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은 사람을 끌어당긴다 - 마에스트로

선율 위에서 하나가 되는 두 사람
글 입력 2023.08.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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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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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가장 첫 장면.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르 지휘자, 드니 뒤마르가 (이하 드니) 권위 있는 음악상을 받는다. 러면서 관객석에 있는 가족과 지인 한 사람씩 언급한다.

 

그런데 한 자리가 비어 있다. 그러면서 드니 뒤마르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음악적 영향을 크게 미친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 (이하 프랑수아)를 언급한다. 아버지도 그와 마찬가지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음악계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상식 자리에 없는 대신, 프랑수아는 집에서 TV로 아들의 수상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이 장면들은 영화의 핵심을 짚는다. 아들의 시상식에 가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이 말해주듯,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1명이다. 무대에는 오직 1명의 지휘자만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코다’ 제작진이 만들어 낸 음악 영화 ‘마에스트로’는 세계적인 지휘자 부자(父子) 드니와 프랑수아가 평생 꿈꿔온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지휘자 자리를 두고 발생하는 일을 담고 있다.

 

 

 

사람을 연결하는 음악의 힘


 

‘코다’에서는 주인공 ‘루비’가 노래하는 자신을 보러 온 농인 가족들에게 수화로 노랫말을 전한다. 들리지 않는 가족들, 그리고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까지. 감각과 거리를 훌쩍 뛰어넘어 노랫말과 울림을 고스란히 전한다.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 보이지 않지만 긴밀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고 끌어당긴다.

 

‘마에스트로’도 마찬가지다. 드니와 합을 맞추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드니의 애인이 보청기를 하나씩 낄 때 점차 커지던 드니의 피아노 소리 연출로 그녀가 농인 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녹음실에서 드니와 매니저 겸 전 아내가 다투던 장면이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부스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음의 특성을 살린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 안에서 녹음하던 바이올리니스트는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소리 없이 보고 오해하며 녹음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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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집 앞에 찾아온 드니는 북을 울리며 그녀를 부른다. 영화 ‘라라랜드’에서도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세바스찬이,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아를 집 밖으로 부르기 위해 차의 클랙슨을 울린다. 이것처럼 청각적인 요소를 사용한 것이다. 사람 사이의 갈등과 화합에는 청각적 요소, 그리고 음악이 필수조건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 바로 피아노 연주에 미숙한 아들 옆에 앉아 연주를 돕는 드니의 모습이다. 아들의 오른손과 함께 어우러지는 드니의 왼손. 분명 두 사람의 손임에도 마치 한 사람의 손인 듯 조화롭게 피아노 선율을 타고 건반에서 춤을 춘다. 드니의 오른손은 아들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 채로 말이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 장면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도록 비슷하게 연출했다. 결국, 드니가 무대에 오른다. 역시나 가족들을 비추고 마지막 한자리는 비어 있다. 그때 무대 측면에서 프랑수아가 등장한다.

 

자신의 아버지이자 지휘자인 프랑수아와도 무대에서 지휘의 합을 맞춘다. 두 명의 지휘자가 꾸리는 전례 없는 무대라니! 드니와 프랑수아의 지휘로 꾸려진 무대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다. 드니가 그의 아들과 함께 손으로 화합을 맞춰 하나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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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장 지휘자 드니. 그리고 그런 아들의 영향으로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아버지 프랑수아. 이미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아버지인 프랑수아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드니.

 

오는 8월 9일에 개봉하는 영화 ‘마에스트로’는 두 사람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음악이라는 소재로 우아하게 연출하며 화합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더 나아가 관객들의 마음마저 단숨에 끌어당긴다.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등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관람객이라면 귀까지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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