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작가에 의해 성립하는 새로운 표현의 방식 [미술/전시]

일민미술관 -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관람 후기
글 입력 2023.05.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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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realism) - 일반적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재현하려는 창작 태도. 현실을 존중하고, 주관에 의한 개변·장식을 배제한 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그 개성적 특질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려고 하는 경향 또는 양식.


사전의 정의가 이러하듯이, 나 역시 스스로 ‘리얼리즘’에 관하여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어 자체가 지니는 의미처럼 ‘그대로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리얼리즘’에 다소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가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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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의 담론, 그리고 그 가치



본 전시는 그동안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졌던 리얼리즘에 대해서 다시 통찰한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숙고되지 못했던 것을 충분히 재고하는 기회를 얻고, 그 가치를 탐색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이를 동시대 작가 13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알리려 한다.


사실 내용 자체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인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모두 저마다의 ‘리얼리즘’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 특색이 강해 그들의 리얼리즘을 하나씩 하나씩 머금고 의도와 내용을 깨닫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어려운 감이 있었던 것.


그러나 어렵다는 말이 곧 재미없다는 뜻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다시 정정하자면, 오히려 범람하는 자극들을 향유하고, 이를 소화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또한 이러한 전시의 개최 자체가 미술계에 있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리얼리즘에 대한 현시대의 고찰과 이를 통한 작가 개인의 재해석은 곧 대중에게 리얼리즘 자체에 관한 색다른 변화와 감각, 더 나아가 새로운 인식을 심을 수 있는 도약대가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해당 전시는 리얼리즘이라는 태도와 시각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험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리얼리즘에 발자취를 남기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재고한다는 것에서 미술사적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다고 본다.


이번 글에서는 리얼리즘에 대한 작가들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을 회화로 풀어낸 것을 간단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주관적 의견이 다소 많이 첨부되었으니 이 점 유의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고유의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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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최진욱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최진욱은 과거부터 본인의 작업을 “감성적 리얼리즘” 혹은 “신비하고도 과학적인 리얼리즘”이라고 칭해왔는데, 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리얼리즘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이러한 그의 고유한 리얼리즘은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고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단독적인 행위 양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모순에 대해서 회피 대신 수용을 선택한다고.


설명을 듣고 그의 작품을 보니, 일상 속 풍경을 묘사함과 동시에 다소 어색하고 낯선 부분들이 그림 속에서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모순적 요소들을 먼저 서술했던 바와 같이 버리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그만의 리얼리즘을 표현한 것 같았다.

 

다른 공간에는 작업물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노트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리얼리즘에 대한 깊은 고찰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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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작품 속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김혜원 작가의 작품들. 그는 보는 것과 찍는 것을 등가 관계에 놓고 일상 풍경을 다루며 ‘선택 불능’에 빠진 작가의 곤란함을 내비친다.

 

작가 소개와 작품 제목, 소재에서 알 수 있듯 그의 회화는 특히나 중립성이 눈에 띄는데, 이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에서 재료를 찾고 눈앞의 장면을 “찍어야겠다는 감각”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카메라로 찍은 듯한 구도를 통해 사진 같은 느낌을 줘서 신기했다. 또한 그의 작업 방식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점묘화 양식을 통해 리얼리즘을 세밀하고도 독특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구체적이고 정교한 그림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게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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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캔버스에 움직임을 재현하여 생동성을 부여함으로써 회화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손현선 작가,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모델을 옮겨 그리는 일에서 출발해 현실에서 가상의 즉물성을 표현하는 조효리 작가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작가의 다채로운 리얼리즘에 대한 연구와 결과물을 머금을 좋은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모든 작가를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본 전시에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하기에, 글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실감해 보고 향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언급하지 못한 작품 중에서도 흥미를 끌고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는 재미있는 작업물이 다수 있으니, 작품과 그에 투영된 작가의 의도와 생각을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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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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