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의 진가는 일상 속에서 -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도서]

글 입력 2023.05.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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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가진 장르



클래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고리타분함이 아닐까 싶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르이지만,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음악에 비해 배경지식이 있는 편이 곡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모종의 이유로 클래식은 '엘리트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자주 듣는 편이에요."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듣는 대답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냐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함께 자라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필자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조예가 깊다고 말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기껏 해봐야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웠던 이론과 수 년 간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배운 것이 전부다. 클래식이 생소한 사람보다 결코 많이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왜 클래식이 취미의 한 조각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모든 예술이 그렇듯, 지식 없이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충분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필자에게 지식의 유무를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곡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거나 때로는 위로받는 것이 클래식을 듣는 주된 이유였기 때문이다.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매료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인생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BGM, 그러니까 인생의 크고 작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만나거나,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 배경음악으로 잘 어울리는 클래식을 듣고 있으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순간의 장면에 대한 완성감을 느끼곤 했다. 어쩌면 인생이란 사소한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으로 굴러가는 것이니,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치로서 클래식을 사용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의 고백을 듣고,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이 읽기 적합한 책이 한 권 있다. 클래식이 어려운 당신이라 곡명과 작곡가는 모를지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흥미로운 문장으로 소개하는 책『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이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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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하고 싶고,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


클래식에 진심인 당신에게 바치는 최고의 클래식 만찬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이자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의 영혼을 배불려주는 양식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28개의 명곡 이야기를 보다 보면, 우리 삶 곳곳에 클래식이 꽤나 스며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최지환은 45년간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한 클래식 음반 컬렉터 겸 칼럼니스트로, 클래식 음반의 리뷰와 비평을 연재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껏 클래식에 갖고 있던 생각에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사랑하면 더 알고 싶어진다라. 관심이 생긴 분야에 대해 모두가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주 곁에 두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사랑하면 할수록 자꾸자꾸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클래식과 사랑에 빠진 자가 쓴 문장은 달고 깊다. 그 깊이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잘 알지 못했던 클래식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게 된다.

 

일반적인 교양서적과는 달리, 본 도서는 미술, 건축, 서예, 문학 등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친숙한 분야와 접목시킨 감상법을 소개함으로써 클래식을 좀 더 친숙한 존재로 느낄 수 있게끔 만든다. 또한 곡에 대한 다양한 연주 버전을 글 말미에 QR코드로 삽입하여 손쉽게 비교하고 느낄 수 있으며, 이야기 외에도 간단한 용어 설명이나 조언이 있어서 다채로운 독서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어떤 책을 읽든지 간에 무조건적인 수용은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저자의 생각이나 제안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우리가 이번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이렇게 답하겠다. "애정하는 클래식을 고르는 당신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


1.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다

 

음악을 귀로 즐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귀로 입력된 음이 곧 뇌로 전달되어 생각을 하게 만들고, 떠오르는 기억과 영감으로 새로운 감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에, 추억이 떠오르거나 사건이 생각나면서 다양한 감각기관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날의 향기, 온도, 습도 같은 것 말이다. 어쩌면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지낸 것들을 일러주는 때가 클래식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는 일은 어쩌면 실체가 있는 것을 감각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보이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형화된 그림 안에서 감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을 온몸으로 감각해 보라는 저자의 제안에 오히려 쉽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클래식의 매력 중 하나는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르게 들린다는 점이다. 온몸으로 악보를 느낀 연주자들이 표현한 방식을 느껴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곡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독자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같은 곡 다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를 친절히 삽입하였다. 진정 오감을 사용한 감상을 손쉽게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가! 고로 챕터를 읽는 동안에, 꼭 글과 함께 명곡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4DX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신세계를 맛볼지도!

 

 

2. 클래식을 그림처럼 보다

 


클래식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악상을 하나의 메인 테마로 잡고, 수천 개의 음표를 오선지에 그렸기에 작곡가가 의도한 그림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음악과 미술은 퍽 닮아있다. 예술이라는 큰 범주 내에 함께 하며, 추상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 방식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그리하여 음반에서는 음악의 표제 혹은 가수를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해 표지에 담아내고는 한다.

