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귀여움이 결국 세상을 구한다! -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展

차가운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켜 버텨낸 사람, 루이스 웨인의 그림을 엿보다.
글 입력 2023.06.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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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귀여움만큼 사랑스러운 건 없는 것 같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순간, 끝난 거라고. 귀여운 걸 보면 사족을 못쓰는 타입이라, 평소에도 강아지나 고양이 등 귀여운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쪼그려 앉아 ‘쫑쫑’ 소리를 내어 부르거나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상주하고 있는 카페에 가면 '단골이 되어야겠어!' 하고 다짐을 하게 된다. 한 공간 안에서 귀여운 생명체들과 함께 숨을 쉰다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데, 거기에 카페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지친 몸과 마음이 금세 회복되는 착각에 빠지는 건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단골 카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새끼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길을 낯설어 하면서도, 카페 안쪽으로 들어와 잔뜩 관심을 즐기다 가곤 했다. 물론 고양이들은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나에게 등을 내어주곤 했지만. 잘 놀다가도 금방 변심하여 할퀴는 건 일상다반사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과 퍽 닮아있다는 생각에 홀로 피식거리기도 한다.

 

귀여움으로 똘똘 뭉친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팍팍했던 삶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저 작은 생명체가 인간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자기들은 알까? 앞서 고백한 고양이에 대한 진심 어린 외사랑은 비단 필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루이스 웨인의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걸지도 모르겠다. 죽을 때까지 고양이를 사랑한, 불운한 천재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림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그린 화가 : 루이스 웨인



루이스웨인 포스터_세로.jpg

 

 

본 전시는 영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인 루이스 웨인의 원작과 미공개 작품 100여 점의 원화가 최초로 소개되는 전시로, 6월 13일부터 8월 31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에서 열린다. 전시 외에도,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루이스 웨인 with ART STUDIO> 프로그램은 강사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움직이는 고양이를 만들어보는 활동과 스토리텔링 방식의 교육으로 "고양이가 사람 같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만들어보는 창작 수업이다.

 

 

루이스웨인 전시장 입구.png

 

 

볕이 쨍쨍했던 주말 오후, 루이스 웨인의 그림을 보기 위해 강동아트센터 아트랑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부모님의 손을 잡고서 그림을 구경하러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귀여운 그림을 보는 귀여운 아이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새어나오지 않는가. 정말이지 그림을 보기도 전부터, 밝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다.

 

1층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파스텔 톤의 벽과 아득하게 들리는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마치 고양이 세상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아,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치유의 시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알록달록하고 귀엽고 무해한 것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니! 전시 보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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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ew Year's Song 새해의 노래, paint

 

 

루이스 웨인의 섬세한 터치와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양이의 의인화다. 사람들처럼 카드를 치고, 골프 스윙을 하는 고양이 그림은 당시로서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고 한다. 눈싸움을 하거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고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루이스 웨인이 그렸던 삽화들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의 삽화가 실린 광고들에서 당시 영국의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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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익살스럽고 귀여운 고양이들의 그림 사이에, 그의 정신적 버팀목이자 영감의 대상인 고양이 ‘피터’는 <위대한 고양이 피터>라는 제목으로 당당히 걸려있다. 그림만으로도 루이스 웨인이 얼마나 피터에게 애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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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고양이가 건네준 위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귀했을 거다. 스트레스 속에서도 끝까지 그림을 놓지 않고 삶을 지속하게 해준 것은 그 무엇도 아닌 고양이였으니까.

 

그의 생을 돌아보면, 그의 작품들이 단순히 귀여운 고양이 그림을 넘어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스럽고 행복하기만 한 루이스 웨인의 그림 속 고양이와는 달리, 그의 삶은 풍파를 정면으로 맞아 평생동안 절망스러운 현실과 맞서 싸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Louis Wain, famous cat artist 루이스 웨인, 유명한 고양이 화가.jpg
Louis Wain, famous cat artist 루이스 웨인, 유명한 고양이 화가, 1895

 

 

우리에게 '고양이 신사' 혹은 '고양이 화가'로 잘 알려진 루이스 웨인은 186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난 루이스 웨인은 남들과는 다른 외양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이 때문에 평생 콧수염을 길렀다고 한다. 스물이 되자마자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가장이 된 루이스 웨인은 누이 동생들마저 정신 질환을 앓으며 고통 받았고, 주변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한 아내 에밀리 리처드슨은 유방암에 걸려 결혼 3년만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숨만 쉬어도 살아지는 삶인데,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어”

 

-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중에서

 

 

가족들의 불행에 더불어 재정적인 어려움 또한 그를 괴롭혔다. 그의 그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그에게 큰 유명세를 안겼으나, 루이스 웨인은 출판사와의 불공정한 계약과 사업 실패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연이은 악재로 인해, 조현병이 발병하고야 만다. 병원비를 낼 돈조차 없어 여러 병원을 떠돌게 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불행할 수 있을까'하는 탄식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저는 말 못하는 동물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 루이스 웨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사이를 거닐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그림 두 점이 있다. 하나는 <드라이브 샷>이라는 작품으로, 골프를 치는 고양이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가만히 보면, 골프공이 놓여져야 하는 자리에 골프공이 아닌 검은 생쥐가 놓여져있다. 생쥐를 둘러싸고 있는 고양이들은 여전히 익살스럽지만 생쥐는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스윙을 하는 고양이도 생쥐를 응시하며 진지한 얼굴로 골프채를 휘두른다.

 

다른 하나는 그가 그린 엽서 삽화 중 하나인 <강아지 타고 달리기>라는 삽화다. 고양이가 개의 입에 입마개를 씌우고 안장을 채워 사람이 말을 타는 것처럼 개를 타고 달리는 그림이다. 채찍을 휘두르며 자유로운 모습의 고양이와는 대조적으로 입마개와 안장으로 구속돼있는 개의 모습이 눈에 띈다.


동물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생쥐와 개를 표현했을까? 자신을 괴롭히고 따돌리던 사람들을 표현했던 걸까. 아니면 자신이 받은 상처와 불행으로 인해 억눌러온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것이었을까.

 

 

이것만 기억해 줘.

아무리 힘들고, 인생이 고되게 느껴져도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걸.
그걸 포착하는 건 당신에게 달린 거야. 그리고 그걸 보는 것도.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도.

 

-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중에서 루이스 웨인의 아내 에밀리가 

 

 

루이스 웨인은 그의 영원한 사랑, 에밀리의 말처럼 외롭고 고된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을 포착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 차가운 현실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켰고, 그가 포착해낸 아름다움에 대중들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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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사는 동안 많은 책임감과 괴로움에 휩싸였지만, 자신의 고통을 아름답고 귀여운 예술로 승화시킨 루이스 웨인이 그린 여러 작품처럼 말이다. 고된 인생 속 아름다움을 포착해낸 전시,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이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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