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힘들게 하는 감정을 마주 보는 법 -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유아란 작가

글 입력 2023.04.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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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의 하이라이트를 목격할 때 슬금슬금 찾아와 그림자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열등감과 불안감. 그대로 마음속에 품고 있기에는 답답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망설여지는 생각들. 인간관계 앞에서 주저하게 되는 모습과, 어디에도 완벽하게 녹아들지 않는다는 느낌. 내향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유아란 작가는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를 썼다. 솔직함이 통한 것인지 2020년 ‘대학내일’에 실린 해당 에세이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약 3년 뒤 같은 제목의 에세이집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솔직하게 쓰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했던 이번 에세이집은 끝없이 솟는 감정과 생각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책 한 권으로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여기 나랑 비슷한 생각과 감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18일 만난 유아란 작가도 이 책에서 거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 소소하게 공감하며 읽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책에 다 나오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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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생각 많고 내향적인 저의 성격을 숨기고 싶어서

일부러 더 밝은 척, 생각 없는 척도 했죠.

지금은 그런 ‘가짜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안녕하세요,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이번 책이 작가님의 첫 책인데요, 어떻게 책을 내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2020년 11월에 ‘대학내일’에 제가 기고한 에세이가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 후 브런치에 글을 두세 편 올리던 중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학생이었던 데다가 제대로 글을 많이 써본 적도 없어서 망설였는데, 편집자님의 격려로 계약을 하고 무사히 원고를 끝마칠 수 있었어요. 


탈고는 작년 여름에 했지만 출간은 좀 미뤄져서 책이 나와도 사실 크게 실감이 안 났어요. 그냥 책이 나왔구나 했죠. (웃음) 얼마 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거기 진열된 제 책을 봤을 때야 내가 책을 냈긴 냈구나 실감했습니다.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어요. 이번 책에서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켜야 관계가 창조된다’(87쪽)라는 문장을 쓰셨는데, 작가님은 어떤 사람인지 이번 기회에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방송국의 뉴미디어 부서와 잡지사 쪽에서 인턴으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학교를 졸업하고 IT 서비스 기획자 관련 교육을 들으며 취업 준비 중입니다. 

 

 

첫 책인 만큼 쓰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사람들이 제 개인적인 이야기에 공감해줄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과연 책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생각할 때가 많았고, 쓰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싶을 때도 있었죠. 다행히 편집자님이 피드백을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글이 많이 깔끔해졌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쓴 것 같아 소름 돋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무언가를 글로 쓴다는 것은 그것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에서 여러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쓰고 난 다음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평소에 일기장이나 블로그에서 비슷한 글을 계속 쓰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책이 만들어진 거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책을 쓰고 나서 극적으로 달라진 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날 우울하게 했던 것까지 정말 솔직하게 쓰고 나니 관련된 감정을 털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생각 많고 내향적인 저의 성격을 숨기고 싶어서 일부러 더 밝은 척, 생각 없는 척도 했죠. 지금은 그런 ‘가짜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인간관계에 대해 쓰신 내용도 무척 공감되었어요. 관련해서 책에 여러 가지 다짐이 나오는데, 실제로 작가님이 요즘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변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책에 제 경험과 함께 반성하고 다짐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웃음) 여전히 인간관계 고민이 많죠. 제가 내향적인데 사람도 별로 안 좋아한다면 이런 고민도 없을 것 같아요. 내향적이면서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은 강하니까 힘들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관계를 좀 가볍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 저는 어색할 것 같은 만남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같은 환경에 있어서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던 사람이 있었다면, 환경이 바뀐 후에는 만나는 걸 주저했죠. 일부러 약속을 잡아서 만나면 어색해질까 봐 두려웠거든요. 그래서 직접 만나지 않고 간간이 연락만 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 그냥 만나서 그 시간을 재밌게 보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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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닿은 거라면,

이 책 역시 최대한 솔직하게 써야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책을 쓰며 주변 사람의 반응은 어땠나요?


