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했던 모차르트 - 모차르트 평전

다큐멘터리 PD인 이채훈의 <모차르트 평전>
글 입력 2023.08.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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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의 모차르트는 공주 두 명에게 안내를 받으며 쇤부른 궁전을 둘러보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러자 막내인 마리아 안토니아가 달려와 모차르트를 일으켜 주었다. 모차르트는 공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친절한 분이로군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평민 소년이 신성로마제국의 공주에게 청혼한 엄청난 일이었지만 둘의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진지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이후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마리아 안토니아 공주는 루이 오귀스트 왕자와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향년 37세에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이름으로 단두대 앞에서 처형당하게 된다. 모차르트가 사망한 1791년에서 2년이 흐른 1793년 10월 16일이었다.

 

 

 

거장이 아닌 '인간' 모차르트를 살펴보며


 

해당 도서에는 사소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모차르트의 일화가 가득 담겨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했던 위의 일화만 해도 그렇다. 「모차르트 평전」에서는 음악사의 이름을 남긴 거장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주목하지 않는다. 한 사람으로서의 모차르트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을 뿐이다.


 

어린 모차르트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기 전에 언제나 "저를 사랑하세요?"라고 물어보었고, 누군가 장난으로 "아니"라고 대답하면 두 눈에 눈물을 글썽였다. (16p)

 

 

젊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안고 있는 테레지아 황후의 벽 장식에 대한 건축 세부사항 (1864).jpg
Moritz Von Schwind, 《Architectural Details for a Wall Decoration with Empress Maria Theresia Embracing the Young Wolfgang Amadeus Mozart》,1864

 

 

사람들의 리뷰에 '사랑스럽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묘사된 어린 모차르트는 가히 사랑할 만하다. 쇤부른 궁전에 방문한 모차르트가 연주를 마친 후 마리아 테레지아의 무릎에 뛰어올라 뽀뽀를 한 사건만 봐도 당돌한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임신 중에 전두에 나가 싸웠을 정도로 강인한 국모는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참 귀여운 아이로구나"하고 칭찬했다고 한다. 어린 모차르트가 당시 사람들에게도 귀엽게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다정한 성품은 책장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가족이 모두 함께했던 여행이 끝나고, 레오폴트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둘만의 여행을 준비하자 모차르트는 누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는 이탈리아 여행 중에 난네를에게 편지했다.


 

누나가 로마에 함께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곳 산 피에르토 성당도 멋있고, 그 밖에도 근사한 곳들이 많아서 누나가 틀림없이 좋아했을 텐데... (111p)

 


그는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상세하게 전달했다. 난네를이 함께 여행을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쓴 것이다. 이처럼 섬세하고 친절한 모차르트의 성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한다.

 

 

 

거지처럼 세상을 떠도는 음악가


 

가 책의 여러 가지 장점 중 하나는 당시에 모차르트나 주변인들이 주고받은 편지들이 적나라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침대에 똥을 싸고 깔아뭉개겠다는 사춘기 소년의 더러운 농담이나 아내에게 적어 보냈던 남편의 성적인 농담이 적절하게 번역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안네의 일기'처럼 친근하게 읽혀서 모차르트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그리고 그중에는 모차르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편지도 포함되어 있다. 밀라노의 페르디난트 대공이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조언을 구하자 다음과 같은 편지가 돌아왔다.


 

어린 잘츠부르크 음악가를 궁정에 두어도 좋을지 물었구나. 네 궁정에 작곡가 같은 쓸데없는 사람이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꼭 원한다면 굳이 막지는 않겠다만 쓸모없는 사람을 궁정에 두고 직함을 주는 게 네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게 사실이란다. 거지처럼 세상을 떠도는 음악가를 곁에 두면 네 명예가 떨어질 수도 있어. 게다가 그 아이는 부양할 가족도 많잖니. (146p)

 

 

