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뷔페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글 입력 2023.06.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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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르나르 뷔페를 처음 접한 것은 19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회고전에서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전시를 즐기긴 했지만 미술에 대한 소양이 남다르지는 못했던 나는 유례없는 규모의 회고전에 작품을 원화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는 소문을 듣고 전시를 보러 갔었다.

 

이렇듯 별 감흥 없이 만나게 된 베르나르 뷔페는 19년 당시 나의 여름을 모두 앗아갔고, 그 이후로 전시가 끝날 때까지 다섯 번은 더 방문해 작품을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베르나르 뷔페를 관통하는 주제 '죽음'



뷔페 죽음.jpg

<베르나르 뷔페, 〈죽음 X(La mort 10)〉,1999 ⓒBernard Buffet >

 

 

그의 작품 일대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죽음'이라는 사실은 그의 작품을 조금만 보다보면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공습과 폭격,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지나오면서 그는 수많은 죽음을 겪어왔고 작품에 '죽음'이라는 메시지를 담아왔다.

 

1999년 그가 죽음을 택하기 직전까지 그렸던 <죽음> 연작 시리즈를 통해 그가 죽음을 어떻게 다뤘는지 엿 볼 수 있으며, 그의 다른 작품도 뷔페만의 날카롭고 거친 화풍을 통해 그가 항상 죽음을 곁에 둔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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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두 광대와 색소폰(Deux clowns, saxophone),1989 ⓒBernard Buffet>

 

 

그렇기 때문일까. 뷔페의 그림에는 항상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한 불안정함이 느껴진다. 그의 대표작인 광대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웃기기 위한 분장을 하고 공연을 위해 악기를 손에 쥐고 있지만, 그들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우중충한 배경과 함께 작품 너머의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 담긴 이런 우울함과 섬뜩함 때문에 뷔페는 그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젋은 시절 잠깐을 제외하고는 자국의 미술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이유 때문에 나는 뷔페에 매료되어 전시장을 다섯 번이나 방문하곤 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뷔페가 일생에 거친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잘 잊곤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특별히 크게 와닿는다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지점에서 뷔페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잘 죽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잘 죽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뷔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작품엔 항상 죽음이 드리워져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뷔페가 죽음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어떻게 삶을 살아낼 것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찾아갈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끝까지 살아내고 죽음을 택할 수 있었다.

 

당장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버겁고, 눈 앞의 일을 처리하는 것에 급급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뷔페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결국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만 하는 어떤 삶을 살아갈것인가?의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뷔페의 답을 우리는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내라는 것. 그렇다면 뷔페의 세상을 엿본 우리가 내릴 답은 무엇일까.

 

나의 답은 뷔페가 전한 메시지와 일맥 상통한다. 삶에 익숙해지지않고 하루하루를 새롭고 충만하게 살아가겠다는 것.

 


[국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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