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사랑하는 바다는 어떤 모습인가요? 책 '화가가 사랑한 바다'

글 입력 2023.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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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멀리 떠밀리더라도 해안가에 입 맞추길 멈추지 않는 바다,

이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 Sarah Kay

 

 

화가가 사랑한 바다_표지(평면).jpg


 

"바다는 한번 마법을 걸면, 영원히 경이로움의 그물에 사람을 붙잡는다"


바다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18인의 거장들


한 가지 주제의 그림들을 모아 화가의 개성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화가가 사랑한 것들' 시리즈가 '바다'를 테마로 돌아왔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화가가 사랑한 바다]는 한층 상세해진 작품 해설과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을 더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스타 도슨트 정우철의 해설로 만나는 이번 책에서는 18인의 위대한 화가들이 그린 101점의 바다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내가 바다에서 발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바다,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리고 언젠가 바다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펼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당연히 모든 이들에게 바다는 그런 공간이겠거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자, 힐링의 장소라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깼던 건, 작년 속초로 떠났던 여행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1박 2일 짧은 시간 동안, 속초로 친구와 함께 떠났던 여행에서 같이 갔던 친구는 너는 바다가 왜 좋냐고 물었다. 바다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거냐고.

 

같이 같던 친구의 고향은 남해였는데,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집의 창문을 열면 보이는 것이 바다라고 했다. 그래서 바다라는 공간이 왜 좋은지 궁금했다고 말이다. 그 친구의 질문을 듣고 나서 나는 바다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대체 바다가 무엇이기에 내가 좋아했지, 그리고 바다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다를 수 있겠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그 여행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친구는 나에게 바다의 의미를 물었고, 나는 막연히 생각해왔던 바다의 의미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림이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다를 그려낸 18인의 화가들을 보며 그러한 고민을 다시금 했다. 어쩌면 바다는 굉장히 단순할 수도 있겠다. 주변 풍경을 제외하고 바다만 찰칵하고 사진을 찍어 어느 바다인지 맞춰보라고 한다면 쉽게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18명의 화가들은 모두 다른 바다를 보았고, 그를 다르게 표현했다. 화가들이 그려낸 바다는 그들이 바다에서 발견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아니었을까?


어느 바다에서는 따뜻함과 사랑을, 어느 바다에서는 우울과 불안, 어느 바다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 어느 바다에서는 그리움과 환상이 묻어져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각기 다른 바다의 모양들을 살펴보며 나는 바다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싶은지를 같이 찾을 수 있었다. 단순히 그림을 쉽게 설명한다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이 이 책에서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장점이었다.



2.jpg

아홉 번째 파도, 이반 아이바좁스키, 1850


 

불안하고 뒤숭숭하고 나쁜 생각이 떠오를 때, 나는 바다로 간다.

바다는 크고 넓은 소리로 그것들을 익사시키고,

그 소음으로 나를 정화하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내 모든 것에 리듬을 부여한다.

 

- Rainer Maria Rilke

 

 

 

바다에 담긴 기억과 감정들


 

나만의 바다가, 개개인별로 다른 이유는 명확히 하나다. 그 바다에서 겪었던 경험과 감정들이 개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화가들의 바다도 화가들의 성향과 그 당시의 감정들을 잘 드러내주는 하나의 거울같이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기존의 화풍이 달라지고 아름다운 색감의 바다를 완성했던 오딜롱 르동의 작품과 바다를 여유와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했던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우울과 불안함으로 표현했던 베르나르 뷔페와 뭉크, 선과 점과 면으로 바다를 그린 피에트 몬드리안 등, 화가들은 자신이 만난 바다들을 그려왔다.

 

그중에서 나는 메리 카사트의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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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노는 아이들>, 메리 카사트, 1884

 

 

1886년 인상파 전시에 출품되었던 해당 작품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카사트가 사랑했던 언니 리디아가 45세의 나이로 사망한 후, 카사트는 반 년이 넘도록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새로이 그린 그림이 해당 작품이었던 것이다.

 

해당 작품 속 그려진 소녀들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카사트와 리디아의 어린 시절을 그렸다는 이야기가 정설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몰랐다면 그저 평화로운 소녀들의 휴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 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림이 한층 더 깊게 다가왔다.

 

이처럼 화가들이 그린 바다는 어떠한 바다를 구현하거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거나, 환상적으로 그리거나 다양하게 그림을 그려왔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을 담은 카사트의 바다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과, 그 슬픔의 끝에서 완성한 그림 속에 가장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이 따스히 그려진 화폭 속에서 그녀가 발견하고 싶던 바다가 무엇이었는지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이처럼 책 <화가가 사랑한 바다> 속에 담긴 바다의 모습 중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사랑해왔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치유하는 것은 대부분 소금물이다.

땀, 눈물, 바다와 같이 말이다.

 

- Karen Blixen

 

 

 

아트인사이트_컬쳐리스트_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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