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의 이름 없는 작은 순간들 - 유리별 프로젝트 [공연]

글 입력 2023.05.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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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생각보다 예민한 동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동체 내 구성원의 표정, 눈짓, 행동 하나 하나 신경써야만 한다. 흔히 말해 ‘눈치'라는 것을 기를 정도로 우린 예민한 동물인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런 예민한 사람들이 천만명 넘게 모여 살며 우리는 그곳을 도시라 부른다. <유리별 프로젝트>는 과밀화된 도시 속에서 심리에 금 간 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중 인물 ‘김요한’은 약과 술에 찌든 불행한 사람이다. 그는 과거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에게 행복을 유리병에 저장하라고 무심코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몇년 후 그가 동생과 다시 만났을 때, 동생은 수많은 유리병에 작고 소소한 행복을 담아 그것을 유리별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는 동생에게 받은 유리별을 통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직면해야만 하는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연극 <유리별 프로젝트>는 ‘외로움’이라는 주제에 주목해온 작/연출가 김우림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유리별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연희예술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오는 5월 여행자극장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찾아간다.

 

 

 

마약과 술에 의지한 채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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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다가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지?'하며 이해되지 않는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러나 이면은 우리가 살펴볼 수 없듯이 함부로 지레 짐작해서는 안된다. 모두에게는 성장과정에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김요한은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만나는 어머니,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과 함께 살면서 결코 행복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에게도 이따금씩 종종 웃을 수 있는 때가 있었다. 처음으로 떠난 가족 여행. 바닷가에서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동생과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것도 잠시 사실 그 여행은 어머니가 계획한 동반 자살 여행임을 알게 된다.

 

그후로 김요한은 가족을 떠나 어머니와 연락을 끊는다. 그리고 동화작가로써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마약과 술에 의존한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겉보기에는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그가 겪었던 결핍들로 인해 그는 어쩌면 행복을 마주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마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요한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한다. 그러던 중 요한은 동생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 동생이 유리병에 담았던 행복했던 기억들을 같이 곱씹는다.

 

[계절이 변화함을 온 몸으로 느낄때, 비오는 날 시원한 실내에 있을때, 빨래가 뽀송뽀송 말랐을때, 군고구마인줄알았는데 좋아하는 꿀고구마였을때, 지나가는 길에 마주한 아기가 웃어줄때]

 

일상의 이름 없는 작은 순간들이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환하게 비추어준다는 것을 함께 느낀 것이다.

 

 

 

마약과 비견할 수 없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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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는 자연스럽게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자극적이고 맛있는 건 순간 우리를 기쁘게 해주지만, 자극적인 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음식도 그렇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더불어 살아가며 항상 행복하고 안정적일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우리 모두 자극적이지 않은 행복을 저장하며 살아가야함을 알려준 공연이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행복은 생각보다 사소하고 쉽게 다가온다.

 

그러니 우리 모두 진짜 힘들 때 떠올릴 수 있는 유리별 하나씩 만들어놓기를, 일상속에서 언제나 내 곁에 둘 수 있는 소소하지만 완전한 행복을 담길 바란다.

 



[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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