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엘뤼아르 시 선집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7.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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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는 다다이즘 운동에 끼어들고 초현실주의의 대표로 활약한 프랑스의 시인이다.

 

평소, 책을 읽기 전에 작가를 비롯한 정보를 찾는데, 『엘뤼아르 시 선집』은 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 시집을 읽으면서 작품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생각했다. 130여 편이 되는 시를 읽음에도, 다양하고 색다른 관점을 계속해서 접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엘뤼아르의 재밌는 점은 낭만적인 사랑과 투쟁적인 실천의 시가 동시에 있다는 점이다.

 

시집을 읽고 사랑과 자유라는 두 단어가 각각 맴돌았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그 두 단어가 맞닿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의미를 좁게 생각하면, 특정 대상에 대한 감정으로 거칠게 정의할 수 있는데, 대상의 크기를 달리 할수록 그 정의가 계속해서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가치나 집단으로 확대한다면, 자유 역시 사랑의 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을 다 읽고, '엘뤼아르는 사랑이 가득한 시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과 비슷한 맥락으로, 엘뤼아르의 생애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으로 '관계의 사랑'을 들 수 있겠다.

 

운이 좋게도, 해당 시집을 번역하신 조윤경 교수님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전술한 '관계의 사랑'이 시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말씀해 주셨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접한 서로가 변화하고 닮아가는 감정이 '관계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변화'하고' 닮아'간다'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싶다. 서로를 변화시키고 닮게 하는 강제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자연스러운 몸짓이 사랑에서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흐름.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개인이 조화를 통해 '우리'가 되어가는 기묘하고 신기한 과정. 조금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엘뤼아르의 시에서 자연과 초현실적 시상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사랑의 결이지 않을까.

 

시집을 읽다가 "나는 소망한다, 나에게 금지된 것을"을 전문으로 한 시가 나와 놀랐다. 시의 전문을 제목으로 한 양귀자 작가의 소설을 전에 읽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작가가 인용했다고 한다. (저 문장은 계속 봐도 참 멋있다)

 

이 외에도, 엘뤼아르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영감을 준 시인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장 뤼크 고다르의 영화,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도 엘뤼아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엘뤼아르는 "시인은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실제 많은 예술가가 그에게 영감을 받는다는 점이, 그의 말을 뒷받침하는 듯하여 뜻깊게 다가온다.

 

김연수 작가는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라는 글을 남겼다. 시를 읽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자주 되묻고 있는데, 요즘은 앞의 문장을 질문의 해답으로 말하는 중이다. 엘뤼아르의 다양한 시와 사랑을 접하고 스스로 좀 더 사랑스럽고 유연한 사람이 되지 않았나, 와 같은 생각도 들었다.

 

시집 한 권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하였고 아름답고 재밌는 문장들이 많아 만족스럽게 읽었다. 국내에 아직 생소한 시인일 수 있겠지만, 일독하기를 권한다.

 

 

[김민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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