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 도서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글 입력 2023.05.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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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클래식이란 어느 정도 미지의 영역 같은 느낌이다. ‘클래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대단한 사전 지식과 음악의 조예가 갖춘 사람들만 들을 것 같아 어렵게 느껴지고, 괜히 지루할 것 같고, 즐기기 어려울 것 같은 그렇지만 언젠간 좋아해보고 싶은 궁금한 세계다. 아마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음악 그 자체가 아닌 상식으로 접근하여 배웠던 터라 이런 생각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상식으로 접근했다는 말은, 학교 수업 시간에 클래식 대가들에 대해 배우며 유명한 소절을 듣고 곡의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는 말이다. 약간 공부를 위한 공부 같은 느낌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상식 퀴즈로 클래식을 들려주면서 제목, 작곡가를 맞추는 장면이 등장하곤 하는데, 딱 그 ‘상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 수준으로 클래식을 대했던 것 같다.

 

책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시간]은 이렇게 학문적으로 어렵게 다가가기보다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에 대한 비하인드나 다른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곁들여 설명해서인지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곡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그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어서 좀 더 음악에 집중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던 중 문득, 곡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와 곡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갖춰진 상태에서 음악을 들었을 때 차이가 궁금해져서 한 챕터를 읽고 해당되는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챕터를 읽기 시작할 때부터 음악을 들어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게 더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그냥 아름다운 선율 정도로만 들리던 것이, 문장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들어와 쌓일 때마다 곡에 대한 느낌이 묘하게 변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전장에 울려 퍼진 베토벤의 울부짖음 –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음악을 들을 때 관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은 이제 과거에 알았던 음악보다 더 깊은 흥미진진함과 감동으로 다가올 겁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곡의 음악적 특징을 아는 것보다 어떠한 관점을 갖고 그 곡을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빠바바 밤~’으로 유명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강렬하고 웅장하며 긴박한 느낌의 곡 정도로 생각했는데, 음악과 함께 곡이 가진 이야기를 읽으니 점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곡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시점은 여러 부분이 있었는데, 그중 크게 와닿은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이 교향곡을 ‘운명’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 <운명> 교향곡이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 당시 지식인들이 혹독한 시절을 보내며 시련을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해주었다고 하는데, 시대적 배경과 함께 듣게 되니 음악 속에서 진취적이며 강인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

 

베토벤이 1801년 친구인 베겔러에게 쓴 편지 중 한 구절인 “운명의 목을 졸고 싶다. 운명은 나를 부수지 못한다.”는 내용과, ‘어둠에서 광명으로’, ‘투쟁에서 승리로’라는 모토의 음악을 작곡했다는 설명도 나오는데, 이 얘기를 비추어 보았을 때 베토벤은 기본적으로 저항 의식에서 비롯된 진취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을 지닌 작곡가가 지은 음악이라고 생각을 하면, 이전과 동일하게 음악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느낀다. 이는 아마 곡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진짜 달빛이 보고 싶어? 안톤 발터 피아노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이 곡을 쓸 당시인 1801년 베토벤은 피아노 제자인 귀족 줄리에타 귀차르디와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지한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당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게 그녀를 너무 사랑하지만 신분 차이로 결혼을 힘들 것 같다는 고민을 내비치고 있어요. 이것을 보면 실패가 예상되는 안타까운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취지는 베토벤 소나타 각각의 곡을 작곡 당시의 피아노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쯤은 베토벤 생전의 소리를 들으며 그의 마음을 읽어보자는 겁니다. 이러한 경험은 누가 어떤 피아노로 소나타 14번을 연주하더라도 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도와줄 테지요.”

 

 

책을 읽을 때 가장 생각의 변화를 많이 이끌어 냈던 것은 <월광 소나타> 부분이었다. 나에게 <월광 소나타>는 놀랍게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찬 기운이 가득한 어느 어두운 밤, 환한 보름달의 빛에 의존하여 피아노를 치는 쓸쓸하면서도 묘한 무서운 분위기가 있는 곡이었다. 아마 이것은 어린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생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 ‘코난’ 중 어느 한 에피소드에서 불길 속에서 <월광 소나타>를 치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그 이후로 나에게 이 음악은 무서운 분위기로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상태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알고 보니 이 곡의 배경에는 아름답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에 대한 베토벤의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니, 무섭다고 생각했던 음악이 더 이상 어둡게만 들려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월광 소나타>를 듣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확실히 곡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고, 이를 토대로 어떤 작품을 대할 때 배경지식을 알고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책과 함께 클래식을 쭉 감상하다 보니, 클래식은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해 준다고 느꼈다. 앞에서 곡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순간 음악을 대하는 생각 역시 변화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관점’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생각,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합쳐졌을 때 도출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미술과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청자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듯이 말이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들을 때 ‘아 내가 기분이 이래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음악이 이렇게 들리는구나, 음악이 이렇게 느껴지는 건 예전에 이런 순간을 겪었기 때문이구나’ 싶은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곤 하는데, 클래식 음악은 가사가 없다 보니 더더욱 작가의 의도보다 청자의 상황에 따라 감상이 좌지우지되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을 역으로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등 질문하며 꼬리 물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결국 ‘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기에, 클래식은 ‘나’에 대해 집중하는 순간을 마련해준다고 판단했다.

 

책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읽는 동안은 클래식에 연관된 오케스트라, 교향곡, 소나타 등 어렵거나 잘 모르는 단어보다는 곡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가니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곡 배경을 알게 되면서 익숙했던 음악이 새롭게 느껴질 때는 책에 더욱 몰입하게 되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다양한 곡에 대해 다룬 만큼 나중에 내가 음악이 듣고 싶은 순간 필요한 음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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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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