사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부끄러워서 정말 가까운 친구나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알리지 않았어요. 다 완성되어서 출간되었을 때 공개하고 싶었죠. 인스타그램에 출간 소식 올릴 날만 기다렸어요. (웃음) 출간 후에는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기대평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이 책의 시작이 된 글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를 필사하며 많이 위로받았는데 이번 책도 궁금하다는 기대평이 감동적이었죠. 제 글을 한번 읽고 끝난 게 아니라 정말 여러 번 정성스레 읽으셨구나 싶어 고마웠습니다.

 

 

그런 댓글을 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재밌어했던 이유도 제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보고 듣는 게 즐거워서였거든요. 지금도 제가 쓴 글로 사람들이 좋은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되게 좋아요.

 

 

한편으로는 두려울 때도 있지 않나요. 내가 쓴 글로 누군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 내가 글로써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이요. 글을 솔직하게 쓸 수 있었던 비결을 묻고 싶어요.


출간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은 기회이니 잘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민했어요. 왜 사람들이 ‘대학내일’에 실린 제 에세이를 그렇게 좋아했을까 생각해 보니, ‘솔직함’이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어찌 보면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쏟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정말 솔직하게 쓴 글이었거든요. 그 솔직함이 사람들에게 닿은 거라면, 이 책 역시 최대한 솔직하게 써야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작년에 학교를 다니며 들었던 한 인문학 프로그램 역시 솔직한 글을 쓰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저는 늘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걸 잘 못 하고 오히려 숨기는 편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솔직한 사람이 되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책과 글을 매개로 한 모임이니 거기서만큼은 그래도 될 것 같았거든요. 그 시기에 마침 이 책을 썼기에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로 첫 번째 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셈이네요. 


맞아요. 그때 좋은 반응을 얻으며 나만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너무나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게 놀라웠어요. 나만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니 좀 더 글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가 편해진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어요. 첫 번째 글을 제 기대보다 너무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이 책에 실린 다른 글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쩔까 싶어서요. 또 기대평 중에는 자신도 우울할 때가 많은데 작가님이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 많아요. 근데 이 책이 특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걸 기대하고 책을 산 분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어요. 

 

 

내향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이 많이 하는 걱정인 듯해요. 그런 걱정은 어떻게 잠재우시나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책을 사고 실망하는 건 책을 산 사람들의 몫이지 왜 그런 것까지 고민하느냐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웃음)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지만, 마음은 좀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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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읽으면서 이거 내 얘긴 줄 알았다,

내가 쓴 줄 알았다면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다루는 감정이 낯설지 않은데요, 책 제목처럼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작가님이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듣고 싶습니다. 


제가 안정적인 상황일 때는 진심으로 흔쾌히 다른 사람을 축하해줄 수 있지만, 내가 뭔가 불안할 때는 온전히 축하해주기가 어려운 듯해요.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 축하하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죠. 그럴 때면 최대한 빨리 그걸 글로 써서 감정과 저를 분리하려고 해요. 정말 솔직하게 쓰고 나면 기분이 훨씬 괜찮아지더라고요.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그대로 바라볼 때 안정이 됩니다. 

 

 

작가님은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책으로 다가가기를 바라나요?


술술 잘 읽히고 공감되는 내용이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제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읽으면서 이거 내 얘긴 줄 알았다, 내가 쓴 줄 알았다면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읽고 나서 마음이 좀 가벼워지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다음 책을 쓰신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글쓰기나 기록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어요. 제가 이 책 원고를 쓰던 시기에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의 글을 읽고 또 글 쓰는 마음에 대해 나누곤 했는데, 거기서 느끼고 오갔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글쓰기 초보가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 같은 느낌으로요. 두 번째로는 제가 한두 달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과 여행 중 매일 썼던 일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책 추천하는 뉴스레터 ‘북플래터’도 만들고 계신데요. 읽고 쓰는 일에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북플래터’는 책을 좋아하는 다른 멤버들과 함께 만들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해요. 많은 위안이 되거든요. 취업을 다른 쪽으로 준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게 일이 되면 오히려 하기 싫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예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 공감하는 독자들에게 작가님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나 혼자만 이런 감정을 느끼고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무엇보다 그런 감정 때문에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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