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 모차르트를 바라보다 - 모차르트 평전

한 인간으로 최선의 삶을 산 음악의 거장을 만나다
글 입력 2023.08.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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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모차르트를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추구한 음악은 자유와 순수함 그 자체이다. 거창한 가치를 위해 몸을 불살랐다기 보다는 평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했다. 이런 점은 그의 음악이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잘 통한다는 점에서, 그 이후의 모든 음악가들이 입을 모아 그를 찬양한다는 점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나 프리메이슨 활동 등에서 모차르트의 사상을 볼 수 있긴하나, 자유의 가치는 그의 삶을 알지 못하더라도 오직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이다.

    

특히 그가 활동하던 18세기 중후반은 작곡가 혹은 음악가는 귀족의 소유물 혹은 목줄을 단 것과 다름 없었다. 천재 음악가들 모두 그런 수모를 겪어야 했기에 모차르트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음악을 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이런 사실은 우리의 머릿속에 박힌 모차르트의 위상과 맞지 않다. '클래식'이라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그토록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는 점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사항이다.

    

이외에도 모차르트의 곡은 피아노 학원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곡이다. 우리에게 그만큼 친숙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도 쉽게 연주할 수 있다. 그의 곡이 모두 쉬운 건 아니지만 그 자체를 연주하는데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이에게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긴 하다. 그의 음악이 너무나 단순하기에 문제가 된다. 그 단순한 곡은 그 자체로 완벽하기에 어느 하나도 흘려선 안된다. 우리가 듣는 음원은 음악의 최절정에 달한 연주자의 연주이다. 그들도 화려한 기교보다 모차르트의 가감없는 완성도 앞에서 진땀흘리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절대 가벼운 음악이 아님도 분명하다.

    

 

 

그를 평전으로 만나다


 

모차르트 평전 평면 표지 정면.jpg


 

필자는 모차르트의 삶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전에 눈이 갔다. 음악사에서 모차르트가 가지는 중요성이 있기에 수차례 언급되긴 하지만, 그의 삶을 모조리 다룰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평전은 그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다. 그의 사후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는 스토리는 오로지 평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음악가의 평전은 그 당시의 경쟁자나 음악 상황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음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지금과 다를 수도 있기에 모차르트에 대한 평가가 어땠을지는 모차르트와 동시대 시민의 입으로 말하게 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모차르트와 비교되는 음악을 전혀 알지 못한다. 모차르트가 유명하고,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더라도 다른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그렇기에 단순히 인물만 국소적으로 다루어선 안된다.

    

해당 책은 평전으로서 기능을 충실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이나 수많은 관계를 잘 나타낸다. 이런 장점은 마치 그 당시를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두꺼운 책을 읽는 이유는 모차르트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모차르트를 마치 유리병 안에서 세밀하게 관음하는 쾌감은 참으로 묘하다. 그 배경까지 알게될수록 인간적인 모차르트를 마주하면서 천상의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지상으로 끌어내린 느낌도 든다.

    

그가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는 음악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상승곡선이나 평생을 먹고 살만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상황으로 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모차르트가 아프거나 편지를 통해 솔직한 심경을 밝히는 모습을 볼수록 친근하다.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현대인과 다를 바 없다. 서로에게 지금 "삶이 힘들다"거나 "돈 좀 빌려달라",  "앞으로 뭐를 해볼거다"와 같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모차르트가 음악의 거장이라고 음악 외의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당시 편지가 주는 느낌


 

평전은 자서전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 직접 서술한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그의 말을 전해 듣거나 혹은 편지와 같은 기록을 통해 그의 삶을 재구성할 뿐이다. 그럼에도 과연 모차르트가 생전에 예상이나 했을까 걱정될 정도로 그의 모든 흔적이 평전 속에 박제 되어 있다.

