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모래死장, 모래전쟁

모래가, 죽고있다
글 입력 2023.04.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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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마지막으로 모래를 밟아보았는가


 

시원한 바닷바람이 짠내와 함께 불고,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횡단하면 그곳에 발을 넣어본다. 발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움켜쥐는 고운 모래들이 발에 달라 붙는다. 그 감촉이 간지러워 발을 탈탈 털어내고 황급히 바닷물에 다시 발을 넣었었던, 어린 시절.

 

어렸을 때 동네 한 두 개씩 있는 놀이터에 가면, 항상 모래밭이 한 쪽 구석에 존재했다. 작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서 그 구석에 가 앉아 쭈그려서, '두꺼비집'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을 적당하게 모래와 섞어서 오른손 위에 그 반죽을 덮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꿈틀거리면, 두꺼비에게 선물해 줄 '헌 집'이 만들어졌었다. 그러다가 집에 가야할 시간이 오면 아쉬운 마음으로 모래를 흐뜨려놓고 나오곤 했다.

 

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모래사장에서 모래와 접촉했던 마지막 기억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나의 발로 넓은 모래사장의 모래를 밟아보았던가. 언제 마지막으로 나의 손으로 보드라운 모래밭의 모래를 만져보았던가. 기억을 더듬어봐도 모래를 밟은 기억도, 모래를 손으로 쓸어담은 기억도 꽤 오래도록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성인이 되고나서 바다를 놀러갔을 때 멀리서 모래사장을 바라봤던 기억이 전부이다.

 

어느새 모래는 나와 멀어지고 있었다. 아니, 내가 멀어진 걸까? 모래가, 어디로 갔을까?

 

 

 

파괴되는 것은 모래도 마찬가지이다


 

이시 히로유키는 모래 자원의 고갈에 대하여 <모래전쟁>이란 책으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환경오염'이란 물, 공기, 흙 정도이다. 여기서 '흙'은 토양으로, 가뭄이나 살충제 등으로 고통받는 자원을 이야기하니,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모래'와는 결이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는 <모래전쟁>에서 환경오염과 모래의 死화를 다루니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먼저 모래에 대해서 알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 '모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모래 [명사]

자연히 잘게 부스러진 돌 부스러기.

 

- 표준국어대사전

 

 

모래는 기본적으로 돌에 근원을 둔다. 돌은 영겁의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자연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모래도 유한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래의 유한함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의식하거나 배우지 않는다. 모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며, 오히려 너무 많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모래가 더욱 많아지고 있어서 문제라고 배워왔다. 마치, 무한한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이러한 의구심을 품으며 스마트폰 혹은 PC를 통해 이 글을 읽고 있을 것이며, 편안한 집에 누워서, 혹은 대중교통 안에서, 아니면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 길 위에서 나의 추측에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도 모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실리콘, 건물건축 등에 필요한 콘크리트 등은 모두 모래를 이용해 만든다. 지금도 세계의 도시들에선 건물이 한 층 한 층 더 높아지고 있을 것이고, 핸드폰이나 인터넷 광케이블을 연결한 PC를 구입하는 사람들에 의해 공장에서도 반도체가 생성되고 있을 것이다.

 

도시는 모래를 게걸스럽게 흡입하고 있다. 남은 것은, 자원으로의 가치를 소실한 모래. 사막화로 인해 발생하는 모래 등을 이야기한다. 沙(모래 사)가, 死(죽을 사)가 되어가고 있다.

 

<모래전쟁>은 모래 자원의 가치에 주목하고, 이것을 쟁탈하는 사람들의 범죄와 그 과정에서 희생되고 있는 생태계를 독자들에게 고지한다.

 

 

 

도시화, 모래 마피아, 죽어가는 생물들


 

모래 자원 쟁탈전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도시화와 산업화 때문이다. 세계는 실시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은 곧 국력의 발전을 의미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국제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록 모래는 해당 국가가 더욱 갈망하는 자원이 되어가고, 급기야 모래를 쟁탈하기 위한 범죄가 발생한다. 그것을 우리는 '모래 마피아' 라고 한다.

 

모래 마피아. 쓸모 있는 자원인 모래를 불법적으로 채취하여 이를 요구하는 곳에 수출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비단 이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자원 쟁탈전이자 경제적 생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래의 중요성이 높아져 갈수록 이들의 범죄는 더욱 극악해져, 이를 고발하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과 살인까지 발생하였다.

 

민간인들이 모래 마피아를 고발한 이유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인간이 돌려받기 때문이다. 모래를 채굴하기 위해 심해에서 바닥을 긁어올릴 때 퇴적물이 떠오르며, 고르게 균형잡혀 있던 해양 생태계는 이로 인한 질식사와 먹이의 부재를 겪게 된다. 또한 모래를 채굴하며 습지가 사라지자,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잃어 그곳을 떠나게 되고, 그곳의 생태계는 무너진다.

 

물론, 기초적인 생태 질서가 무너진다면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에 막대한 부정적 결과가 도래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상식이다. 결국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전하기 시작한 기술과 도시가 삶을 소멸시켜 버리는 양상을 만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모래를 바라봐야 할 시각


 

<모래 전쟁>은 5장에 걸쳐 沙死化(사사화 : 모래가 죽어가는 현상)를 다룬다. 특히 5장의 '백사청송'의 영광과 그것의 소실을 다루는 부분은 일본과 가까운 한국의 해변가를 떠올리게 하며 한국의 독자들로 하여금 안심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래 자원의 고갈도 환경오염이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실현하는 것이다. 물을 아껴 쓰듯, 흙에 버려질 쓰레기들을 재활용하듯, 공기를 더럽히는 대기가스를 정책적으로 제한하듯, 모래에도 이를 적용하면 된다. 모래를 활용한 폐자재를 모으고, 새로운 골재 소재를 활용한 물건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모래를 바라보는 시각에 경각심을 가진다.

 

모래는 지구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 빚어낸 자연의 일부분이다. 당연히 이 또한 아끼고 경외롭게 바라봐야 할 존재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이용 가치'로써만 바라본 것은 인간이고, 나이다. 이시 히로유키의 <모래전쟁>을 통해, 모래 그 자체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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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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