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사의 클리셰 연극 - 용의 아이

글 입력 2023.07.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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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혈우_용의아이_포스터.jpg

 

 

산울림 고전극장은 2013년 1월부터 문학과 연극의 만남을 도모하며 현재까지 총 50편의 작품을 올렸다. 이번 2023년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는 “고전문학,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서”로, 올해 첫 개막작은 극단 혈우의 <용의 아이>이다.

 

장르 무협활극

작/연출 한민규

출연진 유영욱, 이해진, 김형균, 전정욱, 박서안, 백승문, 이수연, 김도하, 권승구, 채우일, 주재현

 

삼별초는 좌별초와 우별초가 합쳐진 야별초와 신의군이 합쳐진 특수부대조직이다. 고려시대 무신정권 당시 최우가 치안 유지를 위해 만든 것이다. 고려는 30여 년간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곪아 있었다.

 

원종이 즉위하면서 몽골과 사대관계를 맺고, 몽골의 속국이 되면서 삼별초의 해산을 요구한다. 하지만 삼별초는 몽골과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면서 강화에서 진도, 진도에서 제주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몽골군과의 싸움을 이어 나간다.

 

몸에 붉은 비늘 반점이 있는 김통정은 마을에 도적 떼가 들어오자 숨겨오던 괴력을 발휘하여 이들을 물리친다. 김통정의 괴력으로 몽골 장군의 목을 벤 김천지의 아들임이 알려지자, 몽골과 화친을 맺은 김방경은 김통정을 수소문해서 찾아다닌다.

 

이 과정에서 김통정의 가족은 죽음을 면치 못하고, 가족을 잃은 김통정은 복수심에 삼별초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의 시대는 영원한 칼의 시대


약한 자는 다 죽여라

 

 

용의아이_공연사진 ⓒ김명집 (2).jpg

 

 

화려하지 않은 무대 장치와 10명이 조금 넘는 배우들로도 무대가 꽉 찼다. 무대 왼편에서 배우가 직접 만들어 내는 효과음 또한 신선했던 연극이었다.

 

고려시대 무신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하여 권력의 부당함을 이야기한다. 이 서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해서 클리셰처럼 반복되고 있다. 조명과 무예, 붉은색 천으로 무대와 관객 간의 시대를 연결한다.


붉은 천을 휘날리며 "죽음!"을 외치는 것으로 공격과 공격으로 인한 죽음을 표현하는 것이 낯설었지만 무대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죽음"이라는 대사 때문에 권력 앞에서 희생된 수많은 죽음이 청각적으로도 강력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힘이 없는 천민과 노비이다. 그들은 전쟁을 택한 적이 없다. 영웅 김통정의 괴력은 이야기의 말미에는 고려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닌 자신의 복수심만을 위해 이용된다.

 

무대 뒤 편에는 칼들이 꽂혀 있는데 칼들이 기어코 모두 뽑히고서야 연극은 끝이 난다.

 

결국 우리의 역사는 역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죽이고, 남은 사람들 내에서 또 세력을 나누고, 다 죽어야 끝나는 것일까?

 



[오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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