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e won’t play nature to your culture" [미술]

- Barbara Kruger
글 입력 2023.04.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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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미국과 바바라 크루거


 

1980년대 미국은 1960-1970년대 사회, 정치, 예술 면의 페미니즘 운동과 학생 운동, 인권 운동 등이 지속되며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는 과정에 있었다. 예술 면에서는 그동안 주체 중심적, 남성 중심적 경향을 보이던 모더니즘에 반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미 1970년대부터 그 징후를 보여왔던 포스트-모더니즘은 해프닝, 플럭서스, 차용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그동안 모더니즘이 내걸었던 작품의 유일무이성, 독창성, 작가의 아우라 등에 모두 저항하고 ‘탈중심적’ 사고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포스트 모더니스트로, 차용된 사진을 통한 비판적 작업을 선보였다.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인기 잡지의 그래픽 디자이너를 지냈던 배경이 이러한 작업 방향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크루거의 전략이기도 한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사진과 반전되는 텍스트의 사용은 사회의 지배적 관점과 더불어 그동안 당연시 여겨지던 성적 역학관계에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We won’t play nature to your culture


 

we won't play to your nature700.jpg

Barbara kruger, We won’t play nature to your culture, 1983.

 

 

바바라 크루거의 We won’t play nature to your culture는 1983년 제작된 비판적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나뭇잎을 눈에 댄 채 풀밭에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위, 아래로 함께 배치된 텍스트는 여느 잡지의 광고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작품을 찬찬히 보면, 이미지와 텍스트가 반전의 효과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이미지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전형적으로 여성을 물신화하는 광고 사진의 일부, 혹은 전통 누드화 속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단과 하단에 배치된 “We won’t play nature to your culture”라는 텍스트는 You”와 “culture”, “we”와 “nature”의 대비를 통해 그동안 대중매체에서의 젊은 여성이 시각의 대상이었을 뿐, 주체가 아니었다는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사회의 관습적인 전통과 결부되어있다. 특히 전통 누드화 속 여성 인물들을 들 수 있겠다. 전통 누드화 속 여성 인물들은 대부분 고대 신화 속 여신이거나 뮤즈였다. 우리는 그들이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린 채 상기된 얼굴로 매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철저히 자신의 시선이 제거된 여성 인물은 손쉽게 욕망과 시선의 대상이 된다.


크루거는 작품 속 이미지를 통해 관습적인 전통 누드화 속 여성, 생산 능력과 결부된 자연의 이미지로서의 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지 속 여성은 더 이상 남성들의 "culture" 속에서 "nature"로 자리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700.jpg

Barbara Kruger, Untitled (We Don't Need Another Hero), 1981.

 

 

Untitled (We Don't Need Another Hero) 역시 위 작품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대 조각상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의 옆얼굴은 역시 잡지나 광고에서 보일법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와 함께 따라오는 ‘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는 강력한 문구는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도 당신의 시선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바바라 크루거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는 You, We와 같은 인칭 대명사를 사용한다는 점에 있다. 텍스트를 전략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을 확보한 것이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상반되는 이러한 방식은 전복적인 효과를 통해 더 큰 에너지가 되어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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