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완전한 신체는 진정으로 불완전한가요? [미술]

마크 퀸이 석상 하나로 세계에 던진 질문
글 입력 2023.04.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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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트라팔가 광장에 큰 충격을 주었던 작가가 있다. 바로 영국 출신의 화가 "마크 퀸". 이 광장은 뮤지엄과 갤러리가 밀집한, 영국의 문화, 정치, 역사적 중심이 되는 광장이다.


트라팔가 광장 4곳의 귀퉁이에는 승전을 상징하는 전사 조각상이 설치되었다. 3번째까지는 설치가 완료되었지만 4번째 자리에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수백 년 동안 어떤 작품도 놓이지 못했다. 2002년도부터 현대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열어 선정된 작가의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 바로 이 프로젝트에서 마크 퀸이 선정되었고 신선한 충격과 함께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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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임신한 앨리스 래퍼(Alison Lapper Pregnant). 퀸의 대리석상이 준 충격은 심리적 미적으로나 미묘하고 복합적인 충격을 줬다. 그가 작업한 작품은 바로 신체적 기형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개인의 몸이라는 현실과 파편화된 형상이었다.


이 석상의 주인공 여성의 이름은 앨리스 래퍼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해표지면증이라는 염색체 이상증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은 없었고 바다표범 지느러미같이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파편화된 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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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결핍이 있는 몸을 파편화된 인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인체를 아름답고 완전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은 예술로 생각한다. 파편화되고, 불완전하고 결핍한 몸 앞에서 우리 인간은 불편해하기도 하며,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몸을 바라볼 때 거부감을 가지곤 한다.

 

영국의 브리티시 뮤지엄 1층엔 고대 로마 그리스 석상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이 석상들을 보면 대부분 유실로 인해서 목이 없거나 팔이 없다. 관람객들은 이 파편화된 몸을 보며 감탄하고 경탄하며 인증샷까지 찍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와 같이 파편화된 몸을 마주쳤을 때 왜 우리는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가? 예술에서는 찬사를 보내는 몸을 실제로 대면했을 때 불편해하고 아름답지 않다고 하며, 또 어떤 이는 혐오스럽다고까지 하는가?

 

 

 

The Comlpete Marbles


 

마크 퀸은 대학생 때 브리티시 미술관에서 느꼈던 생각을 완전한 대리석 조각 The Comlpete Marbles 시리즈로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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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팔이나 다리가 파괴된 고대 석상들을 볼 때는 아름답다며 경탄하고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현실에서 파편화된 몸을 바라볼 때 거부감을 갖고 아름답게 바라보지 않는다. 마크 퀸은 예술과 현실에서의 이 왜곡된 시선들을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결정짓는 기준이 굉장히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마크 퀸은 자신의 작품들에 <완전한 대리석상>이라고 이름을 붙임으로써 장애가 있는 몸 형상을 파편화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조각상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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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몸이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작품이다. 퀸은 <임신한 앨리슨 래퍼>를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을 부순다. 그럼으로 파편화되고 부분적인 인체를 두려워하고 혐오스러워하는 인간들의 이중적 잣대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를 통해 두 가지의 메시지를 던진다.

 

1. 아름다운 몸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가?

 

퀸은 이 작품으로 완전함이라 여겨졌던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깨뜨렸다. 퀸의 조각들은 전통적이고, 이상적이며, 완벽한 미의 기준에 반기를 들고 그 기준을 바꿔버렸다. 사실 미에 대한 취향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 동안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것들은 아름다운 것에서 배제되었다. 퀸은 이전 세대에서부터 이어져오던 미의 기준을 깨트림으로써, 그 미의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음을 제시했다.

 

2. 미는 상대적인 것이다.

 

동일한 형태일지라도 관점에 따라 아름다워 보일 수도, 혐오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밀로의 비너스(The Venus deMilo)> 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보편적 상징이지만 동시에 두 팔이 절단된 잔혹하고 그로테스크 이미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단지 특정한 사회와 시대가 정해놓은 문화적 상징일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 과거에 아름답다 여겨졌던 것이 현대에는 추한 것으로 규정될 수도 있다.

 

마크 퀸의 관점의 확장이 인상 깊은 작품 시리즈였다. 예술 안에서 아름다움을 현실 밖으로 끌고 나와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점을 확대시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보편성에 끊임없이 금을 내주는 예술가로 인해 내 세상의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또한 그가 "전통의 무게를 활용하여 전통적인 기준"을 부수는 행위를 통해 삶에 있어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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