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일, 전시 [전시]

내가 전시를 보러 가는 이유
글 입력 2023.07.0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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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전시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전시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항상 각 전시마다 입구부터 고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전시는 알록달록 쨍한 색감과 동심 어린 조형물 덕에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고,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정갈하고 단정한 인테리어 때문에 고풍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받았다. <팀 버튼 특별전>에서는 그가 직접 제작한 조형물과 덕분에 기괴하고 신비로운 잔혹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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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각자의 고유한 세계를 알아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고유한 세계에는 각 작가들의 독특한 개성을 볼 수 있다.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들어간다.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특별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어떤 경험들을 거쳤는지, 작가의 표현은 어떻게 했는지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특별한 관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평생에 걸쳐 정립한 가치관과 그가 받았던 영감을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영감은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미술관에 비둘기와 노숙자 작품을 전시하여 보란 듯이 미술관의 고상함과 우아한 품위를 깨트려버린 마우리치오 카텔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을 뒤집어놓고 세계적 권력의 중심, 천조국 미국의 성조기엔 총알 자국을 박아 놓았다.

 

많은 대중들은 그의 작품들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사회적 질서나 권위, 상식에 금을 내버렸다. 그 질서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벽에 붙인 바나나로 현대미술을 신랄히 비판했다는 것에 큰 영감을 얻었다. 고작 바나나 한 개가 붙어있는 작품이 1억이 넘는 가격이 붙여진 것, 카텔란은 이 작품에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을 붙여 무엇이든 예술이 되면 상상을 넘는 값이 된다며 현대미술을 조롱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통찰력과 비난이 아닌 웃음을 짓게 하는 풍자의 기법은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을 당연스럽지 않게 보게 해주었다.


가장 최근에 관람했던 ‘더 현대 서울’의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에서는 ‘라울 뒤피’의 민감한 흡수력, 뒤피의 스타일, 그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시대를 대표했던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를 본인의 색으로 소화하고 결국 말년엔 그 화파들이 융합되어 뒤피만의 화파가 만들어졌다.

 

뒤피는 끊임없이 예술을 탐구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갖고 있었고, 여러 사조를 인정하며 화가와 장식가의 서열화된 경계를 허물며 열려있는 유연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의 성실성과 유연함은 내 삶에 있어서도 자유롭게 어떤 것이든 도전해 보며, 독창적인 나만의 것을 찾게 하는 데 큰 용기를 주었다.

 

또한 뒤피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음에도 긍정적이고 밝은 그림을 그렸다. 뒤피만의 다채로운 색채는, 특히 그가 많은 작품에서 표현한 푸른빛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시원하고 탁 트이게 만들어준다. 그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밝은 태도는 긍정적이고 밝은 자세가 삶을 행복하고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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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시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다. 예술가들이 받은 영감을 엿볼 수 있는 곳이고 그들의 삶과 그들의 창의적인 표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세상을 구축해놓은 것과도 같고 예술가들이 받았던 영감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전시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예술가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잠시 빌려 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하고 오듯, 독서를 하듯, 전시 또한 생각의 변화를, 삶의 확장을 가져다준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한 예술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긍정적 영향까지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전시를 보러 간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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