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혐오의 시대, 내가 가져야할 태도 [사람]

안과 밖에대한 단상
글 입력 2023.05.0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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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창밖을 보는 일은 참 즐겁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젖은 나무와 흐릿한 하늘, 평소보다 습한 공기는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하지만 외출할 일이 있는데 비가 오면 그건 또 스트레스다. 차는 막히고 신발은 젖고, 아무리 큰 우산을 써도 비를 완전히 막을 수가 없다. 안에서 보면 즐거운데 막상 겪으면 참 힘들다.

 

이런 괴리감과 이중성이 비 올 때만 생기는 일은 아닐 테다. 왜냐하면 이중성이 비의 성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내가 이중적일 뿐이고, 다른 어떤 일에도 내 이중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비 오는 날 나는 안에 있었고 그래서 즐겁게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의 이중성의 기원이 '안과 밖'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에 대해 고민해 봤다.

 

사람은 나이, 국적, 성별, 인종, 재산, 지역 등 수많은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분류하고, 타인을 분류한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곳을 안으로 여긴다. 안과 밖을 가르는 벽과 기둥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간사하다. 세대를 나누는 말만해도 요즘 유행하는 MZ세대를 비롯해 X세대, 386세대, 586세대 등 너무도 많다.

 

세대를 나누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대를 나누는 말들이 벽이 돼버리고, 우리는 다른 세대 사람들을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듯이 보고 있다. 전혀 관계 없다는 듯이,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듯이 보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 본다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다. 안에서 밖을 보면서도 공간은 완전히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만남의 가능성은 전무해보인다.

 

동시대 사람들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안에 있을 때 안전해 왔고 밖은 위험이 가득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적어진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외부요소'로 보게 된다. 안과 밖의 갈등은 당연한 수순으로 너무 안쪽으로 들어간 사람은 세상을 혐오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이 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들려온다. 혐오적인 단어가 무수히 많이 생산되고, 마치 혐오를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다. 벽을 무수히 많이 세워 사람들을 모두 고립시키고 있는 것만 같다. 나 또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 나는 무수히 많은 벽 안쪽에 있으면서 무수히 많은 벽 밖에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밖을 향해 사랑과 존중을 해야 할까? 나는 남자이지만 여자를 존중하고,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을 배척하지 않고, MZ세대이지만 X세대를 존경해야 할까? 일단, 그것은 불가능하다. 시도를 하거나 그러한 의지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벽 안쪽에 서서 창문을 통해 하는 그런 일은 반드시 실패한다. 벽이 문제이니 벽을 부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단순히 벽을 부수는 일은 또 다른 벽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새로운 벽은 더 튼튼하고 거대해지고, 부수기 어려워진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오직 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안에 있고, '생명'이라는 안에 있다. '지구'라는 안에 있고 나아가 '지금'이라는 안에 있다. 이미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로 밖을 향해 존중해 봤자 벽은 그대로일 것이다. 단지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고, 지구를 살아가는 공동체를 존경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과 존중과 존경은 밖을 향하지 못한다.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로 벽만 보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만큼 안은 좁아지고 나는 벼랑에 몰린다. 점점 내가 있을 안은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오직 밖에 있게 된다. 혐오의 시대, 우리는 밖을 향해 사랑하지도 벽을 부수지도 말고 그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면 된다. 다만 지금 내가 얼마나 넓은 곳에 서 있는지를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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