    

그가 직접 작성한 편지에서 유머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았고, 어쩌면 우리보다 힘든 삶을 살다가 삶의 최정상에 미처 오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된다. 그의 주변인이 작성한 편지들도 재밌는 부분이다. 모차르트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더라도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모차르트를 언급하는 부분은 모차르트는 알지 못했을 내용이다. 그렇기에 그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외부 시선이 평전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특히 모차르트나 모차르트의 누나 난네를이 기억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은 아버지 레오폴트의 편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또는 빈에서 활동할 당시의 아내 콘스탄체에게 수시로 편지를 보냈기 때문에 가족과의 많은 대화를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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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원문을 보면 모차르트는 상당히 유머러스한 인물이기도 했고, 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가족과는 솔직한 상황을 보고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향해 애정표현의 일종으로 유머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다정한 30대 가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차르트는 빈 활동 당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기 때문에 편지를 통해 그들에 대한 사랑을 자주 표현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콘스탄체에게 달려가 꼭 안고 싶다 등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편지에서 묻어난다. 이런 모습은 음악의 거장이라는 칭호 뒤에 가려진 그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한 페이지마다 대응되는 쾨헬번호, 그것이 합당하다 느낀 이유


 

모차르트의 곡 수는 상당히 많다. 바흐나 슈베르트를 포함해서 수백개의 곡을 작곡한 이들 중 하나이다. 단순히 곡이 많다고 하는 건 평전을 읽은 후에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각 곡이 쓰여진 배경을 명확히 알고 난 후 에 그의 인생이 음악으로 가득차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곡 수는 상당히 많다. 바흐나 슈베르트를 포함해서 수백 개의 곡을 작곡한 몇 안되는 작곡가이다. 그러나 단순히 곡이 많다고 하는 건 평전을 읽은 후에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각 곡이 쓰여진 배경을 명확히 알고 난 후 에 그의 인생이 음악으로 가득차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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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에게 재능을 발굴 받아 여행을 다니며 음악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 자칫 음악에 소질 있는 아이가 될 뻔했지만, 아버지의 노력으로 그는 음악 신동으로 유럽에 알려졌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여행 중 연주를 위해 돌아다니는 동안 작은 건반 악기를 통해 작곡해보는 경험을 했으며, 다양한 거장의 음악을 만나며 음악적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바탕으로 모차르트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음악과 관련되지 않은 순간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바쁜 삶을 살아간다. 그의 재능이 전 유럽에 알려진 것과는 별개로 음악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직책에 지원하는 모습이 평전을 펼치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다. 또한 편지 속에서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 부탁하는 부분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당대의 수많은 음악가가 모차르트가 최고의 재능이고 경지라고 일축하는데, 경제적 상황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위의 상황은 그가 곡을 쉬지 않고 써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귀족이 그에게 곡을 요청했고, 그는 사례를 받기 위해 열심히 곡을 작곡했다. 물론 그의 재능은 그런 곡들이 후대에도 모두가 감상할 수 있는 걸작으로 탄생시킨 것 뿐이다. 돈을 벌기 위해 곡을 작곡한 것 외에도 레슨을 하는 등 참 바쁘게 살았다.

    

이외에도 그가 소속되어 있던 프리메이슨을 위한 곡도 다수 있다. 이런 곡은 순전히 그가 추구하던 가치를 위해 작곡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위 내용이 이 두꺼운 700쪽이 넘는 평전 속에 빼곡히 들어있다. 그가 한순간도 편히 쉬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본 책을 접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곧바로 다 읽지 못할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장 궁금했던 순간을 중심으로 펼쳐보았다. 다행히 역사적 배경이 잘 서술되어 있어 부분적으로 읽더라도 별다른 고충 없이 넘겨볼 수 있었다. 이후에 사이의 내용을 읽으며 큰 갈피 아래의 세부사항을 채워보았다.


평전을 읽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무조건 시간 순으로 읽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그 시대적 배경을 스스로 공부하면서 볼 수 있다. 특히 모차르트는 자주 장소를 옮기기도 했고, 익숙치 않은 유럽에서 폭넓게 활동했으므로 지도를 보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렴 어떨까. 그의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읽어도 흥미롭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경험은 이토록 흥미로운 서사가 없음을 증명한다. 이 일대기에 배경음악은 스스로 창조해 내었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빈틈없이 채워넣은 인물이 바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다. 그를 통해 심심한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세기의 거장이 삶에서 고통스럽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자면 우리의 삶이 고통스러운 건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모차르트의 얼굴은 웃고 있었던 것을 보았다. 그는 이 삶을 음악과 함께 살아갔다. 유쾌하게 헤쳐나가며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음악사를 후대 작곡가에게 넘겨준 후 홀연히 사라졌다. 임종의 미스터리함까지 그의 삶은 그저 흥미로울 뿐이다. 이를 꼭 평전으로 만나보길, 모두에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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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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