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간을 잡아주는 방법 [사람]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저자 오수영
글 입력 2023.06.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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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기들과 열띤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쩌다가 대화의 흐름이 초중고 시절 인상깊었던 선생님들, 친구들, 등의 에피소드들로 흘러갔다. 어느 순간, 매우 흥분한 채 당시 기억들을 꺼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동기가 말했다. 넌 무슨 영화 같이 산 것 같다고. 무슨 특이한 일이 그렇게 많을 수 있냐고.

 

이 말이 뇌리에 세게 박혔다. 정말 몇 년 전,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내 삶은 하루하루가 다이나믹 했다. 항상 다른 친구들과 공유할 이야기 거리가 있었고, 그 이야기 거리는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내 학창시절은 재밌고 흥분되는 기억들로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하지만 20살 이후, 내 삶은 더 이상 학창시절보다 생생하지 않다. 더 최근이어서 그런 걸까? 고민해 보았다. 어째서 내 삶이 이렇게 재미 없어진 건지.

 

학창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고 여전히 많은 재밌는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반복적인 수다의 요인이 컸음이 분명했다. 당시 웃겼던 게 주말만 지나면 얘기 거리가 생겼었다. 그 얘기거리는 자주 친구들을 웃음 짓게 했고, 그렇게 한 명을 웃기고 두 명을 웃기다 보면 그 이야기를 배우 마냥 실연하는 것이 가능 해졌다.

 

그렇게 내 사소한 작은 기억들은 점점 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상한 것은, 20대는 10대 같지가 않다. 같은 24시간이겠지만,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항상 시간이 없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순간은 이미 뒷모습만 남긴 채 사라져가고 있었고, 그 소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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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란 우리는 잡을 수 없다. 그저 흘러 보내야할 뿐이다. 그 뒷모습을 ‘사진 찍을 것이냐, 눈으로 담을 것이냐, 입으로 담을 것이냐’를 결정하면 된다.

 

'잡아둔 이 모든 순간의 총합이 유일하게 영원에 가까울 수 있는 삶의 조각들이라고 믿는다.’

 

영원. 영원은 사실 거짓말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순간을 잡아두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순간, 그 잡아둠은 영원에 가까울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내 고등학교 기억들이 아침에 꾼 꿈의 잔상처럼 생생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도와 폐활량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한다. 그렇게 더 빠르게 걷지 못하는 자신을 학대하기 시작한다. 나는 왜 당신보다 빠르지 못한가, 이 물음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난 과연 내 속도와 폐활량을 정확히 아는가? 사실 알고 있기 보다는 몸이란 것이 정직하다. 조금 빗겨 나가면 아프고, 탈이 나고, 불행해지기가 쉽다. 그래서 ‘삼시세끼’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특정 시간 매일 매일 밥을 먹기 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

 

새벽이 아침에 밀려나는 이 순간의 공허함을 만끽하다 보면 삶 자체가 밀려남의 연속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밤샐 때 말이다. 어느 순간 딱 바뀌는 해가 굉장히 친숙하다가도 낯설어지는 것이 새벽 카페이다.

 

하지만 새벽이라는 것이 순간의 공허함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나에게 새벽이란 가장 채워진 순간인데 말이다.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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