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지털 우주의 무한한 확장과 변형 –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2 [전시]

글 입력 2023.08.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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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의 서울 첫 개인전, <디지털 뷰티>를 관람하기 위해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 방문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최신 작품들을 포함한 약 70여 점 이상의 독창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미구엘 슈발리에의 개인전 중 최대 규모이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에서 차용한 컴퓨터 모델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다채로운 예술 작품들은 5층 규모의 거대한 전시 공간에 알맞게 배치되어 몰입감을 준다.


본 전시에는 14개의 설치 작품이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예술인 ‘제너러티브 아트’, 관객 참여형 예술인 ‘인터랙티브 아트’, 혹은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제너러티브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디지털 뷰티>의 관람 키워드를 ‘상호 작용’, ‘무한한 확장성’, ‘테크놀로지’로 꼽아보고 싶다.

 

 


상호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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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작품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어두컴컴하게 조성된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작품은 <그물망 복합체>이다.


거대한 스크린 속 무수히 많은 점을 이은 선들이 정교한 짜임새의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모양을 형성하는 점과 선들은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인식하기 어려운 네트워크를 실재하는 형체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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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규칙대로 잔잔하게 유지되던 세계에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서면 그물망은 요동치며 갈라지는 형상을 보인다.

 

하나의 변수에도 크게 흐트러지며 전혀 다른 규칙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너무 많은 것들이 얽힐 대로 얽혀서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워진 사회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관람객이 한발 물러서면 네트워크는 다시 스스로의 규칙을 회복하며 이동하지만, 만약 수많은 관람객이 쉴 새 없이 이 네트워크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본연의 규칙을 아예 잃고 외부의 요인에만 휘둘리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로 표방되는 세계와 인간 사이의 균형과 조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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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제너러티브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인 <리퀴드 픽셀>에서 관람객의 존재는 물감이 되며, 그들의 움직임은 붓질이 된다.


전시장 벽 표면에 끊임없이 흘러가는 가상 회화의 흐름에 관람객의 움직임은 섞이고 분출되며 색의 흔적을 만든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액션 페인팅과 추상 표현주의 예술을 했던 잭슨 폴록과 피에르 솔라주, 이건용의 퍼포먼스까지 재조명하며, 관람객에게 자신의 신체와 움직임 자체가 예술 작품의 일부분으로 나타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한한 확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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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지 어트랙터>는 동명의 추상적 수학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스트레인지 어트랙터란 똑같은 궤적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 역학적 힘을 의미하며, 그것이 그리는 궤적은 자신이 지났던 길을 다시는 지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철사처럼 생긴 3차원 물체는 형성되고 난 뒤 무한히 변형되며 공기와 우주를 연상시키는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닌다.


관람객의 움직임은 본래의 형상을 교란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관람객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을 넘어서 재창조를 불러일으키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이 일어나는 형상들 속에서 이전과 동일한 광경을 보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연속성과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테크놀로지



한계 없는 가능성과 끊임없는 변화. 이러한 신기술의 본질이야말로 미구엘 슈발리에가 영감을 얻는 원천이다.


진화하는 테크놀로지를 껴안고 삶의 전부를 예술에 바친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답게, 그의 신작 중 하나인 <어트랙터 댄스> 역시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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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트랙터 댄스>는 로봇 아티스트 ‘패트릭 트레셋’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퍼포먼스적인 설치 작품이다. 관절형 팔 5개로 이루어진 로봇이 각각 깃펜을 들고 춤을 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풍성한 형태의 선을 그려낸다. 


작품의 구성은 지속적으로 재조합되는 데이터 뱅크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무한한 변형이 가능하고, 이는 벽면에 전시된 다양한 형상의 결과물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미구엘 슈발리에가 표현한 디지털 우주는 생각처럼 다가가기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시각적으로 놀랍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가진 작품들은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며 변화하는 신비한 놀이터가 된다.


동시에 기술의 발전과 촘촘한 네트워크 속 ‘나’의 존재에 대해 자연히 생각해보게 하는 성찰의 장이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흥미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글을 써내려 오다 보니, 불현듯 이 전시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마디 소개 글을 읽기보다 직접 전시장에 방문하여 ‘디지털 아름다움’ 속에 온몸으로 뛰어들어보는 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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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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