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효율적인 효율적임에 대해서 - 마이그레이션

우리의 시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글 입력 2023.06.2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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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곳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새를 연구하는 프래니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린란드로 향한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극으로 이주하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프래니는 얼음이 덮인 바위 위에 새장을 설치하고, 운 좋게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한다.

 

이제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선장에게 모두 거절당한다.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낯선 사람을 배에 태우지 않았고, 자신들의 루틴이 흐트러지고 항로가 바뀌는 것도 싫어했다. 특히나 물고기가 거의 멸종되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지막 남은 배는 청어잡이 어선 사가니호뿐이다. 프래니는 이 상황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선장 에니스를 설득한 프래니는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남극에 가려고 한다. 그리고 만선을 꿈꾸는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은 사가니호에 함께 몸을 싣고 먼바다로 여정을 떠난다.

 

 

 

# 우리의 욕심이 가득 담긴 배를 타고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의 시선을 바라보면, 우리의 욕심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지켜야 한다는 말과는 달리 우리는 환경을 철저히 이용한다고 생각해왔다. 그 이유가 환경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했고, 나 또한 나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면 환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 환경과 기후는 인생에서 지켜야 할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 북극제비갈매기를 찾아 항해를 떠난 프래니가 있다.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에게 위치 추적기를 다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기 위해 남극으로만 가야 했다. 그 여정 가운데 프래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심지어는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그토록 북극제비갈매기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물고기를 가득 잡는 만선의 꿈을 가진 선원들과 북극제비갈매기를 다시 보기 위한 프래니의 항해 목표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기에 선원들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볼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보면 그녀의 사고 자체가 이해가 안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1장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래니가 왜 이토록 북극제비갈매기에 집착하는지 궁금해진다. 남편을 떠나고 집에서 떠나서 이 먼 곳까지 와 북극제비 갈매기를 향해 나아가는 여인의 항해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2장에서는 그 비밀이 풀리게 된다. 하지만 그 비밀을 이야기하게 되면 직접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의 독서에 방해가 될 터이니 여기서 풀지 않겠다. 프래니가 북극제비갈매기를 찾았듯이, 당신도 직접 그 비밀을 따라 프래니와 같이 남극으로 떠나길 바란다.

 

한 가지 떠오른 것은 이것이다. 만선을 위해 배 위에 오른 그녀의 행보의 이유를 알려고 한 사람이 배 위에 많았다면, 초반에 그녀를 멀리하고 내쫓으려 했던 사람들의 시선을 사그라들지 않았을까. 지금 눈앞에 놓인 커다란 이익에 가려져 진정으로 보아야 하는 커다란 그림을 보지 못한 상황 가운데, 우리가 환경을 다루고 있는 시선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린 효율을 따라 살아왔다. 최대 효율을 우선시하는 사회다. 그리고 그 결론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당장 이윤을 벌기 위해 수많은 환경 자원들을 남용하고, 화장품이나 의류 회사 같은 경우에는 살아있는 동물들의 가죽이나 털들을 사용하여 상품을 제조한다. 자원을 정말 ‘긁어모은다’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지구는 뜨거워지고, 우린 차가워지고. 상반되는 온도 속에 우리는 지구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왜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당장의 효율적임에 눈이 멀어 우리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간과한다. 프래니의 거대한 의지와 목표에 선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미워했던 것처럼 우리의 시선도 같다.

 

만약 우리가 지금 이런 비효율적인 효율적임을 멈추지 않는다면 위치추적기가 달리는 것은 북극제비갈매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발목일지도 모른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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