미술’과 같은 아르침볼도의 환상화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창의적인 작품이 넘쳐나는 21세기에는 이러한 설명은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유사한 그림체의 종교화만 연속적으로 감상한 후에 조합 두상을 맞이했었는데, 그때서야 ‘정말 새뜻하다!’라는 느낌과 함께 간접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현대미술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듯이, 실제로 종전에 그는 저속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었다고 한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한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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