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트에서 피어오르는 희망 [예능]

글 입력 2023.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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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의 일요일의 끝을 책임졌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그콘서트’는 시그니처 밴드 사운드로 항상 개그콘서트가 끝나는 동시에 한 주의 시작을 알렸다. 개그콘서트, 줄여서 '개콘'이 좋았던 이유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매일 같은 시간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순간만큼은 일주일을 치열하게 달려온 가족들과 둘러앉아 치아가 다 드러나게 웃으며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시기가 내가 기억하는 코미디의 정점이었다.

그렇게 21년간 사람들의 웃음을 책임지던 개그콘서트가 2020년부로 폐지되었다. 이는 많은 것들을 시사했는데, 첫 번째로 웃음 클리셰를 반복시켜 일으키는 가짜 즐거움을 사람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 신인 코미디언보다는 기성 코미디언들이 활약해 아는 얼굴만 계속 나온다는 점, 무언가를 희화화해 웃음을 유도하려고 한다는 점 등등을 이유로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잠정적인 폐지 조처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코미디 공중파 무대가 사라졌다는 것은 그 많은 코미디언이 설 중요한 무대를 잃었다는 말과 동일했다. 기존에도 코미디언의 무대가 좁고, 그들의 지망생 시절이나 월급 등은 열악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는데, 공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대마저도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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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대체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웃음 포인트'를 생각하기보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코미디 채널인 '피식대학'의 '한사랑 산악회'는 "열정!"을 부르짖는 등산 모임의 시니어들을 모티브로 그들의 말투나 패션, 건배사, 먹는 음식 등을 패러디해 많은 이들의 웃음을 샀다.
 
'B대면 데이트'는 코로나19로 인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실시되자 개발된 콘텐츠로, 카페 사장, 중고차 딜러, 언더그라운드 래퍼, 재벌 3세라는 다소 특이한 조합의 다섯 남자들과 비대면 소개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컨셉으로, 소개팅녀의 시점에서 각 인물과 영상통화를 하는 방식이며 '최준'. '이호창' 등의 캐릭터가 탄생하였다.
 
'05학번 이즈 백'은 김민수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자들이 2000년대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당시 패션이나 유행들을 보여주는 컨셉과 패러디를 하는 것이 특징으로, 유튜브를 몰라 UCC라고 얘기하거나 요즘 유행에 철저히 비껴간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는 피식대학이 공개한 시리즈 중 두 번째 시리즈로, 현재 피식대학의 인지도를 높인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05학번 이즈 히어’ 시리즈는 '05학번 이 백'에서 파생된 시리즈로, 지금은 30-40대가 된 05학번들이 2020년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서준 맘'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신도시에 거주하는 엄마들의 특징을 묘사하는 데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육아 중인 엄마들의 특징과 속마음을 잘 투영해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런 엄마들에게 사랑받고 자랐거나 혹은 사랑받지 못했더라도 잘 자라준 우리에게 위로와 눈물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피식쇼’는 세계 최대 토크쇼를 표방하며, 마치 월드클래스에 호스트들은 다 부자 및 인플루언서, 엄청난 게스트가 출연한다는 컨셉으로 시작한 미국형 한국 코미디 쇼다. 처음에는 이 잔잔한 코미디쇼의 매력이 무얼까 싶었지만, 마치 미국식 피자가 우리나라를 잠식한 것처럼 한영어 (한국어 + 영어) 쇼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고, 엄청난 밈을 만들어 내며 ‘백상 예술 대상, 예능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이는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로서는 최초의 케이스이고, 많은 이들의 기쁨을 끌어낸 피식쇼와 크루, 이를 올바르게 치하한 백상예술대상의 종합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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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또 하나의 대형 크루인 숏박스의 경우, 주로 젊은 층의 시청자들이 일상에서 겪을 만한 일들을 대화 위주의 콩트로 구성한 10분 내외의 영상을 업로드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을을 바탕으로 한 장기연애 시리즈 등 친구, 연인 사이의 대화나 화장실이나 미용실, 펜션 등 주변에서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섬세하게 재현하여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어 200만 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코미디라는 것, 코미디언이라는 사람은 남에게 웃음을 주는 하나의 장르를 연구한다. 웃음으로부터 파생되는 행복, 기쁨, 즐거움이라는 감정들, 어떠한 삶에서도 빠져선 안 되는 이 느낌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또 코미디라는 장르는 우리 곁에서 얼마 남지 않은 활력을 꼭 붙잡아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유튜브를 통한 코미디, 코미디언의 부활로 대중뿐만 아니라 여전히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까지 희망을 주려 한다.
 
피식대학의 상위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 코미디 클럽'에서도 많은 코미디언이 각자의 채널로 활동하고 있고, 그들만의 스탠딩 코미디 쇼를 열어서 개그 대결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개그콘서트 폐지 3년 만에 KBS에서 다시 신규 코미디 크루 모집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프로그램명과 포맷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남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은 여러 코미디언이 다시 한번 멋진 미소를 선물해 줄 기회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웃음을 쉽게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웃음을 원한다. 웃음. 감동. 행복 등은 우리가 삶 속에서 너무나도 느끼길 바라는 단어들이지만 그만큼 유지하기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고정된 웃음이 매주 우리의 삶을 노크하길, 위트에서 또 다른 희망이 피어오르길 항상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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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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