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민하고, 내 마음대로 - 안전 이별 [도서]

사랑하는 이와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
글 입력 2023.07.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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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가득하다.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는 연인, 운명을 믿게 만드는 낭만적인 우연의 연속,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유일한 사랑. 덕분에 새로이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은 모두의 응원과 축복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현실의 모든 사랑이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표1] 안전 이별.jpg

 

 

인생학교는 위태로운 관계의 끝에 선 이들에게 주목하였고, 도서 <안전 이별>을 통해 그들에게 몇 가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이 책의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랑이 오로지 두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각자의 감정에 충실한 채로 충분히 대화하면, 연인 관계에 대해 제3자에게 상담하거나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의 감정은 오류투성이고 해결하지 못한 과거의 문제를 현재에 투영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략)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험난한 과제다.

 

- p. 43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고, 솔직하게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도 없다. 애초에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지, 상대방에게 무얼 기대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그것이 충족되지 않아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공부가 필요하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도 연습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는 가족이나 연인처럼 아주 사적인 관계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공부하고, 배우고, 그 과정에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국어와 수학을 배우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삶'의 방식을 배울 기회를 주자는 설립 철학을 보면 그들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상대의 관심을 받는 것, 내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지는 것,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애정을 쏟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 연인 관계의 핵심이다.

 

- p. 30

 

 

연인과 이별하기, 즉 관계를 끊어내기를 고민하는 이유는 현재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결핍을 문제시하려면, 애초에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친한 친구, 혹은 연인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바로 애정이다. 서로 다른 관심사나 취미, 생활 패턴의 차이 등 이별의 사유로 지목되는 요소는 많지만 사실상 상대방이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결국 두 가지이다. 첫째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에게 더 큰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랑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개선하는 이 방법이 사실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둘째는 당연히, 이별을 통해 문제를 종결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애정을 당연히 기대하는 관계에서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문제상황이 종료된다.

 

 

우리는 무언가를 바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자신에게 엄하게 군다. (중략) 예민하고 까다롭다며 자신을 비난하고 땅굴을 파는 것보다는 자신을 긍정하고, 내면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조리 있게 표현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적절하게 요구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

 

- p. 81

 



어떤 이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결핍이 과연 정말로 결핍인지를 고민하며 이별을 미룬다. 그것이 헤어짐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애초에 자신이 너무 비현실적인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실망한 것은 아닌지,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자신이 오히려 이상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이 사람들은 애초에 앞서 말했던 두 가지 행동 중, 첫 번째조차 시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탓하기만 하고 상대방에게 데면데면한 태도를 일관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버려진 기억이 있다. 살면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그 기억은 또다시 떠오르며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즉, 홀로 남아 외로워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 p. 58

 

 

한편, 헤어진 후에 혼자가 될 자신이 두려워 이별을 결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명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1) 나의 고독은 의지의 산물이다. (2)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자. (3) 통계를 왜곡하지 말자. (4)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 (5) 지난날을 이해하자.

 

위의 인용문은 마지막 명제인 (5) 지난날을 이해하자. 부분에서 발췌한 것으로, 이 책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이별이 두려운 이유는 이별이 곧 서로에 대한 명백한 거절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그렇게 가까이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더이상은 함께하지 못할 사람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단정짓는 일이 아닌가. 이는 과거의 이별까지도 상기시키며, 상대방이 나를 거절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나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야만 함을 이야기하는 이 대목은,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이별)이 무서워서 끊어내야 할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다. 하지만 이별이 무서워서 애초에 어떤 친밀한 관계를 맺기 두려워 하는 - 나와 같은 -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건넬 수 있는 조언이 될 것 같다.


 

오늘날 인내심이 결여된 완벽주의 이데올로기가 추켜세우는 것과 달리 타협하지 않는 태도가 늘 용감하고 통찰력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집스럽고 오만하며 독단적인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 p. 148

 

 

하지만 끝내 이별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잘못된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조금의 아쉬움을 남겨두더라도 현재의 연인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을 수 있다.

 

 

우리는 좋은 날에도, 힘든 날에도, 그저 인생의 섭리를 겪어내는 것뿐이다.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는 선택을 하려는 과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 p.173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조금은 맥이 풀리는 결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다른 길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후회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사실상 삶에 대한,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과신이다.

 

그렇다면 고민하는 게 애초에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저자가 밝혔듯이 <안전 이별>은 어디까지나 그나마 조금 더 나은 선택으로 우리를 이끌기 위해 쓰였다. 인생학교에서 설파하는 대로 막연한 불안감이나 외부의 시선을 떨쳐내고 고민해야지만 우리가 누군가의 관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싶은지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았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선택이 없음을 아는 것까지가, 우리가 누군가와 '안전하게 이별'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인가보다.

 

 

[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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