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가의 취향을 머금으며 [공간]

한 사람의 취향이 가득 담긴 곳
글 입력 2023.05.0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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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땐 고양이 그림이 가득하고, 어쩔 땐 핑크색이 만연하고, 또 어쩔 땐 디즈니랜드나 영국의 왕실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 입구에서부터 온 구석구석까지 한 사람의 취향으로 가득한 그곳, 바로 소품샵에서 말이다.

 

‘누군가의 취향이 가득한 곳’, 내가 소품샵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여태껏 수십 개의 소품샵을 가보며 느낀 점은 단 하나도 같은 곳이 없다는 점이다. 뭐 굳이 카테고리를 만들어 세분화하자면 비슷한 결끼리 묶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건 결코 같음을 뜻하진 않는다. 교차점은 있지만 동일점은 없는, 내가 소품샵을 좋아하는 이유다.

 

사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적대감을 느끼면 느꼈지,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원체 ‘물건은 실용성이다’는 마인드가 굳게 장착된 사람인 데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아이템을 봐도 늘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소품샵이란 예쁘기만 하고 쓸모없는 물건을 두세 배 부풀린 가격에 판매하는 곳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자의로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친구들 손에 이끌려 가거나 하면 ‘이걸 대체 왜 구경하는 거야’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얼른 나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었다.

 

그랬던 내가 변하게 된 이유는 굉장히 단순했다. 단지 취향이 바뀌어서. 정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살다 보니 절대 안 바뀔 것 같던 것들도 꽤 많이 바뀌었는데, 취향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게 시야 밖의 것들이 하나둘 품으로 들어오면서 어느 순간 귀엽고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품.jpg

 

 

작고 귀여운 소품이 눈에 들어오자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스스로 소품샵에 발을 들이는 거였다.

 

이전까지는 친구들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갔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자의만으로 소품샵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하나둘 도장 깨기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새로운 문을 열기 전 ‘이번엔 또 어떤 귀여움이 가득할까’하며 설렘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는 여기, 오늘은 저기, 또 내일은 아주 멀리. 손에 쥔 손잡이가 바뀔 때마다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앨리스가 문을 열 때마다 마주했던 각기 다른 풍경들처럼 말이다.

 

설렘을 안은 채 들어간 문 너머에는 나와 비슷한 모습을 띤 사람들이 꽤 보였다. 포토존으로 의도된 곳에서 한껏 웃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물건을 손에 쥔 채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사람, 인상을 찌푸린 채 양손에 쥔 물건을 번갈아 보며 한껏 고민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취향을 촬영하며 구석구석 기록하는 사람과 반대로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멀뚱히 물건만 바라보는 남자, 팔짱을 낀 채로 초점 없는 눈으로 대충 쓱 둘러보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귀엽고 예쁜 물건만 파는 곳에 불과한 그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 사람의 취향을 머금어 일상 속 소소한 설렘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했다. 아마도 난 매번 달라지는 취향과 설렘에 매료돼 자연스레 잠식되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취향을 머금어 복작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나의 시선을 끄는 작은 물건을 보며 감탄사를 자아내는 일. 소소하지만 확실한 설렘을 주는 일.

 

내일은 또 어떤 취향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는 밤이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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