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언가를 길들이는 힘 [음악]

글 입력 2023.08.2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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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zed][포맷변환]바이올린.jpg

 

 

최근 나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잠깐 비올라 레슨을 받았을 때, 오케스트라의 중심을 차지하고 비올라보다 높은 음을 내는 바이올린은 갈망의 대상이었다. 바이올린보다 큰 비올라의 무게를 탓하며 처음 잡은 현악기와 차츰차츰 멀어졌다. 수능이 끝나고 처음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다. 그때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배우리라 다짐했던 것 같다. 흐릿하게 품었던 꿈은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가 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하게 되면서 내 안에 잠들어있던 욕망이 하나둘 꿈틀꿈틀 깨어나기 시작했다. <고잉홈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잠시 잊고 있었던 바이올린에 대한 열망의 싹을 키우게 되었다. 바이올린의 선율에 따라 연주자가 머리와 손을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바이올린 매력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바이올린을 배워야겠다!"

 

스무 살에 품었던 다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과거는 이렇듯 흔적을 남겨 미래에 어느 순간에 되살아난다. 곧바로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린 상상 속 데이비드 가렛의 현란한 연주와는 달리, 나의 연주는 "끼익" 그 자체였다. 활을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현에서는 삐걱대는 소리가 났고, 운지가 어려워 음이 달라지기 일쑤였다. 그때 비로소 무언가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악기 하나를 다루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길들이는 힘은 기울인 노력과 시간에서 나온다. 책 <어린 왕자>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등장한다.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길들인 시간이 있기 때문이야"

(It is the time you have wasted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당연하지만 잊고 지냈던 중요한 진리를 되찾은 기분이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지금 나는 악기를 길들이는 힘을 키우고 있다. 바이올린을 길들여 훗날 나만의 소중한 연주로 바이올린과의 첫 만남을 추억하고 싶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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