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현대사회의 관람객, 작가의 새로운 소통 방식 - 디자인 아트페어 2023

글 입력 2023.05.29 14: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늘 소개할 전시는 '디자인아트페어 2023'다. 마침 뒤피전과 관련된 글을 마무리한 후에 이 리뷰를 쓰는 감각은 꽤 독특하다. 왜냐면 뒤피부터가 디자인과 예술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킨 작가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좀 더 편안한 태도로 작성하고자 한다. 한 사람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구경하는 것은 그러한 전개 방식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전시회에 대한 나의 경험은 -작가들의 세계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굉장히 가볍고 즐거웠다.

 

내가 느낀 '디자인 아트페어'는 정말 '페어' 다웠다. 나는 이런저런 기회로 인해 다양한 상품들의 '페어'를 기획하거나 실제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페어들은 아무래도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보다는 상품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행사의 목표는 상품의 판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청춘별곡 전시는 판매라는 목적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시라는 속성을 놓치지 않는다. 좀 더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부스에서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와의 묘한 밀착감은 다른 페어에서도, 전시회에서도 느낄 수 없는 점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읽히지 않고, 때로 작가를 매개체로 소통한다.

 

이견이 있겠지만, 나는 아트스타를 배출하는 예술계의 구별 짓기 식의 문화는 콜렉팅을 기반으로 자란 자본주의 시스템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이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공간을 제공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작가와 관객들의 교류는 시스템 이상의 것, 예술이 가진 독특한 고귀함이 존재한다는 이번 전시가 어떤 해답처럼 보였다.

 

이것이 상품임을 인정하고, 동시에 작가들의 예술적 혼이 담긴 작품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 간 교류가 일어나는 느낌이다. 최소한 내가 전시회에서 만난 작가들은 그런 태도로 관람객들과 소통했다. 나는 이것이 예술이 대중이 소통하는 중요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만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나도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구매했다. 오늘 특별히 따로 떼서 소개할 작가 중 하나가 전시했던 작품인데, 전시회장에서는 그냥 감명을 받고 지나갔을 작품을 작가의 말과 공명하여 집에 하나 걸어두기로 했다. 예술 문화가 정말 대중화되고 더 많은 소통이 일어나길 원하는 입장에서 고백하건대, 이러한 과정에서 돈은 내 현실적인 노동의 가치와 바꾸는 만큼 무거웠고, 거래가 완료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한 매개체였지만 어디까지나 도구였다. 이 마음을 분명하게 전하고, 내가 인상 깊게 보였던 몇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루시아.jpg

 

 

전시장을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두 부스가 눈에 띈다. 최루시아 작가의 서예작품과 민경숙 작가의 바느질 작품이다. 두 작품이 나란히 있는 것은 꽤 재밌다. 개인적으로 서예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오랜 시간의 고민을 통해 글씨를 써내려가야 흐트러지지 않고 흐르는 듯한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감이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느질은, 오랜 시간 거대한 양털을 계속 작업하면서 크기를 축소해야 하고 양털의 찢어진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두 작가의 느낌과 관람객과 소통하는 방법도 달랐다. 최루시아 작가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관람객들에게 물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작은 종이에 이름을 써준다. 나 역시도 서예를 처음 해봤는데, 타이핑과 연필과 다른 제 3 의 감각이 서예에 있었다. 붓의 방향과 높이에 따라 글씨는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다른 느낌을 준다. 최루시아 작가는 대중에게 서예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언제든 서예를 할 수 있는 상품을팔고, 직접적으로 그 매력을 알릴 수 있도록 한 점이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글의 맥락에 따라 같은 글자도 다르게 쓰는 점이 좋았다. 예를 들어 인내를 암시하는 문구에서는 비교적 단정한 글씨로 형태를 과장하지 않고 작은 글씨로 썼다. 서예를 직접 체험해본 느낌으로 말하건대, 그러한 느낌은 정말 붓을 천천히, 약간은 정자세로 움직여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진취성이나 즐거움을 표현하는 글자는 크기도 크고 보통의 형태보다 과장되어있다. 이 글자를 쓸 때, 작가는 아마 팔을 뻗어 크게 움직였을 것이다. 내가 부스를 떠날 때 그는 "달려"라는 글자 앞에서 다른 관람객과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몸의 액션이 그대로 남아있는 작품 안에서 그러한 모습을 취하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민경숙.jpg