위의 편지를 쓴 사람이 어린 모차르트의 뽀뽀를 받아주며 '참 귀여운 아이'라고 귀여워했던 마리아 테레지아라면 믿어지겠는가? 위의 편지로 인해 모차르트가 합스부르크 왕가와 신성로마제국 궁정에 취직할 가능성은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대체 어떤 연유로 모차르트 일가와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사이가 갈라서기 시작했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는 마리아 테레지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모차르트를 한 번 사랑하고 나니 그가 겪게 되는 고난에 무조건적으로 공감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책에 기록된 편지들을 읽으며 풍부한 감정을 향유할 수 있었다. 인간적인 매력을 엿보며 친숙함을 느끼기도 하고, 모차르트가 모르는 사이 그의 앞길을 막게 된 편지를 읽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음악사의 가장 뜨거운 논란, 모차르트의 사인


 

그리고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누가 뭐래도 모차르트의 죽음에 관한 부분이었다. 찬란한 성공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다. 콘스탄체는 모차르트가 죽기 사흘 전에 남긴 말을 노벨로 부부에게 전했다.


 

"맘껏 작곡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리에 임명받아 내 명성에 걸맞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대가로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더는 유행의 노예가 될 필요가 없어진 지금, 더는 협잡꾼들에게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이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맘껏 작곡할 수 있게 된 바로 이 순간 내 예술을 떠나야 하다니! 내 가족, 내 불쌍한 아이들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된 이 순간에 떠나야 하다니..." (694-695p)

 

 

저자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모차르트의 사인의 대한 부분을 가장 공을 들여 서술했다고 한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단 최대하게 자세하게 조사하여 '모른다'는 판단을 내려놓았다.


다수의 의견은 모차르트의 지병인 류머티즘열이 과로 때문에 악화되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의사 카를 베어는 모차르트의 증상을 전형적인 류머티즘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사 알로이스 그라이터는 모차르트의 신장이 망가져 복수가 차올랐고 그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보았다.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는 설이다.

 

모차르트 독살설은 1791년 말 베를린에서 발간된 「주간 음악 소식」 기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것은 몇 년 뒤 콘스탄체의 증언으로 다시 고개를 들이밀게 되었다. 모차르트가 산책 중에 "누군가 내게 아쿠아 토파나를 먹인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쿠아 토파나(Aqua Toffana)는 토파수 비소와 수은이 든 독약으로, 당시에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죽이기 위해 부인들이 자주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모차르트 평전에서는 독살설의 용의자로 총 네 사람을 지목하고 있다. 첫째는 모차르트와 경쟁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이고, 둘째는 모차르트가 속해 있던 프리메이슨이다. 세 번째로는 콘스탄체와 쥐스마이어가 공모해서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주장이다. 넷째는 프란츠 호프데멜이다. 그의 아내인 막달레나는 상당한 미인으로, 모차르트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어질 추문이 예상될지도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진실을 알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른 나이에 자유를 앞두고 죽음을 맞이한 그의 처지가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확실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듯 흘러가는 책장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듯이 흘러간다. 이러한 감상은 아무래도 저자인 이채훈의 특별한 이력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서울대 철학과를 다니게 되었다. 이후에는 MBC 다큐멘터리 PD로 입사하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중 '제주 4.3', '여수 14연대 반란', '보도연맹-잊혀진 대학살' 편을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하여 대한민국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적도 있다.

 

다큐멘터리 피디라는 이력이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당 도서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모차르트를 관찰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감상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저자의 개인적인 사견은 배제되어 있으며, 본인조차 개인적인 감상을 넣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모차르트 평전」은 눈으로 읽는 다큐멘터리라고도 볼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756년 1월 27일로 돌아가서 사랑을 받고 싶은 소년이었던 볼프강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가 청년으로 자라나서 천재로 이름을 알리고, 아버지와 화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레퀴엠'을 작곡하다가 의문사하는 일련의 과정을 4D 안경을 쓰고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책장을 덮는 순간에는 아쉬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타임머신에서 내리며 느낀 점은, 「모차르트 평전」은 모차르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엄청난 두께의 첫 장을 넘기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모차르트의 인생을 완독하고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음악으로 남아서 당신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모차르트 평전 평면 표지 정면.jpg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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