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실에 대하여 [영화]

<몬스터 콜>에서 말하는 절망과 상실
글 입력 2023.04.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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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세상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이지 싶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꾸밈없어지고 싶기도 하고 못난 부분을 숨기려 애쓰기도 하는데 이 영화 앞에서는 최대한 전자가 되려고 한다. 감정의 노동은 이미 살아가는 것 하나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코너 또한 그렇다.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법을 먼저 배운 코너는 자신의 상처가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엄마를 위한다. 엄마는 아프고, 그런 엄마의 슬픈 모습은 보기 싫으니까.

 

그러나 코너는 자신이 오로지 엄마만을 위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사는 건 힘들고 도망칠 길은 없어서 분노와 절망은 애꿎은 가족들을 향한다. 무의식은 매일 밤 똑같은 악몽으로 찾아온다. 코너는 갈라지는 무덤에서 엄마의 손을 놓친다. 아니. 손을 놓는다.

 

엄마를 죽게 내버려두었거나 혹은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코너의 현실을 잠식하고 그때 몬스터가 나타나 코너가 듣고 싶어하는, 혹은 듣기 싫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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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코너는 거듭 묻는다. “저를 혼내지 않으세요?”

 

질문에 대한 어른들의 대답은 이것이다. “혼낼 필요가 뭐가 있겠니.”

 

절망에 빠진 코너는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어른들은 그것에 협조하지 않는다. 코너가 엄마를 향한 죄책감으로 자신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코너에게 ‘몬스터’는 너를 치료하러 왔다고 말한다. 코너는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라고 말하지만, 사실 둘 모두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객은 알고 있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던 것처럼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절망은 녹은 고무줄처럼 손발을 묶어 놓고 목구멍으로 울컥이며 밀려 들어온다. 아,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하는 무력감에 한숨조차 쉬기 어렵다.

 

끔찍한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끔찍한 상황. 몬스터는 그런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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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구나 겪는 상실과 그런 상실의 과정에 부유하는 죄책감에 대해 말한다. 많이 아플 걸 알지만, 가끔 아주 못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을 알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고 그럼에도 네 곁에 있을게, 하는 담담한 말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아플 것을 알고 살아간다. 견디기 힘든 순간이 도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행복은 잘 견딘 불행이며,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자신이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실에 대하여 충분히 슬퍼하되 무디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무디어지지 않되 부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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