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의 리즈시절은 바로 지금입니다. - 페스티벌, 지금

글 입력 2023.04.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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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페스티벌은 몇 번 간 적이 있다. 특히 인디 공연이 주를 이룬 피크닉 컨셉의 그랜드민트페스티벌과 뷰티풀민트페스티벌을 좋아해서 스케줄만 허락한다면, 꼭 가려고 한다. 최근에는 좀 특별한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동안 갔던 페스티벌은 돗자리, 도시락, 피크닉, 여러 곳에 스테이지(무대)가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원하는 공연을 골라 즐기는 컨셉이 있었다. ‘페스티벌, 지금’도 돗자리와 도시락, 피크닉 컨셉은 다른 페스티벌과 비슷했다. 딱 하나 차별점이 있었는데, 바로 ‘타임슬립’과 ‘1990년대~2000년대 초 학교’ 컨셉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페스티벌, 지금’은 공연을 즐기는 페스티벌에서 더 나아가 추억을 꺼내보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열린 음악 축제다. 취지에 걸맞게 컨셉은 학창시절이라서 입구부터 공연장 곳곳에 학교가 떠오르는 아이템과 공간들이 있었다. 공연도 컨셉에 맞춰 진행돼서 어렵지 않게 학창시절로 타임슬립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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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은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 30분(첫날은 8시 30분)까지 열렸고, 공연장 입구는 학교 교문으로 변신해 있었다. 벽돌모형에 장난기 어린 낙서까지 학교 교문을 재현한 모습을 보고 반가움이 밀려왔다.

 

의무실은 양호실, 안내소는 교무실, 물품보관소는 사물함, 티켓 확인하는 통로는 입학확인터널, 티켓확인소는 입학통지서 확인소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있었다. 교문부터 명칭까지 학교를 재현한 모습을 보니 정말 학교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설렘에 가슴이 뛰면서도 목이 메고 눈물이 글썽거렸다. 10대의 학창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일단 이 부분은 뒤로 하고, 어서 ‘지금’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교문을 통과하고 나눠주는 음료와 생수를 받고 공연장을 둘러봤다. 이미 입장한 관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이나 F&B에서 사 온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공연을 보고 있었다. 돗자리, 도시락, 피크닉이 컨셉인 페스티벌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입은 오물오물하고 손은 음식을 향해 있으면서도 몸은 리듬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학교라는 단어가 머리에 각인된 채로 공연장을 보니 정말 학교처럼 보였다. 무대는 교탁으로, 관객석은 교실로 보였다. 음식과 음료가 있는 곳과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파는 곳은 매점으로 보이고, F&B옆 먹는 공간은 급식실로, 여러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과 포토존, 게임존은 학교 운동장에 10대들의 놀이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객들의 교복 입은 모습까지 보니 교문을 통과하면서 정말 학창시절로 타임슬립을 한 것 같았다.

 

 

 

#교복 + 피크닉 +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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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교복대여소에 갔다. 출장이라 종류가 다양하지 않거나 몇 벌 없을 줄 알았는데 디자인과 색이 다양한 교복이 많이 있었다. 약간의 오염이 있는 것도 있었고 면이 워낙 얇아서 약간의 이슈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새것처럼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반나절 대여에 비해 비용도 저렴한 편이었고, 여성에게 필요할 만한 스타킹이나 속바지, 발목 양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 교복이 걸려있는 걸 보자마자 설레었다. 교복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다양해서 눈이 즐거웠다. 우리는 서로의 교복을 골라주기도 하고, 커플룩으로 맞추려고 함께 의논하며 골랐다.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고, 데이트가 되었다. 


나는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탈의실에서 교복을 입고 나와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의 교복 입은 내가 어색해 보이면서도 (나의 외모와 상관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교복 입은 그의 모습도 사랑스럽고, 멋있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도 다시 보였다. 교복 입은 우리에게서 잃어버린 10대만의 싱그러움, 순수함, 풋풋함이 보였던 걸 보면, 예쁜 교복이라는 콩깍지가 꼈던 것 같다. 


페스티벌에 갈 때는 파릇파릇하고 상큼한 분위기의 의상이나 평소 좋아하는 의상을 입는 편인데, 교복을 입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건 처음이었다. 일상복을 입었을 때보다 더 흥이 절로 났다. 돗자리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논알콜의 맥주를 마시고 공연을 즐길 때는 새싹이 된 기분도 들었다. 


교복, 피크닉, 페스티벌 이 세 가지 조합은 봄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나를 비롯하여 모든 관객의 머리 위로 봄 싹이 돋아난 것 같았다.

 

 

 

#학교 디테일을 잘 살린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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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공연장)에는 깨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먼저 홍보와 즐길 거리를 충족한 행사 프로그램이 있었다. 룰렛을 돌려서 나오는 경품을 받는 프로그램과 제비뽑기로 음료수나 물티슈 등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타투스티커를 무료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이 행사가 제일 재밌었다. 타투스티커는 문구는 컨셉에 맞춰 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그 시절 기억나니’와 ‘리즈시절로 가보자고!’ 를 손등에 했다. 공연을 보다가, 음식을 먹다가도 손등에 새긴 문구가 자꾸 읽혀서 감성이 말랑말랑해지곤 했다.


포토존과 게임존도 있었는데, 포토존은 교실, 옛날의 문방구, 레코드점, 사진관이 있어서 교복 입고 사진 찍기에 제격이었다. 특히 교실과 문방구가 기억에 남는다. 문방구 포토존은 옛날에 자주 갔었던 문방구를 떠올리게 했다. 뽑기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게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시절의 마음이 다시 느껴졌다.

