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은 진실을 전달할 수 있을까 [영화]

영화 〈뱅뱅클럽〉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06.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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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사진이 없는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특히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누구나 카메라를 보유하며 사진을 언제나 찍을 수 있게 된 지금, 우리의 삶과 사진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사진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풍경을 SNS에 올릴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어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남기고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고, 기억한다.

 

이처럼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진이 가진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사진의 현실감은 마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듯하지만, 사진 역시 누군가가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포착한 결과이며 수많은 선택과 배제를 거쳐 우리에게 도달하게 된다. 특히 어떤 ‘사실’을 알리는 뉴스와 같은 매체에서 이러한 사진의 속성은 더욱 깊게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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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뱅뱅클럽은 사진을 통해 대중에게 사건과 소식을 전달하는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 그렉 마리노비치는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시기 분쟁을 촬영하는 중, 케빈 카터를 비롯한 신문사에 고용된 사진기자들을 만나 함께 활동하게 된다.

 

 

 

사회적·정치적 맥락과 시진


  

그렉은 원래 알려지지 않은 사건과 정보 그 자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혼자 ‘잉카타’ 무리에 들어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다소 무모할 정도로 사진에 열정적인 사진기자였다. 하지만 신문사에 입사하고부터 그렉의 사진이 갖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그렉은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워하며 고통을 겪는다.

 

잉카타와 ANC라는 두 집단의 분쟁은 정치적, 사회적 맥락과 깊게 결부되어 있어, 그가 어떤 장면을 촬영하고, 어떤 사진을 공개하는지에 따라 한쪽 편을 드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렉은 줄루족이 ANC로 추정되는 인물을 공격하고 불태우는 장면의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게 되지만, 그렉은 ANC는 정부의 스파이라며 비난받으면서 “이 나라 전체가 짜증 나”라고 말하며 괴로워한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고자 했던 그렉의 순수한 의도와 달리 그의 사진이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영화 중반에 그렉이 두 집단의 분쟁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아프리카인들의 전통적인 의복, 일상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어떤 정치적 의미도 없는, 그렉이 본래 원했던 순수한 사진으로서의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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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카메라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에서 언급하였듯이, 카메라는 종종 총으로서 비유된다. 특히 영어에서 ‘shoot’이라는 단어가 ‘촬영하다’ 와 ‘사격하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는 점에서도 둘 사이의 유사성이 보인다.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조준한 뒤 셔터를 눌러 연속적인 세계로부터 떼어내어 한순간에 고정해놓는, 하나의 이미지로서 대상화시키는 행위로서 카메라는 총과 같은 공격성을 지닌다.

 

그렉을 비롯한 사진기자들은 실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두 집단의 분쟁을 추격하고 촬영한다는 점에서 종군기자로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이들은 단순히 사건이 발생하는 모습을 멀리서 관조하듯 촬영하는 게 아닌, 그 현장 속에서 다른 분쟁의 당사자들과 같이 위험 속에서 촬영을 이어나간다. 그들 역시 카메라라는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들은 담벼락 너머로 총을 겨누듯이 상대방을 겨누며,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마치 총격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시체를 찍고 위험천만한 전쟁의 긴장감을 즐기는 듯 보이지만, 중간마다 나오는 장면들, 예를 들어 시체가 살아있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이나 공포가 서린 표정은,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자신을 보호하는 제스쳐라고 느껴졌다.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케빈 카터는 그렉에게 요즘 자주 꾸는 꿈을 알려주는데, 자신이 커다란 십자가에 매달려 있고 엄청 커다란 렌즈가 자신을 클로즈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케빈은 그 꿈을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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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의 딜레마


  

케빈과 그렉은 각각 불타고 있는 남성의 사진과 독수리의 위협에 놓인 굶주린 아이의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는다. 하지만 앞서 그렉이 괴로워했던 바 못지않게, 케빈 역시 퓰리처상을 받게 된 사진으로 인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다른 기자들과의 간담회 장면에서 나타난다.

 

케빈이 사진 속 아이가 독수리에게 공격당할 상황이었음에도 도와주지 않고 카메라를 먼저 겨눴다는 사실이 논란이 된 것이다. 이후 케빈은 그렉과의 대화에서 “수수방관하는 게 우리들 일이라는 거, 맞는 말이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케빈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사진기자가 비윤리적인 상황이나 위험에 처한 대상을 목격했을 때, 과연 그 상황에 개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자로서 촬영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는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이처럼 영화 뱅뱅클럽은 현대 사회에서 사진이 갖는 힘과 사진 윤리에 대한 논의를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생각해 볼 것들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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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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