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은 세계를 가져온다. [문화 전반]

사람은 설레고 두렵다.
글 입력 2023.08.0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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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나, 사람, 세상,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철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세계에 던져졌다. 사는 것보다 살아지는 것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고통을 겪고, 자아에 대해 고민도 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고뇌의 시간을 가진다.

 

인생에 명확한 정답은 없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그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공감했던 구절이 있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어딘가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계와 같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 시절 교양수업에서 배웠던 ‘편측공간무시’가 떠올랐다.


‘뇌 속의 나: 인식의 해부학’이라는 교양수업을 들었다. 심리 관련 수업으로 알고 신청했지만, 뇌인지신경을 다루는 과목이었다. 학기 중반부쯤 “편측공간무시” 라는 것을 배웠다.

 

편측공간무시는 크게 왼쪽과 오른쪽으로 공간을 나눌 때 왼쪽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간의 처리를 담당하는 두정엽 부분이 손상되어 안구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뇌가 인지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증후군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좌뇌는 신체의 우측을, 우뇌는 좌측을 담당한다. 두정엽은 우뇌에 있는데, 두정엽이 손상되면 왼쪽 안구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편측공간무시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 그림 샘플을 주고 똑같이 따라 그려보라고 하면 오른쪽밖에 그리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이 완벽하게 따라 그렸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할 때도 오른쪽에만 한다. 놀라운 건, 옆에서 누군가 ‘너 지금 반쪽만 화장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순간 자신의 왼쪽 공간을 인지하고, 왼쪽도 화장할 수 있다.

 

누군가 인지시켜 주기 전까지 세상이 반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반쪽짜리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눈을 통해 시각은 계속해서 주입되나 뇌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꼭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절을 읽으며 편측공간무시가 떠올랐다.


나는 분명 세상을 보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곁에 둘 때 내 세상이 부정되기도, 긍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한다는 건 이미 존재했던 무언가를 내가 새롭게 인지하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을 만나며 세상이 확장되는 희열과 설렘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임으로써 오는 새로운 고통을 동시에 맛본다. 굳이 나만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지 않아도, 이 문장을 읽으며 각자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이런 이유로 설레고 두렵다. 사람은 세계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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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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