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어디에선가 날아온 편지

이름 없는 편지다. 누구인가?
글 입력 2023.08.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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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를 하는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있을까요? 당신은 저를 만난 적이 없지만 저는 매번 당신을 보았습니다. 가끔이지만 당신은 꿈의 편린을 통해 저를 보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저보다는 당신에게 가까운 모습만을 보았답니다. 당신은 저에게 가끔 편지를 보내곤 했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묘합니다. 그래서 다소 서두 없을 수 있는 내용, 견뎌주세요. :3


당신의 기억이 시작하던 세상은 작았습니다. 밖을 나가기보다는 집에 있는 걸 좋아했고 그런 당신은 책을 보았습니다. 한글도 모르면서 그림을 구경하려고 책을 펴던 당신이 기억납니다. 채소 사진이 좋아서 도감을 펼치고, 삽화가 마음에 들어서 동화를 보고 내용도 모르면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눈치껏 이야기를 읽었던 당신은 글을 배우고 생각해 왔던 내용과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즐거워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 뒤로 나이를 먹어도 동화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당신은 꿈의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떨 때는 한 문장으로 사람들의 감동을 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삽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 표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어렸던 당신은 꿈이 많았고 성급하게 결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해서 사는 당신이 정말 좋았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친구를 만나고, 그저 재미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동아리에 들어가는 등 당신은 성장하며 여러 갈래로 나눠진 길을 보수하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며 전혀 다른 길들을 이어 나아갔습니다. 나아가며 했던 다양한 선택들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마주하고 상처받고 기뻐하고 성장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그대는 항상 상황에 맞는, 자신이 원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 왔다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매번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했고 약간의 운과 당신의 노력, 당신이 만들어 낸 상황들이 항상 당신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저는 당신의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남들은 갑갑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대로 움직이는 모습. 협업할 때는 남들의 말을 잘 듣지만, 생활면에서는 자기 맘대로,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다소 독불장군 같은 모습. 여러 가지에 관심을 보이지만 결국 그게 모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 당신이 보여주었던 모든 모습을 그려볼 때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당신은 성장했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결국 제가 있는 곳에 도달했습니다. 노력의 결과물이 만족하실까요?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고 어안이 벙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성격도 직업도 외형도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보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더 당신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좋지만, 당신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용기 내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당신은 나태하지 않아요. 날마다 충실히 살아가고 있어요.

상처받아도 꿋꿋하게 이겨내길, 상처를 딛고 일어서길.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저는 당신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당신과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당신이 행했던 선택들, 행할 선택을 모두 지지합니다.

당신의 내일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요.



단 한 가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운전면허를 빨리 따길 부탁드립니다. 곧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곁을 떠날 거거든요. 저는 그와 평생 함께할 거라는 오만에 행동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꼭 빨리 배워서 그를 데리고 가까운 데라도 좋으니, 여기저기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저는 당신이 될 것이고 미래의 저는 지금과 같은 걱정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성실하게,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이 저의 과거여서 저는 행복합니다. 그럼, 언제가 또 연락할 수 있기를. 감사합니다.

 

- 어느날의 미래의 당신이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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