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친절한 마녀가 있는 서점 [문학]

[마법 서점 라라 북스]를 읽고
글 입력 2023.05.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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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이란 건 새로운 인생을 의미하는 것 같아 언제나 설레고 신난다!


 

다양한 작품에서 마녀나 마법사, 늑대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항상 그들의 특별한 점을 숨기고 비밀리에 행동하고 바람처럼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면 자신의 힘을 빼앗기거나 공격당하고 배척당하곤 하는데 그런 클리셰를 부숴버리는 주인공이 나타났다. 마녀가 되어 마법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 친구 사귀기를 하고 싶은 마녀. 모처럼의 생긴 마법으로 세계 제패가 아닌 손님에게 맞는 책 골라주기에 사용하는 오늘의 주인공 라라다.

 

서른 살 생일. '김경자 '씨는 서른 살 생일에 눈을 떴더니 마녀 협회라는 곳에서 연락받는다. 모 소설처럼 올빼미가 편지를 배달해서 알려주거나 신이나 요정이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현대라는 시간선에 맞게 이메일로 임명받았다. '라라'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몇 가지의 규칙을 알려 주었다. 규칙들을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직업군 혹은 일상 세계 안에서 선을 베풀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눈에 띄지 않게 선한 영향력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

 

- 마법 서점 라라 북스 中

 

 

마녀 '라라'는 서점 주인이라는 기존의 직업으로 새롭게 해야 할 마녀의 일을 해내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한다. 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 행사를 열기도 하고, 영화 상영회, 다양한 여성 주민들을 모아 북클럽이나 뜨개질 모임 등 서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거기에 마법을 더한다.

 

거창한 마법은 아니다. 책을 산 손님들에게 좋은 일이 있도록 마법을 걸어주거나 과거의 패치워크를 알아보기 위해 과거의 미국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거나 손님이 필요한 책을 찾게 도와주는 식이다. 마법이 생겼다고 해서 거창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다. 소소하게. 선하게. 사소한 일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계기가 되어주듯 라라는 서점 주인으로서 세상의 영향력을 베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실제로 라라의 서점이 집 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이 필요할 때면 인터넷에서 구매하거나 대형 서점에 가서 구매하곤 한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어서도 있고 집 근처 서점은 학생들을 위한 참고서 위주라는 변명을 해본다. 다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할 수 있는 대형서점이나 언제든지 집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서점을 이용하다 보니 작은 서점들은 살아남기가 힘들어 동네 서점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다수의 책을 구비하기에는 관리가 까다롭고 공간도 여의찮을 때가 많다. 행사해서 손님을 모을 수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홍보를 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현실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라라는 정말 마녀 같았다. 항상 행사가 끊이지 않고 나에게 필요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책과 매번 마주할 수 있는 서점을 운영하다니. 언젠가 라라 북스와 같은 마음에 쏙 드는 서점을 만날 수 있도록 작은 서점들을 자주 찾아봐야겠다. 정말 보물상자 같은 곳이 발견도 못 하고 사라져 버리면 안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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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는 정말 특이했다. 마녀라는 자신의 특별한 점을 소소하게 받아들인다. 특별함은 얻은 주인공들은 대개 자신의 힘에 의지해 자신의 일상에 큰 비중을 두거나 힘의 끝을 생각하지 않고 먼 미래까지 함께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라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자기 친구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말하고 그들과 가까이 지낸다. 마법을 쓰는 것을 알려주거나 그들과 함께 마법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때떄로 마녀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을 자신을 생각한다.

 

마녀가 아니고 인간이었으면 어땠을까? 힘을 포기하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까? 그럴 때 라라의 친구들은 고뇌의 빠진 그를 말린다. 기왕 얻게 된 힘인데 그걸로 즐겁게 살자고 라라를 다독인다. 그러면서도 마법이 아니라도 마녀 이전에 인간인 라라가 마법 없이도 마법 같은 일을 행할 수 있는 일을 내밀곤 한다. 정말 멋진 친구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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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오랜만에 한국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서 튀어나오는 한국적 정서에 나도 모르게 웃곤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뜨개질, 합정동 등 일상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 자주 나와 장르가 판타지인데도 현실과 가깝게 느껴져 좋았다.

 

한국의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유쾌하고도 착했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걸 악용하거나 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이 좋았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아도 사람들이 위로받고 스스로 일어서는 단단함을 가진 주인공들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단편 '골든 오울스'의 주인공 '경혜'씨는 참 닮고 싶은 인물이었다.

 

역시 나는 이렇게 일상에 판타지 한 숟갈 정도가 들어간 이야기가 좋다. 소소한 판타지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아주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마법 서점 라라 북스' 판타지와 선함, 유쾌함을 짧게 즐기고 싶을 때 읽어보면 어떨까?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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