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에서 가장 흥이 나는 러브레터 – 사랑하는 당신에게 [영화]

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와 함께 춤추며..
글 입력 2023.05.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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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먼저 떠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대 무용단에 입단한 제르맹이 보내는 사랑스러운 러브레터를 담은 영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그 상실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예상치 못한 인생 후반부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다뤘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영화! 영화와 무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Cineuropa), “위트와 통찰이 가득한 작품”(Filmuforia), “이 영화는 관객을 웃게 만들고 감동시킨다”(j:mag) 등 언론의 호평과 함께 제75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기분 좋은 웃음과 감동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아 화제를 모았다.

 

특히 영미권의 대표적인 영화 리뷰 사이트 레터박스에서는 “웃음과 감동의 완벽한 조화”, “진솔하고 귀여우며 예상을 비껴가는 코미디”, “진심이 가득한 감동”,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과 현대 무용에 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코미디”, “깊은 공감과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는 영화” 등 전 세계 관객들의 극찬이 이어져, 국내 관객들의 마음 역시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갑자기 잃고 홀로된 제르맹은 자식들의 지나친 걱정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시간표까지 짜서 자신을 돌보는 자식들의 극성에 시달리던 제르맹은 아내와의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몰래 현대 무용단에 입단한다.

  

그의 어설픈 몸짓은 뜻밖에도 무용단을 이끄는 세계적인 무용가의 관심을 끌게 되고, 급기야 공연을 불과 4주 남기고 제르맹을 주역으로 한 새로운 안무가 만들어진다. 한편, 공연 사실을 비밀로 하고픈 제르맹의 행동은 그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 제르맹이 전달하는 신비로운 ‘무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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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한 노인 제르맹이 있다. 커다란 집에 홀로 지내게 된 그는 쓸쓸함을 느낄 새도 없이 가족들에 의해 둘러싸인다.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가족들의 쉴 틈 없는 보살핌은 제르맹으로 하여금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물론 이해는 한다. 자신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으니 자식들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슬픈 사람은 바로 나, 제르맹이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인생, 이제 평생 이 피곤한 가족들 사이에서 늙어가며 살아야 하나 한탄한다.

 

그러나 제르맹은 자신의 아내와 한 약속을 문득 떠올린다. 그 약속은 바로 만약 둘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 해오고 있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때, 남은 한 사람이 그 일을 마무리해 주기로 한 것이다. 아뿔싸 큰일 났다. 그녀의 아내는 현대무용단에서 현대무용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든이 다 된 나이에 현대무용이라니 그의 등에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객석에 앉아 다리를 꼰 채로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현대무용을 하진 않겠지.. 애초에 현대무용단에서 받아줄 리도 없을 것이고 말이야!”
 

 

내가 이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감독이 눈치를 챈 걸까. 때마침 현대무용극단에 오디션을 보러 온 제르맹이 내 눈앞에서 독백을 하고 있었다. 진심이구나 이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아내와의 약속은 그의 일생에 있어서 정말로 큰 조각을 차지하고 있구나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현대무용단에서 그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제일 유명한 현대 무용가 ‘라 리보트’의 격려를 받으며 그렇게 제르맹의 현대‘무용’담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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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현대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겐 어렵고 누구나 할 수 없는 선이 있는 무용이다. 단순히 춤을 잘 추는 것 이상의 자기표현이 필요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만으로 곡이 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대 무용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대로 제르맹에겐 현대 무용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의자에 앉아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무용수들의 눈만을 바라보고 길을 걷고, 그들과 몸을 닿지 않게 하면서 커플 댄스를 추는 등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훈련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르맹은 춤추는 순간 해방감을 느꼈다. 스케줄대로 짜인 일상이 아닌 춤을 통해 자신의 껍질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걱정하는 가족들의 연락을 뒤로한 채 꾸준히 저녁 연습에 참여하고 가족들에게 자신과 친분이 있는 무용수를 아내의 묘지기로 둔갑시키는 등 그는 자신이 추는 이 춤에 열정적이었다. 그가 왜 이렇게 열정적인지 궁금해졌다. 정말 춤에 소질이 있는 것일까. 무용단 안에서 함께 춤추는 구성원들이 잘 맞는 것인가.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제르맹에게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내와 일전에 나누었던 편지에 숨어있다. 상대방의 일을 마무리해 주기로 약속한 내용도 이 편지에 담겨 있었고, 그와 그녀가 편지를 통해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제르맹은 춤을 추고 있는 지금도 받을 사람이 없는 편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춤을 추고 있을 때면 당신이 곁에 있다는 것이 느껴져. 보고 싶어. 영원히 당신만 사랑해.”

 

 

서간문에서 난 울음을 터트렸다. 그가 춤을 춘 이유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죽은 아내를 느끼고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지나치게 간섭하여 슬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녀의 존재를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흘러가는 그의 시간을 춤을 춤으로써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제르맹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한 싸움. 제르맹은 자신이 주인공인 현대무용 공연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닿지도 못하고 눈만 마주치는 그 사람들 가운데서 그는 온 힘을 다해 손을 흔들고 몸을 부딪히려고 한다. 나는 이 안무가 아내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힘껏 싸우는 ‘무용담’처럼 느껴졌다.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처럼, 누군가에게 큰 응원을 입은 장군처럼 제르맹은 그렇게 아내와의 약속을 지켰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당신’의 존재를 평생 기억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계속해서 춤을 출 것이다. 그가 그녀를 사랑했던 만큼, 그리고 그가 그녀를 기억하는 순간이 지속될 순간까지..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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