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에스트로가 아닌 마에스트로들 - 마에스트로 [영화]

글 입력 2023.08.11 03: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마에스트로maestro. 본래 한 분야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지만, 오늘날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지휘자에 대한 경칭으로 그 뜻이 굳어져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에 비해 마에스트로의 복수형 표현인 마에스트로들maestros은 누가 들어도 생경하고 어색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단 한 사람 뿐이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한 분야의 범접할 수 없는 거장을 복수형으로 논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불편함이 꿈틀댄다.


영화 <마에스트로(들)Maesto(s)>은 한 지붕 아래 두 명의 마에스트로들이 겪는 미묘한 갈등을 가족과 음악의 언어로 풀어가는 영화다.

 

 

4.jpg

 

 

명망 높은 지휘자 부자인 프랑수아 뒤마르와 드니 뒤마르. 같은 직업을 가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할 것 같지만, 외려 서로에 대한 묘한 경쟁심으로 관계가 소원하다.

 

오래도록 존경받는 지휘자로 활동해온 아버지 프랑수아는 곧 아들에게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경쟁심을 느끼고, 명실상부 차세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아들 드니 역시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늘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어느 날 아버지 프랑수아는 오래도록 소망해온 무대인 ‘라 스칼라’의 지휘자 자리를 제안받고 뛸 듯이 기뻐하지만, 곧 아들 드니는 자신에게 와야 할 제안이 아버지에게 잘못 전해졌음을 알게 된다. 비로소 아버지를 넘어 정상의 위치에 서게 되었음에도, 아버지가 평생을 꿈꿔온 자리를 가로채는 느낌에 드니는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다.


프랑수아와 드니의 갈등이 그저 지휘자로서의 알력다툼일 뿐이었다면 드니는 라 스칼라의 지휘자가 된 순간 오롯이 기쁠 수 있었을 테다. 한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둘일 수 없음이 자명하고, 프랑수아와 드니 모두 그간 숱한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단상을 밟아온 경험으로 다져진 이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노련한 두 마에스트로 사이의 오랜 갈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갔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건 놀라울 정도로 전형적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부자간 갈등에 불과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는 복잡미묘한 힘의 역학관계로 묘사되곤 하는데, 겉으로 고매하고 우아해보이는 지휘자 부자 역시 여느 아버지와 아들과 마찬가지의 갈등으로 골몰하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2 (1).jpg

 

 

언뜻 보기에 프랑수아와 드니 사이의 갈등은 그들이 지휘자라는 같은 직업을 가져서 더 극대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전형적이고 무뚝뚝한 부자 사이의 깊은 골을 차차 메워주는 것은 다름아닌 음악이다.

 

늘 자기 할 말만 바빴던 외골수 부자지만, 그와 동시에 여러 악기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지휘자이기도 한 프랑수아와 드니는 어느 순간 가족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삐걱대는 가정을 함께 조율해나가기 시작한다.

 

 

131.jpg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는 한 명 뿐일지 모르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결코 혼자서는 성립될 수 없다. 홀로 우뚝 선 마에스트로maestro 대신 기꺼이 마에스트로들maestros이 되기로 선택한 부자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최지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