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JAM처럼 [사람]

즉흥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글 입력 2023.06.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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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이란, 그냥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자유로운 단어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해 본 즉흥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물론 재미있었던 날도 많았지만 예상치 못 한 변수에 당황한 날도 많았던 것 같다. 당장 1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이 세상에서, 즉흥은 어떤 면이 나올지 모르는 다면체의 주사위 같기도 하다.


그럼 “즉흥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계획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설령 스스로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내가 세운 계획은 허점투성이에 지키지 못한 약속에 불과할 것이다.


참 이상하게도 즉흥을 선호하는 나는, 변수가 생기는 것을 무서워한다. 변수가 생기더라도 순발력을 발휘하여 헤쳐 나가는 것이 즉흥의 묘미이기도 할 텐데, 모순적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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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밴드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많은 뮤지션들과 활동 중인 유명한 세션들이 속해 있었는데, 그들의 연주는 모두 다 ‘JAM’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JAM이란 즉흥 연주를 의미하는 용어로, 말 그대로 즉석에서 합주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즉흥이라는 표현답게, 연주자들은 서로 상의 없이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내가 본 영상 속 세션들 역시 악보와 연습 없이 느낌대로 연주를 쌓아갔다. 어떤 악기가 먼저 시작하든, 서로의 눈을 맞추면서 박자를 따라가고 눈치껏 코드를 바꿔갔다. 그리고 연주 중간에는 솔로 구간을 만들며, 본인의 악기가 연주되기 전까지 소리를 숨죽이며 다른 솔로 악기에 호응해주었다.


짜여있지 않은 텅 빈 악보에 즉흥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런 완벽한 연주가 흘러나올 수 있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연주가 끝이 나고, 한 연주자가 “아~ 중간에 실수 많이 했다.”라고 말하더니 또 다른 연주자도 “저도 실수 많이 했어요.”라고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본인이 실수했던 파트를 다시 연주해봤다.


음악 비전공자로서 내가 본 밴드 연주는 완벽했다. 음악에 여유로움이 묻어나 있었고, 연주 내내 행복해하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코드 진행을 몰라도 누구나 불협화음의 느낌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한 음, 한 음의 조화가 중요한 연주들을 어떻게 즉석으로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연주자들의 ‘경험과 실력’이다.


누구나 처음은 존재하기에, 영상 속 실력파 연주자들도 분명 처음에는 코드도 몰랐을 것이다. 악기와 친해지고, 이미 있는 악보를 보며 찬찬히 훑어보고, 또 다른 악기와 합주해보며 많은 시간들을 지내왔을 것이다. 악기를 처음 잡은 날 즉흥 연주를 해보라고 했으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었을까?


밴드의 JAM 영상을 보면서, 결국 즉흥에도 연습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음악에도 수많은 변수가 있기에, 그들은 그런 변수들을 미리 예측하고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을 것이다. 언뜻 들었을 때는 완벽한 연주였지만, 본인의 연주에서 실수를 알아채고 바로 피드백 하는 영상 속 모습처럼 말이다.


내가 즉흥을 좋아하지만 변수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도 됐다. 아직 즉흥 경험이 부족하고, 겁이 많아 도전 앞에서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즉흥적인 행동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나의 기분 상태와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고 변수도 나름 즐기며 헤쳐 나가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다.


정해진 악보도 없고 실수를 해도, 그저 행복해하며 JAM 연주를 하던 연주자들처럼, 나도 언젠가 즉흥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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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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