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범죄도시 3'은 한국 영화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영화]

글 입력 2023.05.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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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대대적인 유행, 지속적인 영화 관람료 인상, OTT 시장의 거대한 성장은 극장을 찾던 관객들로 하여금 하나의 공통된 의문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극장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제 극장 산업이 완전한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며, 설사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2019년 <겨울왕국 2> 이후로 명맥이 끊겼던 천만 관객 돌파 영화의 재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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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서서히 해제되기 시작하던 2022년 5월 무렵 개봉한 <범죄도시 2>는 마치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볍게 천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극장 산업을 향한 비관적 전망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사람들이 더 이상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그저 일부 유난스런 이들의 기우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이 한동안 영화관을 찾지 않았던 것은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우려와 거리두기를 적극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 현상이었을 뿐, 아무리 관람료가 오르고 OTT 플랫폼이 성장하더라도 극장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은 여전히 수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건재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외계+인 1부>, <비상선언> 등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개봉작들이 흥행과 비평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부침을 겪었으며, <헤어질 결심>, <헌트> 등 빼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입소문의 중심에 올랐던 영화들 또한 그저 손익 분기를 웃도는 성적에 만족하며 스크린에서 물러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앞서 기우라고 비웃음 당했던 '일부 유난스런 이들'의 예측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범죄도시 2>의 폭발적 흥행은 극장의 건재함을 알리는 사건이라기보다는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억압되었던 자유로운 문화 소비를 향한 목마름에 대한 일시적 반향에 가까운 현상이었고, OTT 플랫폼을 통한 스트리밍에 심히 익숙해진 대중은 더 이상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비싼 관람료를 내면서까지 굳이 극장에 방문할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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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영화들의 면면을 한번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앞서 언급한 <범죄도시 2>를 비롯하여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한산: 용의 출현>, <공조 2: 인터내셔날> 등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한 상위 다섯 개 영화가 모두 전편이 존재하는 속편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최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성향이 상당히 보수적으로 변모했음을 시사한다. OTT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대체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작품이 지닌 매력이 일정 부분 검증된 상황이 아닌 이상 소비자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방문할 결단을 쉬이 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 이는 한국 영화 위기론의 대두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간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며 시장 논리의 전형에 따르고 있는 다수의 범작들은 더 이상 대중에게 '극장용' 영화로 인식되지 않게 되었으며, 이러한 인식의 변화로 인한 비판과 외면의 화살은 당연하게도 국내 영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작품이 지닌 매력을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호소하지 못하는 소위 '무난한' 영화들은 자연스레 대중의 외면, 그리고 흥행 실패라는 참혹한 결과를 피할 수 없는 환경이 도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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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극장 내 흥행 추이를 살펴보면 <유령>, <교섭>, <리바운드> 등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무난하게 흥행에 성공하리라 여겨졌을 법한 작품들이 극장가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흥행 가도를 달리는 데 성공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와 같은 작품들의 경우 이미 탄탄한 기존 팬층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 작품의 속편에 해당하는 영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가오는 5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범죄도시 3>가 기나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영화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시리즈의 속편인 만큼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특유의 시원시원한 액션과 재치 있는 유머, 매력적인 배우진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범죄도시 3>의 흥행 성공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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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범죄도시 3>는 정말로 한국 영화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범죄도시 3>의 흥행이 해당 영화의 성공, 나아가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있을지언정 한국 영화 전반의 부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범죄도시 3>가 기록적 수준의 흥행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검증된 작품만을 소비하고자 하는 최근 시장 트렌드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은 일반적 현상의 범주에 속해 있을 뿐, 여타 한국 영화의 관람을 장려할 만한 어떠한 구조적 변화나 혁신도 이끌어내지 않는다.

 

결국 정말로 한국 영화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범죄도시 3>의 흥행과 같은 단편적 성과에 도취되어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영화 관람료 인하, 한국 영화 전반의 질적 향상 도모와 같은 실질적인 부흥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진행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떠나간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은 물론,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한국 영화계의 깊은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긴급하게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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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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