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진리인가, 영화 ‘매트릭스’ [영화]

글 입력 2023.04.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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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중의 고전, 영화 ‘매트릭스’의 시점은 2199년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인류의 뇌는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그들이 완벽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영화 ‘매트릭스’에는 파란 약과 빨간 약이 중요한 소재로써 등장한다. 빨간 약은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 밖에 서 있는 것, 즉 꿈 밖의 세상을 바라보도록 하고, 파란 약은 가짜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 안에 갇힌 것, 즉 꿈속에 갇혀 있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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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 약을 건네며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 고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진실이 어떤 것을 보여줄 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로, 네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현실 세계의 진짜 진실을 보여주는 빨간약을 먹는다.


그렇다면 조작과 환상의 법칙이 작용하는 파란 약은 그저 가짜 세계이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약일까? ‘조작’, ‘환상’이 ‘진실’, ‘현실’보다 열등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수처작주 입처개진’; 가는 곳마다 주체적 인간이 되어라, 그러면 지금 서 있는 곳이 모두 진리이다.

 

 

당나라 임제선사의 말이다. 우리가 어느 곳에 머물든지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내 삶을 개척할 수 있다면, 그 자리가 그대로 진실한 자리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이 의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어느 곳에 머물든지’이다. 우리가 머무는 곳이 현실 세계이든, 가상 세계이든 상관없다. ‘내 삶에서 내가 노예로 살 것인가, 주인공으로 살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자신이 파란 약을 먹어 가상 세계에서 주인공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자리가 진실한 자리라 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빨간 약을 먹어서 진짜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삶을 노예처럼 살아가게 된다면 그 자리는 진실하지 않은 자리라 볼 수 있다.


주인공 네오와 같이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파란 약을 선택할 것이다. 어떤 세상에서 살든 상관없이 내가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나는 내가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제되는 조건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가는 데에 안정감을 찾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은 살아간다는 의미보다는 살아‘내는’ 의미에 가깝다.


물론 사람마다 안정감을 찾는 상황은 다르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에 믿음을 가지고 안정감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외적인 상황이 안정되어야 나 또한 안정감을 찾는다.


우리가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뜻을 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정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던 그 결정은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조차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후회의 시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삶의 객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나에게 충분하지 않은 자리라는 생각,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나 자신을 성장하게 하고, 능동적으로 살 수 있게끔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행동을 옮기지도 않으면서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분명히 지금의 자리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변화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고, 사람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다 보면 어느 곳에 있든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다다를 것이다.


결국,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상태로 이 자리에 서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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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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