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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입력 2023.05.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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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의 광인"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뜬 청춘들더러 맑은 눈의 광인이라 칭하는 밈(Meme)이 유행이다. 언뜻 보면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키워드같이 느껴지나, 미디어에서 다루는 이 키워드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최근 유명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이 말을 재미 요소로 풀어내었던 것을 보면 그 이면에 숨은 뉘앙스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 SNL, 'MZ 오피스' 中 신입사원 役 (김아영)

 


팀원들과의 즉각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일궈나가는 일반 회사의 특성상,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할 땐 귀를 항상 열어두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 관습이다. 그러나, 이 예능 프로그램 속 신입사원은 에어팟을 빼는 것이 어떻겠냐는 직장 선배의 물음에 에어팟을 끼고 일했을 때 일의 능률이 올라간다고 답한다.


물론,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일에 집중하는 방식이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사무실에 출근한 직장인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귀를 열어두는 것은 그러한 상태가 다인 간의 업무 처리에 효과적이라고 사회 속에서 암묵적으로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입사원이 에어팟을 끼는 행동은, 기성세대가 다 함께 꾸려오던 사회의 모습을 불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 요소를 예능 프로그램 내에서 유쾌하게 풀어낼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배의 말에 반박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며, 그 신입 사원을 '맑은 눈의 광인'이라 칭했다.


이러한 사례만 보아도, '맑은 눈의 광인'이 단순히 열정적인 사회 초년생을 이르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 용어의 기저에는, 기존의 사회 관습을 무시하고 개개인의 성격을 존중받고자 공동체의 질서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미가 숨어있다. 그리고 이 '맑은 눈의 광인'에 해당하는 세대를 묶어 칭하는 용어가 바로 'MZ 세대'이다.

 

 


MZ



MZ 세대의 정확한 정의를 찾아보면, MZ라고 묶이는 세대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음을 알 수 있다.

 

당장 인터넷 포털에 검색해 보니, 통상적으로 MZ 세대는 1980년대 초 태생부터 2000년대 태생까지를 포괄하는 범위를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부모뻘과 자식뻘의 세대를 한 세대로 묶은 개념이 바로 'MZ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최소 두 세대 정도가 묶인 이 개념이 과연 실생활에서 어떤 실용성을 가지고 있기에 사회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소통이 가능해진 시점에 활발히 활동하던 세대와 현재 활동 세대까지를 한 번에 언급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을 통한 웹상의 소통이 가능해진 이후, 정확히는, 익명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견을 표출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비난을 직접 받지 않는다는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개개인의 자아가 비대해지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아무 데나 가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들을 온라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꺼내 놓을 수 있고, 그 주제들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대한 담론의 장이 새로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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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회를 분리시키는 경계가 된다. 온라인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날 것의 의견들을 오프라인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쉽게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은 MZ라고 불리는 세대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들의 의견에 쉬이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는 온라인에서의 벌거벗은 대화들에 적응되어 오프라인의 고착화된 질서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욕구에 충실하고, 개인의 의견을 중요시하게 된 온라인에서의 습관을 오프라인에도 적용하고 싶기 때문에, 그것이 편하기 때문에 말이다.


각자의 편함을 강조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암묵적인 분투 또한 더 빈번해질 것이다.


 

 

존중과 고집 사이 그 어딘가.



MZ 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정말 다양성인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것은 정말 질서인가.

 

서로의 입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자제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딜레마처럼 계속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로 지켜야 하는 것은, 다양성 또는 질서와 같은 무형의 가치가 아니라 시대에 맞는 사고방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주도권을 잡는 세대는 바통 터치하듯이 바뀐다. 이전의 세대가 살았던 방식을 앞으로 사회를 이끌 세대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며, 이전의 세대는 사회의 주도권을 잡은 세대의 방향성을 지탱해 주는 근거로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를 폄하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약 20년에서 30년의 시대를 특정 나이 대의 사람들이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넘겨줄 주도권, 미련 갖지 않으며. 어차피 넘겨 받을 주도권, 탐내지 않으며.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더 나은 발전 방향을 찾아가며 더 생산적인 사회를 만드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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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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