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깝기에 멀어질 수 있는 - 클로즈 [영화]

쉽사리 정의할 수 없는 마음
글 입력 2023.04.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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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클로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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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와 레미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다. 등하교를 함께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잔다.

 

여태껏 우리의 관계를 정의해 본 적 없었는데, "너희 사귀는 사이야?"라는 친구의 말로 혼란스러워진다. 레오는 형제 같은 사이일 뿐이라며 반박하지만 레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때부터였을까, 레오는 레미를 멀리한다. 다른 남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친구를 따라 아이스하키를 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레미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어느 날은 자신의 침대로 온 레미를 레오가 밀치며 몸싸움을 하게 된다. 레오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 레미는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식사 중에 눈물을 터뜨리기도 한다.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학교에 가버린 레오에게 화가 난 레미는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레오를 때린다.

 

하루는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는데, 레미가 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자 레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사건을 경계로 1막이 마무리되고 2막에서는 레미의 죽음을 점차 받아들이며 성장해가는 레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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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레미를 떠올리며 "많이 아팠을까?" 또는 "그가 보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결코 레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거나 슬픈 표정을 짓기보다는 특유의 그 시니컬한 얼굴을 하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다. 그러다 아이스하키 경기 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데, 그제야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레오가 레미의 엄마 소피와 만나는 장면에서도 인물들은 긴 문장으로 캐묻거나 변명하는 대신 침묵과 시선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보여준다.

 

레오가 레미를 멀리하는 시점에서부터 '클로즈'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가 드러난다. 가장 가까운(close) 사이였던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레미는 마음의 문을 닫는다(close). 레미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레미의 집에서 레오는 마구 뜯긴 방문을 확인한다.

 

색의 사용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흐드러진 꽃들에 햇살이 비치는 장면은 르누아르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레미는 줄곧 붉은 계열의 옷을 입고 등장하고, 그의 방도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다.

 

반면 영화의 초반에서 레오는 흰색 옷을 입는다. 그러다 레미가 죽게 되는, 체험학습을 가는 날부터 푸른 계열의 옷을 입기 시작해서 후반부 내내 푸른 계열의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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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 루카스 돈트는 어린 시절 소년의 집단에도, 소녀의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사실 이 영화는 18년쯤 전에 시작되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졌다."라고 밝힌 것처럼 감독 본인이 두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였을 시기에 했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외신에서는 대체로 이 영화에서 표현한 '남성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진 레오는 남성성을 나타내는 활동을 한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친구의 집에서 게임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이 단순히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프레임 안에서 해석하기보다는 성별에 관계없는 우정과 사랑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를 떠올려 보면 그것이 지금의 우리가 말하는 우정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 구분 짓기 어렵다. 손을 잡고 다녔고, 껴안기도 했고,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성이건 동성이건 "커서 너랑 결혼할 거야."라는 말도 했다.

 

영화에서 레오는 또래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레미를 멀리한다. 그들의 성별 이전에 청소년의 습성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렇게 소중한 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고 극복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꽃밭을 모조리 밀어내고 새 모종을 심듯, 우리는 후회와 슬픔을 겪고 자라난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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