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량한 이별에 대하여 - 안전 이별

글 입력 2023.07.0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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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안전 이별.jpg

 

 

나는 요즘 사랑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온 세상을 사랑하는 재미 말이다. 더위 속에서 나를 시원하게 해 주는 선풍기를 사랑하고, 하루 몇 시간을 쥐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기타를 사랑하고, 오늘의 나를 살게 하는 노래들을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할 게 너무 많아서 매일매일이 꽤나 흥미롭다.


이번에 읽은 <안전 이별>은 수많은 이별 중에서도 연애에 대한 이별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을 보고 읽게 된 책이다. 고등학교 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제법 재미있게 읽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작가다. '알랭 드 보통 기획, 인생학교 지음'이라는 것은 조금 뒤늦게 알았다. 앞으로의 나는 어떨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 필요하지 않은 책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나름 열심히 읽었다. 꼭 연애와 이별에 관한 게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어찌 보면 나의 리뷰는 나의 배움에 치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주에 대한 물음처럼 다소 관념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것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고통스러운 동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변할 수 있으냐'를 논한다면 나는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강의가 생각난다. 그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기질'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기질은 그 사람의 인생이 진행되는 동안 쌓여 온 것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도'는 변할 수 있다고 하셨다. 가령 우리 주변에서 변화를 보이는 사람들은 그의 의지로 태도가 변한 것이라는 것이 그 강의 속 설명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갈등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곤 한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굳이 그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인 경우가 다수다. 혹은 내가 이 사람에게 뭐라고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차피 변하지 않을 테니까'라는 생각은 조금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고, 본인의 의지를 반영해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 아닌가? 갈등하는 그 사람을 정말 위한다면 그 문제점을 알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가감정이 들기도 한다. 나는 열심히 그 사람의 변화를 도모하겠지만, 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것이 쉽게 변할 리가 없다. 근데 그 변화의 기다림 속에서 내가 계속 상처를 받고 있다면? 그가 변화하는가 싶다가도 이전으로 금세 돌아가버린다면? 그럴 때도 계속 그의 변화하기를 바라고 기다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러려니 두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이 '바뀌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로 꽤나 많이 접해본 이야기다.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의 너에게는 소중할 그의 변화를 차단해 버리는 건 성급한 생각인 것 같아. 정말로 그가 변하고 나아지길 바란다면 기꺼이 말해야 하겠지. 근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실망하고 상처 받을 것 같다면 그냥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다소 주제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인 것 같다. 나에게도 이 조언을 듣고 있는 친구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니까 말이다. 분명 더 좋은 말이, 더 현명한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혼자라는 의미를 새로 정립하기 위해 다음의 명제들을 한번 되짚어보자


(1) 나의 고독은 의지의 산물이다

(2)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자

(3) 통계를 왜곡하지 말자

(4)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

(5) 지난날을 이해하자

 

 

이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워서 리뷰를 쓸 때 꼭 적고 싶어서 표시까지 해 두었다. 나는 요즘 사람들이 아주 많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발달은 우리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세상 이야기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곳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선망하기 좋은 이야기들이고,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기 쉽상이지 않은가.

 

다들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는 이럴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것이 바로 이 위에 적힌 이야기다. 특히 2번이 그렇다. 누군가가 드러낸,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여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도 나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타협하고 산다는 게 늘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이상적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나오는 성숙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인내심이 결여된 완벽주의 이데올로기가 추켜세우는 것과 달리 타협하지 않는 태도가 늘 용감하고 통찰력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집스럼고 오만하며 독단적인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때때로 우리는 지나치게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고 맞서려고 한다. 힘들면 이겨내야 하고, 견뎌야 하고, 버텨야 하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까지 있다. 타협하는 것은 멍청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타협하고 산다는 게 늘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해 준다. 내가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현실이 있으면 "아 현실은 이렇구나."하고 적절히 타협하는 데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문장이었다.

 

이겨내고 해내는 것에만 조급해 있던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반갑게 들리기도 했다.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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