 

클래식 음반 표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필자의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연주자와 악기가 함께 있는 사진이었다. 그 다음은 음악과 잘 어울리는 풍경 사진이다. 고지식하다는 편견을 가진, 클래식이라는 음악에 가장 상응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앞서 말한 이미지 이외에도, 팝아트를 사용한 음반 등이 있다.

 

직관적인 사진이 아니거나 음악과는 연관성이 없게 느껴지는 그림을 음반 표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서야 알아챘다. 아마도 지금까지 들었던 음반의 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기에 지나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음반 또한 고정된 양식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또 다른 편견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인간이 혼자일 때보다 함께 할 때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처럼, 각 분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표지를 통해, 음반의 분위기를 유추하고 음악으로는 미처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말하는 것. 이처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음악과 그림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3.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다


 

인간이 오랜 시간 예술과 동반자적인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 곳곳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또 기록하기 위해 문자와 고유의 언어가 발달하였으며, 언어적인 표현법이 없었거나 말로 다 하지 못한 것들을 기록할 때에 벽화나 음악과 같은 예술적 도구를 사용하였으니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야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역적인 관계를 맺으며 시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야기가 있는 곳에 마음이 더 끌리도록 설계된 동물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것은 클래식에서도 유효하다. 곡의 예술성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친근감이 들면서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개인적인 사건을 예술로 승화시켜, 낭만음악사에 길이 남을 방향성을 제시한 프랑스 작곡가의 교향곡을 소개해볼까 한다.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집착과 광기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복수의 산물

 

 

베를리오즈는 사랑에 있어서 지나친 집착과 광기를 보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스물네 살이었던 1827년 파이레는 영국의 셰익스피어 연극단이 들어와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베를리오즈는 오필리아 역을 맡은 여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을 보고 한순간에 짝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중략)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후 베를리오즈의 사랑은 당대 뛰어난 피아니스트 마리 모크에게로 향했지요…. (중략) 만약 이 말도 안되는 살인 계획이 실행되었다면 우리는 <환상 교향곡>의 작곡자를 살인자로 만날 뻔했습니다.

 

 

그의 <환상 교향곡>은 자기 내면의 광기를 음악에 온전히 투영시켜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앞서 언급한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며 실패한 사랑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 본문 p. 295~297

 

   

위는 지독한 짝사랑에 실패한 남성의 참담한 기분을 음악적으로 승화시켜, 과감하고도 우아한 광란을 담아낸 <환상 교향곡>에 얽힌 이야기다. 작곡자 베를리오즈는 부제를 '5부작으로 구성된 어느 예술가의 삶에 대한 에피소드'라고 하였으며, "병적이고 격렬한 감수성을 지닌 젊은 예술가가 실연의 절망으로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약이 치사량에 이르지 못해 몽롱한 꿈속에서 짝사랑한 연인과 관련된 여러 환상을 보게 된다."는 설명을 달았다.

 

'사랑'은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아주 일상적인 주제다. 따라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짝사랑은 어떠한가. 가슴 아프고도 풋풋한 감정을 기억 저편에서 금세 찾아내고야 마는 마법의 단어 중 하나다. '사랑'처럼 보편적 감수성을 가진 주제가 갖는 이점은 무엇일까.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에 얽힌, 구애에 실패하고 얻은 상처를 광기의 선율로 풀어낸 음악이라는 이야기는 그의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이야기를 모르는 채로 들었을 때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듣고 나니 좀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실제로 주변에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미치광이라 손가락질 했겠지만, 언제나 이야기는 약간이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맛있는 법이니까. 또 그가 가진 광기를 문장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해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음악은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문장이나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언어냐 비언어냐하는 차이일 뿐이다. 다르게 말하면,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뜻을 전달하는 데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약 베를리오즈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면 어땠을까? <환상 교향곡>이었기 때문에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 될 수 있었지,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했을 것이고 꽤나 그로테스크 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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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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