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형식을 허무는 앙상블 - 고잉홈프로젝트

글 입력 2023.08.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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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클래식은 상당히 낯선 예술이다. 모든 예술 양식은 저마다의 주제를 내포하기 마련이지만, 클래식의 그것은 유독 포획하기가 어렵다.

 

금번 ‘Going Home Project’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명확한 악기명마저 모르는 문외한인지라 해부하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현장에서 나는 심층적인 의미를 도출하기보다 대신 그저 느껴지는 것, 보이는 것을 포착하려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악단 ‘더 고잉 홈’의 창단 역사와 비전이 담긴 리플릿이었다. 전 세계 유수 악단에 산재해 있던 한국인 음악가들 그리고 그들과 호흡을 맞춰 온 국외 연주자들이 국경을 초월해 ‘음악’이라는 집으로 함께 향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원했다는 것. 그리고 이는 공연 실황 당시 세계 뮤지션들이 인종,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교차해 착석한 배열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형식을 허무려는 그들의 실험 양상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특정 악기 군에 편중되지 않은 연주부터, 양극단의 분위기가 담긴 곡들을 연달아 배치한 것이 그랬다. 

 

해일을 딛고 순항하는 배를 연상시키는 비범하고 장렬한 기운의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서곡으로 포문을 열어 자연의 음향들을 몽환적이고 모던하게 재해석한 곡 ‘스피릿 오브 더 와일드(오보에를 위한 협주곡)’로 섬세한 결을 살리다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곡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 작품 번호 45’에서는 다시금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광대한 객석의 공기를 채웠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후반부로 향할수록 각 악기 군의 매력이 더 확연히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대규모 합연의 경우는 스펙터클은 담보될 수는 있어도 각 연주자의 기량은 묻히기 쉽다고 생각한다.

 

‘더 고잉 홈’은 장엄한 서곡을 필두로 하여 청중의 주의를 환기한 뒤, 이어지는 두 번째 곡에서는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인 만큼) 연주자 ’함경‘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도록 했고, 타악기의 완급 조절을 통해 다른 악기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자연의 소리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곡에서는 총 세 악장에 걸쳐 다양한 악기 군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조화로이 섞이도록 꾸린 연주를 통해 모든 테크니션들을 주 무대에 올렸다.


그들의 스토리텔링은 종국에 지휘자 ‘발렌틴 우류핀’의 입을 빌려 완성되었다. “지휘자도 독주자도 없고 우린 음악인들일 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지휘단에서 물러나 지휘봉을 내려놓고는 무대 가운데로 나아가 클라리넷을 집었다. 그리고 클라리넷, 플루트 등의 선율에 더해 소규모 앙코르 연주를 선보였다.

 

성별과 국경, 곡의 배치, 악기 군에서 나아가 지휘자와 연주자 심지어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마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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