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절 속 습관 [사람]

꼭 그 계절에만 생각이 나는.
글 입력 2023.06.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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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베이킹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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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 다닐 때 필수로 참가해야 했던 ‘과학의 날’ 대회에서도 항상 발명품 만들기를 선택했고, 모형 조립하기, 피포페인팅 등 손으로 만져가며 완성해가는 과정을 좋아했다.


또한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베이킹에 관심이 많다. 시중에 파는 과자나 빵처럼 그럴듯한 모양새와 냄새를 풍기는 완성품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변화하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밀가루, 달걀, 이스트 등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던 기본 재료들이, 섞이고 뭉치고 호화되면서 전혀 색다른 모습이 되는 그 과정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과정을 지켜보고 기다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베이킹해야겠다!’하고 결심을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결심은 주로 봄에 이루어진다. 방학 기간이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한 기대감이 아직까지 유효해, 뭐든 시작해도 되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봄에 한 베이킹은 모두 집에서 간단하게 하는 홈베이킹이었다. 그렇게 집에서만 가끔 하다가, 카페에서 파는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접하게 되면서 좀 더 수준 높은 베이킹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봄에는 제과 제빵 학원에 다니면서 베이킹 과정 이론도 깊이 배우고, 집에서 만들기 힘들었던 종류의 베이킹도 도전할 수 있었다.


그저 취미에 불과한 베이킹이지만, 따스한 봄과 닮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봄만 되면 베이킹을 하게 된다.

 

 

 

여름이 오면



여행을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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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여행이 그저 가벼운 일상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약간의 결심이 필요한 행사이다. 막상 여행을 떠나면 정말 재밌게 보내고 올 수 있지만, 여행 가기 전 준비 과정과 쓸데없는 걱정에 앞서 온전히 설렘으로만 가득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함께 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여행의 방식과 분위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나에게 여행의 중심은 ‘장소’가 아닌 ‘사람’인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모든 여행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며 큰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한 번쯤은 혼자서 여행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여행은 보통 하루 이틀을 마음 놓고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방학 때 갔다. 그럼 또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추운 연말보다는 덥고 습한 여름을 택했다. 사실 집에서 에어컨 틀고 가만히 있거나 카페에 가는 게 나에게 가장 큰 휴식이긴 하지만, 더위에 직면하며 바다에 놀러 가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것도 나름 매력 있는 것 같다.


더위를 잘 느껴서 여름이 싫기도 하지만, 화창한 날 땀 흘리며 움직이면 그 어느 때보다도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여름에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다.

 

 


가을이 오면



서울숲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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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좋아하는 동네가 많이 숨어있지만, 대표적으로 ‘서울숲’을 좋아한다. 너무 시끄럽고 복잡한 곳을 별로 안 좋아해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에 적합한 곳이 바로 서울숲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팝업스토어에 관심이 많은 만큼, 팝업스토어 성지인 성수동을 많이 찾았었다. 그러다 골목골목에 자리한 작은 가게들을 알게 되고, 근처에 있는 뚝섬, 감각적인 카페들을 찾으며 더 호감 가는 동네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숲을 처음 가게 되면서, 푹 빠지게 되었다.


풀 향이 가득한 곳에 벤치도 많고,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는 그 여유로움이 서울숲에는 가득한 것 같다. ‘서울’이라고 하면 빽빽한 빌딩과 복잡한 지하철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 속에 평화로운 자연이 공존하고 있어 더 휴식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숲은 보통 차가운 공기가 느껴질 때쯤 찾게 되는 것 같다. 마침 가을에 생일도 있고,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옷의 무게도 딱 적당하다. 넓은 들판과 호수가 있어 보는 눈도 맑아지는 것 같고, 사람이 많이 몰려도 충분히 넓은 간격을 유지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나에게 최적의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뭔가 편안한 기분이 드는 가을처럼, 나도 모르게 서울숲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겨울이 오면



<응답하라 1994>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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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내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응답하라 1994>(응사)이다. 이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공감이 되고 뭉클한 드라마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서사와 현시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문화까지 모두 담겨있다.


아마 이 드라마로 문제를 내면 거의 다 맞출 수 있을 것이다. 1회부터 21회까지 전편을 3번 이상 봤기 때문이다. 한번 봤던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보거나 옛날에 방영된 콘텐츠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응사처럼 긴 내용을 보고 또 보고 또 본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응사는 매년 12월 또는 1월에 보게 된다. 드라마 에피소드 속 계절이 겨울과 겹치기도 하고, 인물들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추운 날에 감정이 더 극대화되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8090 감성의 리메이크 ost가 한몫한다.


응사에서는 ‘타이밍’으로 인해 인물 간의 감정과 흐름이 바뀌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타이밍과 기회는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드라마를 통해 나의 1년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후회되는 시간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지나가고 교훈을 주는 드라마 속 내용처럼 나 또한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원동력으로 새해를 맞이하곤 한다.


<응답하라 1994>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자꾸만 찾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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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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