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 - 여전히 미쳐 있는

글 입력 2023.08.0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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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전자책에 빠져 있어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토록 두꺼운 책을 꽤나 오랜만에 봤다.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이 책을 처음 받고 느낀 것은 어떤 위압감이었다.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와 ‘다 읽는 게 맞는 걸까’라는 책 출판의 의도와 동떨어진 질문을 머리로 한참 했다.


끝내 나는 다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을 버리고 이 책을 읽었다. ‘페미니즘과 글쓰기에 대한 연구를 21세기로 확장’했다는 것에 걸맞게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해 배우기 좋은 책이지만, 그 배움의 무게가 나에게는 너무 컸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여자와 남자를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일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이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나라에 따라, 시기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이 차이가 커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가 다소 쉽지가 않았다. 그저 나는 나대로의 주장을 갖고 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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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받은 비평 수업에 있다. 글을 어떻게 해석하고 읽어야 하는가를 배우며 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의미를 하는가 등을 배웠다. 그 이후에 배운 것이 여러 비평 방식이었다. 역사주의적 비평, 고전비평, 근대비평, 현대비평, 사회문화적 비평 등을 배웠고, 그 중 하나가 페미니즘적 비평이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그에 대해 듣고 접해 본 적은 많았는데, 그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학습’이라는 것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수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페미니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등으로 말이다. 여느 학문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나뉘고, 하위적인 분류가 생기듯 페미니즘 또한 그러했다.


아무튼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접하기에 이 책은 조금은 어려운 책이었다. 작가가 서양 사람이라 그런지, 그 나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어려움이 배가 되는 것도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195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반란이 시작된 태동기부터 196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항쟁 시기,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페미니스트 사상가들과 예술가의 각성에 이르기까지 시대 순으로 진행된다. (…) 그러나 이 책은 페미니즘의 쇠퇴와 몰락을 다룬 역사가 아니며, 그런 일과 관련된 페미니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역사도 아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목격 중인 부활해 관해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이 책은 수 세대에 걸쳐 여성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문화적 변혁의 비전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 삶의 수수께기를 타진해왔는지 따져보는 이야기다.
 


나도 그랬고, 기본적인 정보만 보았을 때 마냥 페미니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문학에서 페미니즘이 어떻게 드러나 있는가, 어떻게 표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담겨 있다. 다소 실용적인 학문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에 페미니즘적인 의식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잘 몰랐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페미니즘이 대두된 것에 비해 그게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만 하더라도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 않는가. 지금도 나는 페미니즘의 학문적인 측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뭔가를 알면 알수록 왜 각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못하는가, 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꼭 페미니즘이 아니어도, 성별에 대한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예로부터 세계적으로 인권을 찾기 위한 운동이 다양하게 여러 차례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건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별이 생겨난 것이고, 그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쯤 되니 뭐가 존중인지, 존중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머리가 아파 온다.


이 책은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분류하거나의 목적이 담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이렇게 우리 일상에 있었고, 여성들은 이런 일을 해 왔고, 예술 부분에서는 이런 것이 있었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그 이론적인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해 책이 어렵게 읽혔다. 간단하게라도 페미니즘이든 여성 서사적인 것이든 공부를 한 뒤에 책을 읽으면 보다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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