 

교실 포토존에는 책상과 의자가 줄 맞춰 놓여 있었고, 교탁과 칠판이 있었다. 교실의 벽면은 나한테 익숙한 색이 아니었지만, 책상과 의자는 익숙한 색과 질감이라서 반가웠다. 의자에 앉아 책상을 보고 있으니, 청소년의 내 모습이 더 잘 떠올랐다. 분필로 칠판에 글자를 적을 때는 떠든 사람을 쓰고 있는 반장 중학생의 나와 쉬는 시간에 칠판에 낙서 하는 나 그리고 수업 시간에 칠판 위에다 문제를 풀 때마다 괜스레 발가벗겨진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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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존에는 오락기와 펌프가 있었다. 조그마한 오락기 앞에 일행과 나란히 앉아 잘 보이지도 않는 화면을 들여다보며 게임을 했다. 교복을 입고 옹기종기 앉아 게임을 하는 우리의 뒷모습이 무척 귀여웠을 텐데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아쉬웠다. 


게임존에서는 학창시절의 내가 잘 떠오르진 않았다. 나는 오락실에 가지 않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오락실 안의 노래방이 궁금해서 친구들 따라 몇 번 간 적은 있었지만 이마저도 금세 흥미를 잃어서 발길을 끊었다. 당시의 나는 학생이면 오락실에 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오락실에 가면 부모님 몰래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서 친구들이 가자고 해도 늘 빠졌다. 그래서 타임슬립은 불가능했지만, 대리만족은 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니 그때 오락실을 무조건 피한 게 후회가 됐는데, 교복을 입고 게임존에서 게임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아쉬웠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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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학교 컨셉에 맞춰 진행됐다. 각 공연을 1교시, 2교시처럼 수업 시간으로 표현했고, 공연 시간과 쉬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연 중에도 자유롭게 음식을 사러 가거나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만들어 관객이 놓치는 공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쉬는 시간’이라는 존재만으로도 학교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했는데, 공연 시간과 쉬는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까지 학교 종소리여서 더 좋았다. MC를 맡은 데프콘이 “학생 주임입니다.”라고 말하며 등장하고, 가수들은 대부분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와서 학교 컨셉이 더 부각됐다.


‘지금,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첫날에는 헤이즈, EPEX, 테이, 이석훈, 우원재, 이하이였고, 둘째 날에는 데이브레이크, 이영지, 키코, 황치열, 코요태, 로꼬, 포레스텔라였다. 요즘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가수부터 예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까지 타깃이 폭넓은 라인업이었다. 댄스, 발라드, 랩,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는 취지가 돋보이는 라인업이었다.


나는 양일권으로 이틀 모두 참석해서 출연진 모두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내게 익숙한 가수가 반, 낯선 가수가 반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노래는 접해본 적이 없었던 가수도 있었다. 새로운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접하고, 세대별 음악의 취향 차이와 현재 트렌드를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관객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젊은 사람들 외에 어르신, 중년, 아이까지 있었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온 가족이 오거나 엄마와 딸이 함께 온 관객도 있었다. 음악으로 세대 상관없이 하나가 되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세대 통합을 이루어 낸 페스티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

 

 

 

#공연 보러 갔다가 추억 보따리까지 풀고 왔다.


 

함께 간 일행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깊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연인사이다. 그만큼 우리가 나눈 대화가 무수히 많아서 학창시절 관련 대화도 나눈 적도 많다. 그럼에도 교복을 입고 페스티벌을 즐기며 학생 기분을 낸 김에 학창시절의 추억보따리를 또 풀었다. 입고 있는 교복과 장소, 상황, 귀에 들려오는 공연소리 덕분에 이미 들었던 이야기도 새롭게 들렸다. 그도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했다.


옛날에 많이 들었던 노래가 나오면 그 노래와 관련된 추억 이야기도 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했다. 단순히 공연을 즐기러 간 곳에서 추억보따리를 풀면서 잊고 있었던 지난날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나는 글의 앞부분에 10대의 학창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래서 교문을 보고 울컥한 내 모습에 당황했고, 그 감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틀 동안 공연을 보고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때 그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어리고 풋풋한 10대의 나는 반짝였다.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10대의 나에겐 열정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행복은 군데군데 존재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아마 나는 나이를 먹어가며 은연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교문을 보자마자 그런 반응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과 공유하는 것들이 시간이 흐르며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추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페스티벌 지금’이라는 제목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훗날 추억이 될 지금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 아트인사이트 김소원 에디터의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페스티벌이 되기를 바라요.’ 글에서 발췌
 


페스티벌에서 누군가는 나의 리즈시절이 지나갔거나, 아직 안 왔거나, 지금일 수도 있다며 리즈시절은 만들어 가는 거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나의 리즈시절이 존재했었는지 또는 언제였는지 보다 내가 앞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나를 더욱 빛나게 하며, 나중에 추억으로 남겨질 지금이 더 오래도록 아름답게, 진하게 남는다. 


그래서 교복을 입고 공연을 즐기는 내 모습을 기록하고, 아낌없이 예뻐해 줬다. 10대, 20대만큼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보다는 교복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어울릴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나게 뛰고, 호응하고, 듣고, 보며 여느 때 페스티벌보다 더, 많이 즐겼다. 되돌아보면 빛나는 순간 중 하나가 될 테니까.


나는 추억이 되고 때때로 꺼내보게 될 빛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페스티벌을 온 마음을 다해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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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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