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팽팽해지는 순간 [사람]

나를 잡아끄는 무언가
글 입력 2023.08.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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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 직업은 사랑을 많이 받지만, 미움도 많이 받는 직업이에요. 그리고 전 미움을 받을 때 제가 팽팽해진다는 것을 느껴요’

 

내가 팽팽해진다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표현이라 한동안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럼 내가 팽팽해지는 순간은 과연 언제이지? 그랬던 적이 있었던가?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 팽팽함이란 게 존재할까? 인간관계에서 존재하려나. 온갖 생각이 떠돌던 머리는 끝내 정답을 찾지 못해 백기를 들고 이내 눈길을 돌렸다.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 팽팽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목표를 좇을 때, 그때 가장 팽팽해진다. 마치 꿈을 향한 반짝임처럼 좋게 포장된 이 순간에는 감당할 수 없이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와 아직 공부할 게 훨씬 많이 남았다는 박탈감, 깊은 수면을 이루지 못한 피로감, 가까운 지인들을 미처 챙기지 못하는 미안함, 주변을 돌아볼 수 없는 답답함 등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이 속해있다.

 

그렇지만 모순되게도 마치 이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이때가 되면 시간을 분 단위로 활용하는 모습에 뿌듯해하곤 한다.

 

지금이 딱 그렇다. 8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감도 안 잡히고, 어제의 내가 무엇을 했는지, 가족들과의 마지막 연락이 언제인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요즘이다.

 

이 생활은 몇 개월간 잠시 지속될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만, 그 기간에 난 더욱 팽팽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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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느꼈을까.

 

남들은 간곡히 휴식을 원하는데 왜 나는 뿌듯함을 더 느꼈을까. (사실 나도 지인들에게 요즘 내가 동태눈깔이라 소개하기도 하지만) 나는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기약 없는 쉼을 싫어했다.

 

퇴사 후 취준생이라는 명목으로 백수의 삶을 사는 나를 보며 많은 이들이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그 시선이 내심 불편했다. 일상에 의무감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절제하며 사는 현재 속에서 대부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걸 잘 알기에, 누군가 부럽다는 뉘앙스를 풍길 때면 괜히 나태함이 들통날까 봐 혼자 마음 졸이곤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언제나 일은 쓰나미처럼 다가왔다. 내가 원했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는 일은 잘 없었다. 학교 다닐 때처럼 시간표를 짜서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 휘몰아치는 많은 일에 잠기기 직전까지 와버렸다.

 

하루하루 열심히 헤엄치며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 겨우겨우 수면 위로 머리를 띄우고 있는 이 상황에 약간의 쾌감을 느꼈던 순간 확신했다. 아, 나 지금 되게 팽팽하구나.

 

물론, 가끔은 간절히 쉼을 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를 괴롭히는 이 팽팽함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나를 잡아끄는 무언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듯 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마도 난 한동안은 많이 괴로워하면서도 팽팽함을 즐기며 살아갈 것 같다.

 

나를 잡아끄는 무언가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이 서서히 부풀어 오르듯 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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