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 한잔하실래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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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손님이 오시면 마실 것을 내오는 것이 예의'라고 가르치셨다.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면 커피를, 어머니의 친구분이 오시면 차를, 내 친구들이 오면 주스를 준비해 주셨다. 부엌 찬장 안에는 예쁜 찻잔이 여러 가지 있었고, 부모님 두 분 모두 커피를 드시지 못하지만 손님을 위한 커피믹스는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사람을 만나면 무언가 마신다. 낮에는 커피숍이나 찻집에서, 밤에는 술집에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차 한 잔과 커피 한 잔, 술 한 잔이 주는 느낌은 제각기 다르다. 차는 잔잔하고 커피는 일상적이며 술은 허심탄회하거나 시끌벅적한 대화에 어울린다.
혼자 살기 시작하며 집에 다양한 음료를 준비해 두고 친구들이 방문하면 예쁜 잔에 담아내어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나른하게 따뜻한 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싶은 날이면 찻주전자에 차를 우려서 작은 잔에 따라 마셨다. 근처 찻집에 가서 마시고 싶은 차를 그때그때 고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차를 전문으로 하는 찻집에 가면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무언가 다른 일에 열중하기보다는 차의 맛과 향을 느끼는 데 온 감각을 쓴다. 함께 간 사람이 있을 때는 그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한다.
전통 다례의 순서대로 차를 마실 때 차를 우리고 작은 잔에 채워 마시기를 반복하는 즐거움도 있다.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한 모금 마셔본 아메리카노는 너무 썼다. 그 뒤로 카페에 가면 과일 음료만 마시다가, 19살 즈음 호기심에 한 번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보았다.드디어 커피의 쓴맛을 아는 나이가 된 건지 쓴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에 그때부터 커피를 매일 마시게 되었다.혼자 외국 생활을 하면서는 집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프렌치 프레스로 시작해서 핸드 드리퍼와 모카포트까지 각종 도구들을 갖춰 놓았다.
최근에는 커피 머신이 생겨서 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
예쁘고 달달한 술에 빠져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다가 집에 리큐어를 사놓고 칵테일을 직접 만들게 되었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 원하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 것이 좋다. 가끔은 혼자 음악을 틀어 놓고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일기를 쓰는 시간도 즐겁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 마신다. 차든 커피든 술이든, 맛있는 음료를 직접 고르고 공부해서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일은 사소한 일상을 다채롭게 만든다.
[김지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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