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전한 이별 그러나 안전한 사랑을 다룬 - 안전 이별

행복한 이별이 없기에 안전한 사랑을 지키자.
글 입력 2023.07.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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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안전 이별.jpg


 

오늘날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권리는 오롯이 개인에게 있다. 누구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기준으로 관계를 시작하거나 끝낼 수 있다. 종교나 가족, 사회적 관습이 만남과 헤어짐을 주도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크게 바뀐 점이다. 문제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인간의 감정이 합리성의 테두리를 자주 벗어날뿐더러 주변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탓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자기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과 이별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알랭 드 보통과 인생학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사랑과 이별에 관한 24가지 질문에서 찾는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하겠다는 상대방의 다짐을 믿어도 될까? 이별을 결정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꺼내면 좋을까? 책에 담긴 질문들은 이별을 결심하기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체크 리스트와 같다.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는 선명히 드러나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사랑과 이별을 결정할 용기를 얻는다.

 

 

 

# 그래도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행복한 이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히 가슴 아픈 일이고, 누구나 극복해야 하는 관계의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연인과의 이별은 커다란 고민과 문제가 얽힌 결과이다. 서로의 주관과 마음의 응어리가 뭉쳐 만들어진 안타까운 산물이다. 그러나 도서 <안전이별>에서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행복하고 안전한 이별을 하기 위한 비법서다.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하고 인생학교가 지은 이번 <안전이별>은 현대 사회에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보복 살인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별 특급 비법서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그 비법서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가 있었으니 바로 ‘사람에 대한 보호와 존중’이다.

 

연인과의 관계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도서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진 관계는 반드시 금이 가기 마련이며, 그 금을 다시 매우기 위해선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 간의 문제든, 연락 간의 문제든 연인 관계는 혼자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존중 의식만 있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보호 의식이 없다면, 안전한 이별은커녕 땅을 치며 후회할 흑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이 흑역사라고 칭해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아무리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행동과 말을 선사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추억마저 검게 물들이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흑역사, 나의 생각은 그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나아갔다. 책의 제목은 비록 <안전이별>이었지만 마치 이 책은 ‘안전한 이별’을 위한 책이 아닌 ‘안전한 사랑’을 위한 책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바로 아래 적혀있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 건 자신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문제를 매우 적극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변화에 거부감을 내비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너무 나약하고 무력하게 겪어야 했던 어떤 고통스러운 순간이 떠오르거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문제를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다. 따라서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을 대할 때는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이별을 하는 ‘흔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상대방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가장 압도적인 이유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서로가 동시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노력하는 것 같을 때, 그 사람과 나의 마음 총량이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좌절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걸어도,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이 사람과의 끝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쉽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어 버린다. 그 이유를 <안전이별>에서 찾았는데, 자신의 문제를 몰라서가 아닌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기에 ‘상대방의 불변’이 발생한 것이라는 대목이 깊게 내 심장을 찔렀다. 더불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과 동일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상대방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행위가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가 먼저 변화하면 어떨까. 변하지 않기에 헤어지고 이별하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변하여 안전한 사랑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쉬운 사랑은 없기에 삐걱거리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섣불리 먼저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연인 간의 ‘공평’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게 돼서가 아닐지. 흔히 말해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한다. “네가 하지 않으면, 나도 하지 않아.” 이러한 사고방식은 안전한 사랑을 넘어 안전한 이별도 어렵게 만든다. “네가 하지 않아도, 나는 먼저 해볼게.” 먼저 다가가 그 사람의 상처와 두려움을 먼저 어루만져 주는 방법을 선택해 보자. 만약 먼저 큰 용기를 내 다가간 후에도 상대방이 나의 노력을 무시하거나 몰라준다면, 그럴 때일수록 ‘안전한 이별’을 생각할 때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별’을 고려하고 대화를 하려고 하지 말자. 그것은 ‘위험한 이별’을 선고받은 ‘슬픈 사랑’이 확실하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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