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는 날 만큼은 내 맘대로 -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글 입력 2023.05.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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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학원에 다녀봤다거나 토론 학습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락사'라는 주제에 꽤 익숙할 것이라 생각한다. 태어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죽음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언제나 다양한 생각과 논쟁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안락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안락사를 부정적이게만 보지 않는다. 내가 나 한 사람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안락사를 고민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책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의 유도라 역시, 안락사를 원했으니까.

 

유도라 허니셋은 85세의 할머니이다. 나이는 꽤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지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할머니이다. 매일 찾는 수영장이 유일한 낙인 삶. 유도라는 이 같은 무료한 삶에 점점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스위스의 안락사 서비스를 알게 된다.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조금의 지체도 없이 바로 서비스를 신청하기로 결심한 유도라.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유와 일상을 정리하는 일뿐이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이웃에 이사 온 로즈라는 꼬마 아이와 동네에 거주하는 또래 할아버지 스탠리가 자꾸만 거슬린다. 분명 귀찮고 성가신 존재인데,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다. 함께 대화를 나눌 때면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도라는 과연 안락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따뜻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책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의 키워드는 '죽음'이다. 이야기는 살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노년의 여성이 죽음만큼은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다짐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죽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주변인들은 그녀를 죽게 놔두지 않는다. 그녀 또한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진정 바랐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사실, 자신은 삶의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로즈의 참견이 귀찮다 말하면서도 끝내 미소를 짓는 유도라를 보며,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람의 온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전쟁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죽음의 허망함을 너무나도 빨리 경험하였다. 삶과 죽음이 인간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은 무의식중에 그녀 안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도 모르게 자리 잡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강한 반발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결과 안락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스스로를 이끌었다.

 

하지만 유도라가 진정 바랐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그녀가 로즈와 스탠리의 관심을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 그녀는 외로웠던 것이다. 관심이 필요했을 뿐이다. 적절한 관심은 그녀를 다시 삶의 방향으로 이끌었고 잊고 있었던 살아 있음의 행복을 다시 찾아주었다.

 

책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는 출간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이 책을 미운 마음으로 읽을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들을 동화 같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따라서 격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킨다기보다,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자꾸만 따뜻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아직은 좀 쌀쌀한 지금 같은 날씨에 간간이 찾아오는 한낮의 햇빛 같은 이야기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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