 

 

그 반대에 있는 민경숙 작가의 작품들은 아주 세밀하다. 양털에 세밀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서예와 다르게 느린 시간을 위축된 모습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작가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관람객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벽면에 붙어있는 새들이다. 새들에는 혈관처럼 보이는 식물들이 박혀있다. 그것들이 혈관과 식물이라는 생명력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도자기 작업을 했었고, 양털을 작업하는 것은 그와 비슷한 느낌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커다란 양털에 물과 비누를 묻혀가며 줄여가는 것이 형태를 만들어가는 도자기 작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새들이 그러한 세부 작업과 시간을 통해 완성했다는 것은 일종의 순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들은 종교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며, 작가의 시간에 생각이 묻어나와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소소한 식물들을 새 안에 박아 넣었다고 이야기했다. 혹자의 말로는 바다처럼 보이는 새들 사이에 박힌 지상의 생물들이 하늘로 뻗쳐오르는 모습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SE-bfa313d9-509f-417a-8d2e-0b1ed60672f6.jpg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홍선미 작가의 작품이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좀 더 직관적이다. 전시 부스의 세 면 중 두 면이 음식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음식은 망고버터, 에이드 원액, 홀그레인 머스타드 소스, 파스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들이 어떤 사랑을 표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설명은 분명 작품들의 질감과 놀라울 정도로 통하는 면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 영양분을 흡수한다는 것, 단 것을 삼킨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미지, 경험, 감각을 삼키고 맛보고자 하는 우리의 관계에 대한, 원초적인 욕망을 아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하트소스'로 파스타의 맛을 더하고 싶은 마음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그 특유의 질감이다. 작품들에서 홍선미 작가는 물감을 아낌없이 쓴다. 이러한 표현은 <망고버터의 향연>에서 두드러지는데, 꾸덕한 질감의 물감은 음식의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물감을 아낌없이 쓴 표현은 반대로, 관계 속에서 아낌없이 주고 싶고, 반대로 그런 영양가 넘치고 많은 음식들을 먹고 싶은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좌우간 실제 버터처럼 망고버터는 아주 두꺼운 질감으로 아낌없이 자그만 원통의 케이스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망고버터의 향연>이라는 작품에 더 많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이 작품이 묘하게 세포막처럼 보인다는 점에 있다. 음식은 모두 생명의 본질로부터 뻗어나와, 다시 내 안의 세포 속에 녹아든다. 제멋대로 케이스 안에 굴러다니는 망고버터의 생명력과 질감은, 트로피컬한 향을 내면서 굴러다닌다. 나에게 이 작품은 생명의 질서와 혼란으로부터 뻗어나온 사랑에 대한 충동이었다. 좌우간 이 작품은 실제로 보았을 때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고,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모티브들이 반복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감상하고 싶은 작가다.

 

이외에도 굶주린 체셔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차우진 작가, 프로젝트 20의 도자기가 가진 기묘한 살감의 느낌, 고전 조각 예술처럼 독특한 감각으로 명상을 유도하는 더 풀 작가, 섹슈얼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밀하게 완성된 유상희 작가, 만화적 표현과 디자인적 표현에서 기묘한 신비주의적인 모티브를 추가한 소동 프라자, 모던한 공간감을 표현한 엔리코 엠브롤리 등 지면상 하나하나 소개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회에서 주로 느낀 것이 새로운 예술적 소통 방식이었다. 특정한 시기나 작가에 국한되는 느낌은 잘 들지 않고, 각 작가들이 들고나온 주제도 딱 통일되지는 않아 <청춘별곡>이라는 이번 전시회의 이름이 사실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시 자체의 경험 자체로서나, 작가들의 역량으로서나, 관람객과 작가의 소통 상으로사나 아주 흥미로운 전시임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있길 바라면서, 좀 더 희망찬 마음으로 다른 노래를 기다려야겠다.

 

 

20230516103415_qpuxyahk.png

 

 
[이승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