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첫 뉴에이지 되새기기 - 이루마 솔로 SOLO

글 입력 2023.08.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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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뉴에이지를 참 좋아한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대개 한국인이 처음으로 접하는 뉴에이지는 이루마의 곡이다.

 

특히 내가 처음 ‘뉴에이지’라는 장르 자체를 접했던 10여 년 전에는 ‘River flows in you’가 범접할 수 없는 대중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욱이 그랬다. 뉴에이지를 듣고 싶어서 이루마를 들은 게 아니고, 이루마를 듣고 뉴에이지에 관심이 생겼다.


이루마를 참 많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밝은 곡보다 슬픈 곡을 좋아했다. 뉴에이지 장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루마의 곡은 ‘Reminiscent’. OST로 유명한 ‘When The Love Falls’도 많이 들었고, 이번 20주년 악보집 SOLO에 수록된 ‘잃어버린 섬(Lost In Island)’도 좋아했다.

 

늘 듣기만 했던 곡들의 정식 악보가 나온다니.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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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Island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친지 10년도 넘었던 작년 여름, 나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우연히 놀러 간 친구의 집에서 마주한 전자 피아노는 내 동심을 자극했다. 그때도 치고 싶은 곡은 뉴에이지였다. 그러나 내 실력은 너무 처참했다. 그때 나는 짧은 절망도 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도 쳤던 피아노인데 왜 10년이나 더 살았는데도 이렇게 못 하는지, 충격이었다.

 

1년이 지났다고 내 피아노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인부 시간과 안 맞아 피아노 학원도 다니지 못했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친구의 집에 자주 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 절망을 맛본 탓일까. 내 마음처럼 연주가 안 된다고 해서 그렇게 답답하지도 않았다. 일단 그때는 정식 악보가 뭔지도 찾을 수 없었는데 나에겐 영구 소장 가능한 악보가 있다. 내 노력으로 이루어낸 건 아니지만 한 단계 더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할 때의 좋은 점은, 연주가 녹록하게 이어지지 않아도 곡의 정서와 감정이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번 악보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Lost In Island’는 도입부터 오선지 위에 음표가 있어 날 두렵게 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내 손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기쁨이었다.

 

그게 곡 극한의 일부에 국한된대도 상관없다. 나의 연주는 차근차근 시작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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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루는 세계 중 아마도 가장 따뜻한 세계


 

이루마의 곡은 어쩌면 슬픈 음악을 더 선호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루마의 곡이 ‘내가 듣기엔 너무 따스하다’고 생각하곤 했으니까.

 

그러나 이루마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 따스함의 기저에서 은은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들어도, 그 정서를 확연하게 표현하는 곡은 ‘River Flows In You’다. 따뜻한데 애틋한 정서가 느껴진다. 나는 그 감정이 마음속에 퍼지는 순간을 정말 사랑한다.

 

이루마는 20주년 기념 ‘SOLO’ 음반을 발매하며 직접 선곡하여 새롭게 녹음했다고 한다. 특히 ‘If I Could See You Again’은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얘기들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새롭게 연주했다고 한다.

 

어릴 때 나는 이 곡을 들으며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지금의 나는 이루마를 듣던 어릴 때의 나를 떠올린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유독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요즘, 나도 어릴 적 나를 떠올리며 연주할 수 있다. 실력은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 감성의 회로는 나도 따라갈 수 있다.

 

이루마의 세계는 아마 어렸을 적 나를 이루던 세계 중 가장 따뜻한 세계였을 것이다. 어릴 때는 ‘River Flows In You’도 척척 연주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왜 안 되는지. 그럼에도 나는 이 세계에 초대받은 것만으로 들뜬 기분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걸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긴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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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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